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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힘을 믿어요

여전히 글을 쓰는 이유

by 이니슨

큰 아이가 3살 때였나. 그러니까 10년 쯤 전이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육아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말이 에세이지 일기에 가까운 글들에 많은 부모들이 공감해 주었다. 내 글을 통해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는 댓글들을 보며 나 또한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사실, 아이를 키우며 굉장히 힘든 날들이 많았다.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에게 심하게 화를 낸 날. 잠든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난 왜 이것밖에 안 될까', '난 엄마 자격이 없는 걸까.' 눈물로 쓴 글에는 유독 공감과 댓글이 많았다. 나도 그렇다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댓글들을 보며 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건 아이의 존재로 인한 것이 아니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다 보면 괴롭고 지치는 날들도 힘을 낼 수 있었다.

댓글을 보며 눈물이 멎던 순간, 알았다. 글에는 '공감'이라는 힘이 있다는 것을. 굉장한 지식을 전하지 않더라도 무너지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외로운 사람에게 어깨를 내주는 특별한 힘이 그 안에 있었다.

그때부터 틈틈이 시간을 내어 일상을 글로 쓰고 있다. 덕분에 부족하지만 육아에세이 도서를 출간했으며 브런치 작가라는 새로운 부케도 얻었다.


요즘은 육아뿐 아니라 40대 아줌마의 취미 및 일상 등 중년과 함께 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다. 마흔이 되면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찾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상과는 달리 흔들리는 마음을 담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에 가슴 뛰는 순간을 기록하기도 한다. 그렇게 쓴 소소한 일상이 한 편의 글이 되고, 그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많은 분들을 통해 하루하루 다시 힘을 얻는다.

여전히 삶은 완벽하지 않고 때때로 어깨가 무겁게 내려앉는 날들이 있다. 그럴 땐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 내 안의 감정들을 글로 써낸다. 글에 공감해 주는 많은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내일은 더 나은 하루가 시작될 거라 믿는다. 그 믿음으로 오늘도 글을 쓴다.



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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