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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by 이니슨

시간이 맞는 휴일이면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서 주방 보조 아르바이트를 한다. 설거지와 청소가 주 업무다

“처음 하는 알바라 교육 좀 시켜주세요.”

사장님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몇 번 일해봤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어느새 ‘고참’이 된 모양이다. 사실 나도 아직 서툰데,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까. 부담을 잔뜩 안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내 뒤로 앳된 얼굴의 작은 체구를 가진 젊은 여성 한 명이 인사를 하며 따라 들어왔다. 많아 봐야 스무 살 쯤으로 보였다.

“혹시 나이 물어봐도 돼요?”
“16살이요.”

엥? 열여섯? 중학생이라고?

만 15세 이상이면 부모 동의 하에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함께 일하는 건 처음이었다. 내 큰아이와 겨우 두 살 차이였다.

교육이라는 말 자체도 부담이었는데, 그의 나이를 듣는 순간 어깨가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너무 어려 일을 시키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혹시 나 때문에 ‘사회’나 ‘어른’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갖게 될까 두렵기까지 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Judas님의 이미지 입니다.


어떤 이유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첫 알바라는 그에게만큼은 사회의 좋은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따뜻한 어른 한 명을 만나는 경험이 되었으면 했다. 비록 세상엔 그렇지 않은 시선과 환경도 많겠지만, 그의 첫걸음만큼은 좋은 어른이 이끄는 길이길 바랐다.

오지랖일 수 있지만, 그런 책임감이 생겼다. 아마도 나 또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일 것이다.

그런데 ‘좋은 어른’이란 어떤 어른일까? 막상 생각해 보니 선뜻 정의가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할수록 더 어렵기만 했다.

열여섯 아르바이트생과 함께한 3시간 동안 나는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일을 알려주면서도, 그의 일을 대신하면서도 “이게 맞는 걸까?”를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었다. “첫날은 다른 분들 말씀 잘 듣고 천천히 하면 돼요~”라며 애써 태연한 척했을 뿐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좋은 어른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그러다 김소영 작가의 <어떤 어른>에서 읽은 글이 떠올랐다. 좋은 어른은 존경할 수 있는 어른, 닮고 싶은 어른, 때로는 기대고 싶은 어른이라는 문장.

그리고 낮의 일을 떠올려봤다. 나는 그에게 그런 어른이었을까?




문득 며칠 전의 한 장면이 스쳤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어린이를 보고 당연히 속도를 줄여 멈춰 섰다. 아이는 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 뒤 환하게 웃으며 길을 건넜다. 그 모습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어린 세대에게 작은 웃음과 안심을 주는 어른. 내가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에 행복을 느꼈듯, 내 행동이 그들의 행복이 되는 어른.

그러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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