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DEEP 단원으로 바이올린을 잡은 지 벌써 햇수로 2년째예요. 바이올린 기초도 모르던 생초보가 이젠 다양한 곳으로 연주를 다니는 어엿한 아마추어 연주자가 되었답니다.
내일 올해의 마지막 공식 일정인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있어요.
바이올린은 제게 단순한 악기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어요. 먼저, 아이와 남편과 부모님만 가득할 뿐 정작 ‘나’는 없던 제 삶에, 드디어 제가 입장했어요. 스스로 내 이름으로 불리는 삶을 시작한 것이죠.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늘고, 무기력하던 일상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매번 부족한 아내, 엄마, 며느리였는데 바이올린은 하는 만큼 성장하는 저를 만나게 해요. 특히 어려워서 못 할 것 같던 곡을 완주해 냈을 때의 성취감은 하늘을 날 것 같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지요.
자존감도 높아져요. 이 나이에, 이렇게 진심 어린 응원과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요? 합주 연습 이후에도, 크고 작은 공연 이후에도 서로를 향해 잘했다는 칭찬과 무한 박수를 보내니 바닥에 깔려 있던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을 수 없어요.
그래서 힘든 일상 속에서도 합주 연습을 다녀오거나 공연을 하고 나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느껴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두려운 나이, 마흔에 시작한 바이올린은 저에게 도전과 노력과 성취, 그리고 당당히 나로 사는 일상을 되찾아줬어요.
제 인생 제2막이 이렇게 시작되었답니다.
제게 바이올린과 앙상블 합주가 그렇듯, 많은 것에 치이고 지치는 날들 속에서도 자신을 가슴 뛰게 하는 것 하나쯤은 갖고 사셨으면 좋겠어요. 깜깜한 밤의 한가운데에서 빨리 아침이 오기를 바라게 하는 무언가가 있길 바라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여러분의 삶을 반짝이게 할 테니까요.
지금까지 불혹의 아마데우스 시리즈를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