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홍삼과 비타민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영양제라곤 하나도 먹지 않던 내가 이젠 자진해서 꼬박꼬박 영양제를 찾게 된 것이다. 체력을 높여야겠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이유 때문이다.
"엄마"
"엄마"
"엄마아아아아아"
밤 9시쯤이었을까. 5분이 멀다 하고 나를 찾는 애들에게 결국 짜증을 내고 말았다. 둘이 번갈아가며, 혹은 동시에 나를 부르고선 이 얘기 저 얘기 한참을 늘어놓는다.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특히 중1 아들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머물며 나를 찾는 건 더욱 그렇고.
문제는, 그 얘기들을 다 듣고 반응하기엔 내가 너무 지쳐있다는 것. 특히나 워킹맘으로 첫 방학을 보낸 직후라 내 에너지는 고갈될 대로 고갈된 상태였다.
"지금부터 30분간 위험한 일 아니면 엄마 부르지 않기!"
으름장을 놓고 두 귀에 이어폰을 찔러 넣었다. 유튜브에서 '심신안정', '조용한 음악' 등을 검색했다. 잠시, 조용히, 혼자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태수 작가는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에서 '다정함도 체력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 글을 몇 번씩 곱씹어 읽으며 공감하고 노트에 필사까지 해놓았다. 체력이 남아 있어야 다정해질 수 있다는,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문장이었다.
'나는 지금 체력이 바닥나서 다정하지 못한 거야.'
체력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했다. 운동은... 미안하지만 그럴 체력도 없다. 결국 꺼낸 건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홍삼과 비타민. '잘 보관했으니 괜찮겠지?(합리화도 체력이다)'
영양제의 효과가 좋은 건지 심리적인 영향 때문인지 어쩐지 피로감이 줄고 체력이 미세하게나마 좋아진 느낌이다. 덕분에 가볍게 유산소와 근력 운동도 병행하는 중이다. 매일은 아니어도.
월요병 없이 기운 넘치는 오늘. 어쩐지 최선을 다해 들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얘들아~ 드루와 드루와~~"
이미지 =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