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라는 중
일요일 저녁, 밀프렙을 만들었다. 밀프렙은 며칠 치 식사를 미리 준비해 끼니마다 꺼내 먹는 방식이다. 평소엔 그날 음식을 그날 해 먹거나, 아침밥을 전날 밤에 미리 준비하는 정도였기에 며칠 분량을 미리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워킹맘으로서 처음 맞이한 아이의 방학 때문이다.
출근 전 아이의 점심까지 빠르게 준비하려면 어떻게든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야 했다. 고민하다 알게 된 방법이 바로 '밀프렙'이다.
불린 미역을 핏물 뺀 소고기와 볶은 후 식혀서 냉동한다.
소고기 핏물을 뺀 김에, 무와 함께 볶아 식힌 뒤 냉동한다.
김치볶음밥을 만든 후 그릇에 담아 햄구이와 달걀프라이를 얹어 냉동한다.
분명 검색할 땐 화려한 비주얼이 입맛이 돌았는데 내가 만든 건 어째 그것과는 딴판이었다. 그래도 혼자 밥을 차려 먹을 아이가 안쓰러워 최대한 입맛에 맞는 걸로,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
예쁘진 않아도 마음만은 가득 담았다.
오늘 준비한 점심 메뉴는 토마토 리소토 밀프렙이다.
"○○야. 리소토 해놨으니까 이따가 피자치즈 얹어서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으면 돼~"
1시쯤, 점심을 먹는다는 아이에게 메시지가 왔다.
"엄마~. 정말 맛있어!"
그 짧은 한마디에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혼자서도 맛있게, 씩씩하게 밥을 챙겨 먹는 아이가 고맙고 기특하다.
방학을 앞두고 아직 초등학생일 뿐인 아이가 혼자 밥 차려 먹을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일을 잠시 쉬고 아이와 같이 있어야 하나 수없이 고민했다. 하루 종일 아이를 챙기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책임감 사이에서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처음이 어렵듯, 내게도 워킹맘으로서의 첫 방학은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아이는 내 걱정과 달리 오히려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더 잘 적응해 냈다. 엄마인 나보다 더 어른스럽고 담담하게.
덕분에 엄마로서의 삶과 나로서의 삶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가슴 깊이 새긴다.
내일은 꼬마돈가스를 준비하기로 했다. 주말에 만들어놓은 소고기뭇국도 함께 꺼내 놔야지.
조금은 서툴러도, 이렇게 우리는 함께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