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첼로를 켜며 배운 겸손

오만함을 벗어던지며

by 이니슨

아이와 듀엣으로 연주할 일이 생겼다. 그런데 아이는 엄마와 함께 바이올린 하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결국 나는 급히 첼로를 연습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DEEP에 대여용 첼로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악기를, 그것도 독학으로 익힌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삶은 어쩜 이리도 정직한지.. 노력한 만큼만 결과를 내어주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Edwin Valencia님의 이미지 입니다.


바이올린도 독학으로 금세 익혔으니 첼로도 그럴 줄 알았다.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오만이었는지는 금세 드러났다. 오랜만에 보는 낮은 음자리표는 낯설었고, 활을 켜는 각도나 손의 높이도 익숙하지 않았다.

퇴근 후엔 쉬고 싶은 마음이 앞섰고, 집안일이란 책임감이 그 마음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렇게 주말이 되어야만 겨우 첼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거북이걸음보다 더딘 실력에 한숨만 빠르게 늘어갔다.

힘겹게 첼로 연주의 걸음마를 떼며 배웠다. 무엇이든 잘하기 위해선 결국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진정한 자신감은 노력에서 나오며, 노력 없는 자신감은 오만일 뿐이라는 것도.

이건 비단 악기 연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이든, 관계든, 가정이든 나는 종종 최소한의 수고로 최고의 결과를 바랐다. 그런 내 태도를 반성한다. 한동안 나는 참으로 오만한 사람이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Alexa님의 이미지 입니다.


이제 다음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무대에 선다.

아직은 음이 자주 흔들리고 불협화음도 나지만, 괜찮다. 틈틈이 더 열심히, 절실한 마음으로 연습할 테니까. 최선을 다하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오늘은 다시 첼로를 곁에 두고, 도부터 온전한 음을 내기 위해 자세를 고쳐 앉는다. 삶도 그렇게 다시 마음을 바로잡는 일의 연속일테지.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23화힘 빼고 유연하게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