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검은색 히트텍이 좋더라"
왜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해야 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옛날과 달리 겨울옷이 두껍게 잘 나오고 난방도 잘 되는데 왜 잘 입지도 않는 내복을 선물하라는 걸까?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만 생각했다.
내 경우 내복은 답답하고, 뚱뚱해 보이기도 해서 입지 않는다. 당연히 내복은 피해야 할 선물로 치부했다.
그런데, 마흔이 넘고 한 살, 두 살 추가되면서 이제는 알겠다.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내복을 선물해야 하는 이유를.
살을 파고드는 듯한 추위를 느낀 것은 마흔둘의 어느 겨울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도보로 마트에 다녀오는데 갑자기 발목에서부터 찬 공기가 스며들더니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졌다. 깜짝 놀랄 정도의 냉기에 소름이 돋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5분 동안 냉기는 내 몸 구석구석에서 계속 존재감을 발산했다.
겨울에도 집안에서 반팔 반바지로 생활하던 나는 그날부터 집안에서도 서늘함을 느끼게 됐다. 긴바지와 긴팔 옷을 꺼내 입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카디건까지 걸쳐 입었다. 양말도 챙겨 신고.
불과 2~3년 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답답하다고 거부했던 내복까지 스스로 챙겨 입는다. 답답이고 뭐고 추운데 입어야 살지 않겠는가!
"엄마 추워?"
"어. 집 좀 춥지 않니? 너는 왜 반팔로 있어! 옷 챙겨 입어. 지금 겨울이야~?"
"난 더운데?"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나를 이상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너네도 늙어봐~~! 춥다니까!!"
아이가 성인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는 동시에 나는 장년층으로 멱살 잡힌 듯 끌려가고 있다. 마음은 스무 살인데 몸은 어쩔 수 없는 마흔. 중년이다. 그러니까 어른들이 얘기하는 '자녀의 첫 월급으로 빨간 내복을 받아야 할'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옛말은 어쩜 이리 과학적인지 딱 그 나이즈음 되니 조상님들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게 된다.
추위를 느끼는 감각에도 세대차이가 있는 걸까. 어딘가 씁쓸하지만 내복을 꼭 입어야겠다. 답답하든, 뚱뚱해 보이든 입어야만 할 것 같다.
'첫 월급에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는 이유'
검색창을 열어 검색했더니 AI가 친절히도 알려줬다. 먼저 부모님께 감사를 전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선물이라고 한다. 특히 빨간색은 잡귀를 쫓고 행운, 재물, 복을 상징한단다. 1960년대 이후 내복이 대중화되면서 내복은 실용적이면서 따뜻한 선물로 자리 잡았다는 역사적 배경도 있었다.
나는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내복 선물을 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꼭 그랬었으면 좋겠다.
나를 낳고 키우는 모든 과정에서 기꺼이 할애해 주신 시간들에 대한 감사,
그 과정에서 나이 든 것에 대한 연민,
그럼에도 늘 건강하시라는 기원,
이젠 스스로 더 성장하겠다는 다짐.
그런 마음들을 내복 한 벌에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나는 언제쯤 따뜻한 내복을 선물 받게 될까.
"얘들아.
엄마는 그냥 내복 말고 히트텍이 그렇게 따뜻해 보이더라~.
빨간색보단 검정이 좋은데 그래도 빨강의 의미가 있다니 그것도 나쁘진 않고~~.
별 뜻 없어~. 그냥 알고만 있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