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에세이
생일 선물로 뭐 받고 싶어?
생일을 한 달여쯤 남겨둔 어느 날, 남편이 물었다. 평소 갖고 싶은 게 별로 없는 성향인지라 당연히 "딱히 없는데?"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 밤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생일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을까. 명품백이 필요하지도, 고급 주얼리가 필요하지도 않다. 그것들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요즘 시국엔 그것들을 들거나 착용한 채로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다.
갖고 싶은 생일선물... 사실, 오래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내가 가장 받고 싶고, 필요한 것은 '자유'니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나를 위한 시간'.
바라건대 제주도 조용한 바닷가에, 작은 마당이 있고 돌담이 낮게 쳐져 있는 '딱 제주도스러운' 집을 얻어 하루라도 혼자 시간을 보내봤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만 같다.
서울 북촌 같은 곳의 한옥 게스트 하우스에서 혼자 1박을 하는 것도 좋겠다. 혼자라는 여유에 한옥이 주는 안정감이 더해져 최상의 휴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코로나19 이후로 '내가 이렇게 걱정과 불안이 심한 사람이었나' 놀랄 때가 많다. 작년, 코로나19가 조금 심해진다 싶으면 큰 아이 학교 등교를 시키지 않았고, 작은 아이는 유치원 퇴소라는 최후의 선택(몇 달 후에 재입학했지만)까지 할 정도로 코로나19에 유난이다.
올해는 큰 아이의 등교일에 학교도 보내고, 작은 아이는 유치원에도 등원시키지만 점심 급식은 하지 않는다. 마스크 벗는 상황을 가급적 차단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때문에 작은 아이는 등원했다가 2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유치원에 보내고 돌아와 아침 먹은 것을 치우고 청소기를 돌리고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앉으면 알람이 울린다. 애데렐라가 될 시간을 알려주는 알람.
여기에 큰 아이 홈스쿨링도 시키고, 내 일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아이들 밥도 삼시세끼 챙겨야 하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지내다 주말을 맞는 것이다.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도 '자유'가 절실한 상태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또 먹고 싶은 거 먹고. 하루 종일 누워서 텔레비전도 봤다가 책도 봤다가 멍하니 밖을 내다도 봤다가. 다른 누구를 챙기기 전에 나를 챙기며, 엄마나 아내로서의 어떤 역할 대신 나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가장 갖고 싶은 게 '자유'라는 것을 알지만 남편에게는 '그럼 나 주말에 하루만 휴가 줘~'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다. 그 역시 바라고 또 바랐을 주말을 나 좋자고 온전히 다 빼앗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내가 힘든만큼 남편 역시 힘들다는 것을 잘 아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생일선물이고 뭐고, 서로 편하게 안전한 집에서 배달 음식이나 시켜 먹는 게 제일이지 않을까 싶다.
여보~. 올해 선물은 킵!
치맥이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