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엄마는 되지 마렴~
부모 자식 관계에도 궁합이 있다고 한다. 한때 딸인 작은아이와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아이를 '신경질 유발자'라고 할 정도로 나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넌 대체 누굴 닮았니!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남편 탓을 했다.
아빠 닮아서 고집이 쎄!
아빠 닮아서 성질이 안 좋아!
같이 만든 아이지만 그렇게라도 내 책임을 돌리고 남편을 끌어들여 '남 탓'을 한다. 그렇지만 내 마음에선 진실을 알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이야기다. 아이로 힘들어 짜증이 많이 나던 시기에 친정엄마를 만났다. 사고를 치고, 짓궂고, 떼쓰고, 치대고, 밥 먹으라면 밥알을 세고 있는 아이를 가리키며 친정엄마에게 물었다.
쟨 누굴 닮았을까? 대체 왜 저러는 거야?
돌아온 답은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닮긴 누굴 닮아? 너 닮았지!(우리 엄마는 지나치게 솔직하다ㅜㅜ)
엄마는 다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면서 몇 가지 일들을 얘기했다.
난 7살이 되기까지 밥 먹이기 참 힘든 아이였다고 한다.
머리 감길 때마다 난리를 쳐서 참 힘든 아이였다고 한다.
고집이 세서 엄마 말은 도통 안 들어 참 힘든 아이였다고 한다.
또 가족끼리 노래방이라도 가려고 치면 싫다고 계속 심통을 부려 분위기를 망쳐 참 힘든 아이였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남녀 편을 갈라 싸움을 하기도 했다는 얘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생각해보니 내게도 그런 기억이 얼핏 있긴 하다. 하지만 부정하고 싶었다. 나보다 이 아이가 더 심한 아이라고 나의 힘듦과 짜증을 정당화하고 싶었다.
엄마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어릴 적 내가 엄마의 속을 썩일 때 엄마는 종종 이런 말을 했다.
딱 너 닮은 딸 낳아봐!
몇 년만 더 참으라는 엄마를 보며 한편으로 엄마는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했다. 나와 달리 체구도 작은 우리 엄마, 그 당시엔 7살 유치원에 보내기까지 어린이집도 보내지 않았었는데 우리 엄마는 혼자 나와 오빠를 키우느라 얼마나 고됐을까. 또 속상한 마음에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순간 엄마의 주름살과 거칠어진 손이 유독 짠하게 느껴졌다. 나 때문에 이마에 주름이 더 깊어진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컸다.
까마득한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엄마의 모진 말들이 이해가 됐다. 그땐 엄마가 내게 왜 그런 말을 할까 싶었는데 엄마는 수십 번, 수백 번 참다가 어렵게 밖으로 꺼낸 말이었을 것이다. 그래야 엄마도 살 수 있었을 테니까.
부모가 돼 봐야 부모 마음을 알 수 있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엄마를 힘들게 한 나를 꼭 닮은 아이를 키우게 되니 엄마의 힘듦과 그 마음을 알게 된다.
"엄마 참 힘들었겠네!
먼 훗날 내게도 지금의 이 힘듦이 기억도 못 할 정도의 하찮은 일이 되려나.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다고 할 때 선배맘이나 어른들은 '아이가 좀 더 크면 괜찮아져~"라는 말을 많이 하곤 했다. 그땐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싶었는데 딸아이가 6살 가을을 보내고 있는 요즘은 아이와 궁합이 조금씩 맞춰지고 있는 듯하다.
예전엔 아이를 보며 '넌 너 같은 딸 낳지 마라~'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바뀌었다.
딸아. 넌 엄마 같은 엄마는 되지 마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