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대신 다X소 갑니다

피부과 아니면 어떠냐 홈케어 할 거다

by 이니슨

지인 A가 피부과 무슨무슨 시술을 받고 몇 백만 원의 선결제를 하고 왔단다. 지인 B도 무슨무슨 시술을 받았다 하고, 지인 C 역시 최근에 피부과 상담을 받고 왔다고 한다.

마흔을 넘어서니 지인의 많은 수가 피부 관리에 더 적극적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Vilius Kukanauskas님의 이미지 입니다.


마흔은 진정 피부 노화가 가속화되는 시기가 맞는 것 같다. 주름은 깊어지고, 안색은 칙칙하고, 탄력은 없어지고. 거기에 기미까지 더해져 피부에 대해 없던 관심도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나 마음은 아직 이십대거든~!!" 하며 까불다가도 화장기 없는 얼굴로 거울 앞에 서면 허거덩, 나이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얼굴은 가장 눈에 많이 띄는 데다 인상까지 좌지우지하지 않나. 의학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싹을 틔워 빠른 속도로 자라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 통장 잔고는 그 마음의 성장 속도와는 반대로 바닥에 닿아 있으니 피부과는 언감생심. 스킨케어 제품도 다X소에서 사는데 피부과 시술이 웬 말인가. 한 때 "돈은 내가 벌테니 너는 살림하고 애 보면서 피부과나 다녀."라고 큰소리 떵떵 치던 남편도 경제 위기라는 현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계 사정이 좀 괜찮았던 시기에 가볼 걸 그랬다.

주름이 눈에 띄게 펴지고, 안색이 밝아지고, 탱글탱글해진 지인들의 피부를 보며 "오~ 예뻐!!"라며 감탄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때 깨달았다. 피부과를 못 가기 때문이 아니라 선택권이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사람을 가장 초라하게 만든다는 걸. 마흔 이후의 고민은 늙어가는 얼굴보다 마음이 먼저 위축되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우울해하고 싶진 않다. 지인들은 피부과 시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고 난 그럴 수 없는 상황일 뿐이니까. 그저 다른 상황을 놓고 내 삶을 비하하거나 누구를 원망할 필요는 없다.

취약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귀찮아서 잘하지 않던 홈케어라도 하기로 했다.

꼼꼼한 세안
세안을 꼼꼼하게 잘하는 게 피부관리의 기본이라고 한다. 부끄럽지만 귀찮아서 비누로 대충 씻을 때가 많았다. 이젠 세안 전문 용품으로 꼼꼼하게 씻겠다. 주 1회는 각질 제거도 해줘야지.

정성 가득한 기초 케어
비싼 기초 제품도 잘 바르지 않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버린 기억들이 있다. 난 일단 잘 바르기만 해도 성공이다.
스킨로션을 바른 후에 충분히 두드려 주면 흡수가 더 잘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귀찮아서 실행한 적은 몇 번 없지만. 매번 한다고는 못 하겠지만 가급적 잘 흡수될 수 있도록 열심히 두드려 보겠다.

잊지 말고 선케어
실내에서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UVA가 피부 노화와 색소 침착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외출을 하지 않아도 선크림을 발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제부턴 그럴 참이다.

밤에는 영양크림 듬뿍
30대 때만 해도 미끌거리고 끈적거려서 기피하던 영양크림이 필요해졌다. 낮 동안은 여전히 부담스러우니 밤에라도 영양크림을 듬뿍 바르려고 한다.

셀프 피부관리에 힘쓰겠다는 각오로 다X소 스킨케어 제품 쇼핑을 했다. 다X소에는 피부과 의사들이 추천한다고 할 정도로 저렴하지만 효과 좋다는 것들이 있다. '싼 게 비지떡'이란 속담은 구시대적인 생각일 뿐 요즘은 '가성비'란 이름으로 싸고 좋은 것들도 많지 않은가.

구입해야 하는 품목 중 뷰티 인플루언서들이 추천하는 제품들 위주로 약 2만 원의 돈을 지출했다.

마음먹고 홈케어를 실행한 지 일주일 됐는데 아직 큰 효과는 모르겠다. 다만, 얼굴의 당김은 줄어든 것 같다. 톤업 선크림을 써서 그런지 얼굴이 밝아졌다는 얘기도 몇 번 듣긴 했다.

피부는 단기간에 좋아지지 않는다. 피부과 시술도 그렇다. 한 번의 시술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꾸준히 관리하면 50살에는 좀 괜찮지 않을까?


Pixabay로부터 입수된 Moondance님의 이미지 입니다.


비싼 관리 대신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덜 비참하게 만든다. 마흔 이후의 관리란 얼굴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내 처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연습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특별히 마스크팩을 붙여볼 생각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0.0001프로라도 피부가 좋아질 거라 믿는다(믿고 싶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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