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주제인 부부 대화 시 삼가야 할 말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부가 아이 문제로 대화를 할 때가 참 많다. 그런데 그 대화가 매번 좋은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서로의 감정을 건드려 큰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화의 목적은 더 나은 방향을 찾는 것이지 서로를 헐뜯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이가 주제인 부부 대화 시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 있는 것 같다.
경험 상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말은 꼭 삼가는 것이 좋겠다.
(마음의 소리)
누군 몰라서 안 하냐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는 거지. 이론대로만 살아지면 세상 참 편하겠다.
지시하는 표현은 삼가자. 본인이 직접 그렇게 할 게 아니라면 지시보다는 조언하는 어투로 말해주는 것이 좋겠다.
얼마 전 아이 수학 공부를 시키며 스트레스 받았다는 얘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그는 '그럼 ~~~~~해! 너도 가르치는 방법을 좀 바꿔봐!'라고 하는 것이었다. 남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그럼 ~~~~해보면 어때?'라고 하는 것과 '그럼 ~~~~~해!'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식의 말을 들으면 상대가 아이를 함께 키우는 부부가 아니라 명령하고 지시하는 관리자 정도로 보인다. 직장 상사라도 되는 것처럼 몹시 불편해진다. 그동안 아이를 향한 나의 모든 노력이 평가절하 되는 듯도 하다.
우리는 이미 이론과 실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말이 이론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실전에서는 불가능할 수 있다. 그러니 이론만 내세우며 상대를 평가하고 명령하는 것은 삼갔으면 좋겠다.
(마음의 소리)
내 탓하기 전에 당신이 쉬는 날 애들한테 어떻게 하는지나 생각해 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애도 아닌데, 왜 문제의 원인을 상대에게만 돌리는 걸까. 육아는 누구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의 어떤 문제든 상대만을 탓해선 안 된다.
한동안 아이가 매사에 짜증이나 신경질이 심할 때가 있었다. 남편은 실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봐봐~. 네가 평소에 저렇게 짜증 내고 신경질 내니까 애까지 이러는 거 아니야!"
내가 모를 리 없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남편보다 내가 많으니 당연히 아이는 나를 보고 배웠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며 뜨끔하기도 하고 반성도 한다. 그러니 굳이 탓을 하면서까지 상기시킬 필요는 없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부모로서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될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엄마(아빠)라는 사람이 대체 뭐 하는 거야?"라는 말도 삼가는 것이 좋겠다.
(마음의 소리)
뭐 하는 사람이긴. 당신이나 나나 다를 게 없는 이 아이의 부모지. 네가 고용한 아이 보모 아니고.
(마음의 소리)
내 애 키우는 데 힘들다고 하면 왜 안 되는데?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보다 그 감정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게 더 문제 아니야? 네가 내가 돼서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이상, 그럴 게 아닌 이상 어떤 말도 함부로 하지 마.
그러게 말이다. 그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미처 몰랐다. 아무리 내 아이라고 해도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단지 그 힘듦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보여도 외면하는 걸지도.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고 힘들지 않은 게 아니다. 상대가 혼자 감당하고 있는 것일 뿐. 그러니 내 눈에 상대의 힘듦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가 힘들지 않다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깥일은 힘들고, 집안에서의 일은 노는 일이나 쉬는 일이라고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비난하는 식의 말은 서로의 감정싸움만 될 뿐이니 반드시 삼가길~.
(마음의 소리)
나는 나가서 노는 줄 알아?(나는 집에서 명품 쇼핑이나 하면서 노는 줄 알아?)
아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공통의 마음을 갖고 있는 부부는 서로를 저울질 할 필요가 없는 관계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함께 나아가면 그 뿐.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부모 모두가 이미 세상에서 가장 잘난 사람들이다.
처음엔 아이 문제를 상의하려고 시작된 대화였는데 이 말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 마음만 상한 채로. 나 역시 남편과 감정이 격해질 때면 속으로 이런 말들을 수없이 하곤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미 아이를 같이 키우고 있는데 굳이 '네가 키워 봐!'라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물론 여기서의 '키워봐'는 구체적인 의미가 있지만 상황이라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리고 '나만큼 벌어 와!'라고 큰 소리 치는 것도 어이가 없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만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고, 밖에서 일을 한다고 아이를 키우지 않는 게 아니다. 또, 집에 있다고 벌어온 돈을 헤프게 써대는 게 아니고, 밖에서 일을 한다고 아이를 돌보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니다.
물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한 쪽이 영향을 더 줄 수밖에 없다. 이때 더 좋은 영향을 주려면 어느 한 쪽이 아닌 부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감정이 격해질 땐 잠시 휴전을 해 보면 어떨까. 여러 육아전문가들은 아이에게 화가 날 때 감정을 추스르는 방법으로 잠시 자리를 피해있으라고 한다. 이는 부부의 대화 중에도 좋은 방법이다. 단, 짜증 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거나 밖으로 나가버리면 감정이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잠깐 쉬면서 생각해 보고 다시 얘기하자' 정도의 말은 남겨주자.
대화는 애초에 싸우자고 시작한 게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 보면 그 목적은 잊은 채 각자의 생각과 입장만을 내놓고 상대가 그것과 다르다면 헐뜯기 바빠진다. 아이를 더 나은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부터 더 나은 어른이 돼 보자.
문제가 생겼을 때 상대를 무시하고 자기주장만 하는 어른 말고 상대의 말을 들으며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성숙한 어른이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