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더라도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
'내 인생은 커다란 바위에 막혀있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얼른 바다를 향해 흘러가고 싶지만, 앞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답답하고 초조했다. 때로는 고여서 썩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기부정까지 더해져 한없이 무기력해졌다.
DEEP의 단원이 된 후로 바위를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그럴 거라는 확신과 함께.
내가 나로서 악기를 연주하고, 서로 긍정의 에너지를 나누는 사람들과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합주를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피곤한 하루의 끝에 합주 연습을 다녀오면 에너지 음료를 마신 듯 상쾌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 나 행복하구나.
절로 행복의 노래를 부르는 나를 마주한다. 자신있게 행복을 얘기하는 자신이 낯설 정도로.
물론 연습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막막할 때도 있고, 반복되는 실수에 한숨을 쉴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보다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는 건 분명 큰 의미가 있다. 막혀있지 않고 잔잔히라도 흐르고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것에 벅차오른다. 아직 바위를 뚫지는 못했지만 작지만 소중한 틈이 생겼다.
살다 보면 막힐 때도 있고, 거꾸로 흐를 때도 있다. 어떨 땐 멈춰있는 나 자신과 나를 멈춰 세운 것들에 분노까지 하게 된다. 그럴 때 다시 흐를 수 있다는 믿음 하나쯤은 갖고 살면 좋겠다. 바위에 잠시 막히더라도 그것을 딛고 더 넓고 깊은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고맙게도 나는 그것을 찾았다. DEEP에서, 나의 바이올린 위에서.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해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