인생도, 바이올린도 힘 빼자
참 이상한 일이었다.
합주가 시작되기 전 지휘자 선생님이 반주를 준비하실 때 혼자 부리나케 주요 부분을 연습한다. 최대한 소리를 줄여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가볍게. 그럴 땐 작지만 확신에 찬 소리를 만나게 된다. 음이탈 하나 없이 적당히 울리는 소리. '나 오늘 좀 끝내줄 것 같아'라는 자신감도 슬쩍 올라간다.
그런데 합주를 시작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다시 삑삑쁙쁙. 조금 전의 자신감은 사라지고 부끄러움과 긴장만이 내 안을 가득 채운다. 당당하던 고개는 가을 벼처럼 바닥만 보고, 손가락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까 그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왔던 거지!!'
지휘자 선생님께 물었다.
"연습할 땐 괜찮은데 합주땐 왜 이럴까요?"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힘을 너무 주고 있어서 그래요. 바이올린이나 활 잡는 손에 힘이 들어가면 소리도 마음도 제멋대로 흔들리죠. 최대한 힘을 빼고 가볍게 연주해 보세요."
아. 힘이 문제였구나. 합주 직전의 조용한 연습 때에는 소리를 작게 내려다보니 힘이 빠져 있었고, 합주 때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만 것이다.
인터넷에 '바이올린 연주 시 힘 빼기'로 검색하면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는 어렵다.
최대한 힘을 빼며 연습하는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하루도 너무 힘을 주고 있어서 힘든 게 아닐까?'
잘하고 싶어서, 실패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단단히 조이고, 몸에 힘을 꽉 주며 사느라 지치고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힘을 빼고 유연해지면 인생이 편해진다'는 노자의 말처럼 바이올린도, 인생도 힘 좀 빼줘야 더 잘 풀리는 모양이다.
당분간의 목표를 정했다.
'힘 빼기'.
잘하려는 마음보단 즐기려는 마음 갖기.
오늘 저녁에 생선을 구웠는데 그만 좀 태우고 말았다. 윤기 나는 먹음직스러운 생선구이를 기대했으나 결과물은 군데군데 탄 데다 살점이 분리된 처참한 몰골이었다. '또 이 모양이네;;' 생선 하나 제대로 굽지 못한 나에게 몹시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속까지 새까맣게 타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생긴 건 이래도 맛은 좋을 거야~^^"
아직은 힘을 빼는 게 어렵고 어색하지만 내일도, 모레도 연습하다 보면 언젠간 자연스러워질 거라 믿는다.
내일은 하루치 더 힘을 빼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