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엄마 몸을 반으로 나눠 가져!"

독박육아 에세이

by 이니슨

두 아이의 성별이 다르기 때문일까, 한 배에서 나왔어도 하는 짓이며 좋아하는 것, 취향 등등이 완전히 다르다. 서로 다른 인격체이니 다른 것이 당연한데, 문제는 내가 '독박육아'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다가도 내가 동시에 감당할 수가 없어 '미칠 것 같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요즘 가장 미치겠는 때는 두 아이가 서로 가고 싶은 곳이 다른 때다.

작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일반 사립유치원이지만 영어교육에 특화돼 있는 곳으로 원 내에 초중등을 위한 어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큰 아이는 오후에 이 어학원에 다닌다. 같이 어학원을 다니는 큰 아이 친구의 엄마가 일로 인해 다소 늦게 오기 때문에 그때까지 내가 같이 데리고 있는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 셋과 유치원 1층 놀이기구를 갖고 놀거나 근처 놀이터에 가는 일정이다.


그런데, 내 아이 둘의 의견이 서로 맞지 않을 때가 많다. 큰 아이는 놀이터에 가고 싶은데 작은 아이는 유치원에서 놀고 싶어 하는 것이다. 큰 아이가 아무리 초등생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1학년인 데다 심하게 까불거리고 덜렁대는 통에 친구와 둘만 놀이터에 보내기엔 이르다. 게다가 걸어서 7~8분 거리에 있는 놀이터이기도 하고. 둘째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유치원이라지만 5살 된 아이를 혼자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굳이 거기에 있을 필요도 없다.


최근엔 이 문제로 두 아이 사이에 싸움이 생겼었다.


"OO아. 오빠 놀이터 가고 싶단 말이야. 놀이터 가자!"
"싫어~. 나는 여기(유치원)에서 놀 거라고!"
"만날 너 하고 싶은 대로만 해? 너 오빠 말 안 들을 거야?"
"으아아앙. 나는 여기서 놀고 싶다고!!


큰 아이는 작은 아이에게 놀이터에 가자고 짜증과 화를 내고, 작은 아이는 자기는 유치원에서 놀고 싶은데 오빠가 놀이터에 가잔다고 울고. 결국 그날의 선택은 '어느 누구도 양보하지 않을 거면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였다. 다행히 두 아이가 실랑이를 하는 동안 큰 아이 친구 엄마가 도착했다.


외식을 할 때도 문제다.

이따금씩 밥도 하기 싫고 치우기도 싫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돌아와 씻고 자는 것이 최고다.


"우리 오늘 밖에서 밥 먹자. 뭐 먹을까?" 라고 물으면 어쩜 먹고 싶은 것도 이리 다른지. 한 아이는 고기, 한 아이는 생선구이 등 완전히 다른 메뉴를 얘기한다. 그렇다고 뷔페에 갈 수도 없다. 보통 20여 분 동안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아이들의 짜증과 징징댐이 반복된 후에 엄마의 개입(화)으로 상황이 종료된다.


"이번에는 고기 먹고 다음번엔 생선 먹자"
"어제 고깃국 먹었으니 오늘은 생선 먹자"


라고 방안을 제시해봐도 소용없다. 이미 떼가 시작되면 막무가내다.


"됐어!! 이럴 거면 집에서 김이나 싸먹어!!" 라며 큰 소리가 나야 누구 한 명이 "그럼 오늘은 내가 양보할게, 그냥 고기(생선) 먹자"라고 나온다.


놀이터에서 놀 때, 집에서 놀이를 할 때 등등 일상에서 두 아이는 동시에, 서로 다른 이유로 나를 찾는다. 큰 아이의 요구에 응하고 있으면 둘째 아이가 나를 잡아끌고, 둘째 아이의 요구에 응하고 있으면 큰 아이가 나를 찾는다. 정말 내 몸이 서너 개는 됐으면 좋겠다. 결국 "엄마 몸이 열 개라도 돼? 매번 서로 다르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이럴 거면 엄마 몸을 반으로 나눠가져!!" 라고 소리를 지르고 만다.



두 아이를 픽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일을 하지만 일하는 시간과 장소 조율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해서 두 아이의 픽업을 직접 하고 있다. 아이들도 엄마와 함께 다니는 것을 원한다. 좀 크면 친구들이랑 학원차 타고 가는 걸 좋아한다는데... 그냥 픽업이 아니라 학원에 데리고 갔다가 데리고 오는 것까지.

서로 원하는 사교육을 시키다보니 시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평소에는 할만한데 일주일 중 하루, 정말 미치겠는 날이 있다.


큰 아이가 축구교실과 어학원에 가고, 작은 아이가 미술 교습원에 가는 날이다. 큰 아이를 하교 시켜 축구교실에 데리고 간 후에 부지런히 돌아와 작은 아이를 하원 시켜 미술 교습원에 보낸다. 그러면 축구교실 차(축구 끝나는 시간과 둘째 아이 미술 교습원 가는 시간이 겹쳐 부득이하게 하원은 학원 차를 이용한다)를 타고 오는 큰 아이를 챙겨 어학원에 보낸 후에 잠시 숨을 돌리고 미술 교습원으로 작은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이다. 보내고 찾고 보내고 찾고 또 보내고 찾고.


두어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나면 나는 녹초가 되고 만다. 최근에 딸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는 친구가 아이 미술 학원을 보내놓고 기다렸다가 데리고 오는데, 생각보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나도 이렇게 힘든데 둘을, 그것도 교차로!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학교 갔다 학원 갔다 또 학원 갔다,,,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날. 미술 교습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간식을 사달라는 아이에게 무심코 "엄마 오늘 정말 미쳐버리겠어"라는 말실수를 해 "미안. 엄마 오늘 너무 힘들어"라며 정정하기도 했다.



재울 때 또 한 번 독박육아라는 것에 대해 좌절한다.

나는 두 아이를 각자의 방에서 자게 한다. 큰 아이 잠자리 독립을 시키면서 자연스레 작은 아이도 잠자리 독립을 했다. 하지만 작은 아이는 아직 엄마 품이 많이 필요한, 겨우 다섯 살일 뿐이다. 작은 아이가 엄마랑 자겠다고 울기라도 하는 날이면 큰 아이까지 덩달아 엄마랑 자겠다고 나선다. 한 명의 일탈(?)은 두 아이 모두의 일탈을 불러오기 때문에 작은 아이의 요구조차 들어줄 수가 없다.


이럴 때 아빠라도 있으면 하나씩 방에 데리고 가 같이 자겠지만 나는 혼자. 그렇다고 매번 두 아이를 다 안방에서 재울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 부부 침대는 아이 둘과 같이 누워서 자기엔 좁다. 아이들에게 바닥에 이불 깔고 자자고 해도 싫다고 하니 "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아이가 하나일 땐 크면서 혼자 외로울 것만 같았다. 형제든 남매든 있으면 둘이 같이 놀면 되니 덜 외롭고, 매번 같이 놀아줘야 하는 내 수고도 덜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난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둘이 같이 놀기도 하지만 싸우는 때가 많고, 혼자 외로울 것만 같았지만 형제가 있다고 매번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게다가 내가 이렇게 두 아이 육아를 혼자 하게 될 줄도 몰랐다.


큰 아이가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때가 있다. 어디로 보내버리란다. 그럴 때면 난


"네 동생을 어디로 보낼 테니 너도 같이 어디로 가. 그래야 공평하지. 넌 동생 하나로도 힘들지? 난 그런 애가 너까지 둘이야! 그럼 엄마는 얼마나 힘들겠니!"


라고 또 모진 말을 뱉어낸다. 아이가 둘 이상이면 아이들끼리 알아서 잘 놀테니 내 수고가 줄어들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내가 챙겨야 할 것이 오히려 몇십 배는 되는 것 같다. 같이 잘 놀지 않는 날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수시로, 각자의 이유로, 동시에 나를 불러대니 말이다.


이렇게 나 혼자 몸으로 두 아이의 취향과 원하는 것을 모두 고려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나마 희망을 갖는 것은 '크면 괜찮을 것'이라는 것.


얘들아. 진짜 크면 괜찮은 거 맞지?




제 육아에세이를 엮은 책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가 출간됐습니다. 평균 이하 엄마가 두 아이를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200% 공감 가능한 리얼한 육아의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오늘도 육아에 지쳐 탈출구가 필요한 분들, 육아하는 아내 혹은 남편이 왜 힘들다고 하지 모르겠는 분들, 현재 육아를 하시는 분들, 앞으로 육아를 할 예정이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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