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산 바이올린 앞에서 7만 원짜리 악기를 꺼냈다

최악의 경제 위기 속 뜻반의 위로

by 이니슨

내 인생이 인터넷 최저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마흔의 경제 위기 속에 내가 산 7만 원짜리 바이올린이 꼭 그랬다.


바이올린을 새로 샀다. 인터넷에서 '저렴한 순'으로 검색한, 7만 원짜리 바이올린이다.

나는 동네 아마추어 앙상블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하는 아이와 하나의 악기를 썼다. 그런데 연습 시간이 겹치는 일이 많아 하나를 더 구입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마음 같아선 100만 원에 달하는 중급 혹은 전문가용 바이올린을 사고 싶지만 지금의 내겐 헛된 욕심일 뿐이다.

난 어차피 전문 연주자는 아니니까.
악기보다 중요한 건 실력이라는 말로 내 마음을 먼저 달래 두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Ri Butov님의 이미지 입니다.


전문점이 아닌 인터넷에서 악기를 사는 게 내심 걱정이었는데 나름 괜찮은 소리를 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연습 많이 해서 길만 잘 들이면 될 것 같아.'

그런데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바로 그날 앙상블팀 합주 연습에서 1890년 산 올드 바이올린을 마주하고 말았다.

신입 회원의 악기였는데 외관만 봐도 아우라가 심상치 않았다. 공간을 울리는 소리와 길게 남는 여운까지. 활을 긋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악기 연주자들이 괜히 장비를 중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올드 바이올린 앞에서 내 것은 몹시도 초라해 보였다.

'그렇지만 뭐, 어쩔 수 없지. 7만 원이면 어떤가. 열심히 연습해서 음이탈 덜 내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어느새 나는 나 자신을 토닥이고 있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거라 기대했던 마흔에 일평생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은 나는 악기 가격 정도로는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Mohamed Hassan님의 이미지 입니다.


비록 입문자를 위한 악기지만 내가 어떻게 쓰고 길들이는지에 따라 소리의 질은 달라질 것이다. 내 인생도 지금은 최저가로 내려앉았지만, 정성껏 길들이면 언젠가 올드 바이올린 못지않은 깊은 울림을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제 나는 현실을 탓하고 자기 연민에 빠지는 대신 가진 것을 더 반듯하게 쓰는 쪽에 서기로 했다.



"여러분은 혹시 초라한 내 모습이 들킬까 봐,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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