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왜 엄마만 해야 할까? 그 어려운 걸 하면서도 왜 매번 무시받고 노는 여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걸까?
내가 내 아이를 낳아 키우다보니 비로소 육아가 얼마나 힘들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엄청난 팩트를 육아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알길 바란다. 함께 할 수 없다면 적어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비판하지는 않길 바란다.
주양육자(여기서는 주로 엄마) 역시 배우자를 질책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 역시 나름의 고충이 있을테니까.
몇 년째 '독박육아'를 주제로 에세이를 쓰고 있다. 그동안 많은 댓글들을 봤는데, 댓글의 종류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나와 같이 힘들어 죽겠다고 공감하는 댓글, 선배부모로서 나와 같은 사람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댓글, 니 애 키우는데 뭐가 힘드냐고 질책하는 댓글, 네가 나가서 돈 벌어라며 속되게 표현하는 댓글.
특히 마지막 종류의 댓글을 보면 자연스레 '애 키우는 건 쉬운 줄 알아? 육아가 집에서 노는 건 줄 알아? 며칠이라도 해보고 말해!', '내 남편이 나보고 독박육아 맞다는데!!!'라며 분노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더욱이 내가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말이다(나도 일하는 엄마다. 출퇴근과 일하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는 게 일반 워킹맘과의 차이지만 매일, 매주, 매월 마감에 쫓기며 일하는 엄마다). 아이를 키우며 힘들다는 이야기가 결국 나혼자만의 '감정싸움'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왜 알아주지 않는 걸까.
한 이혼 전문 변호사의 글 중에서 30대 이혼의 가장 큰 이유가 출산과 육아에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서로에게 섭섭한 마음이 커지고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부딪히는 일이 잦아지고 이혼으로까지 치닫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와 남편에게도 종종 육아로 인한 문제가 생긴다. 나는 두 아이를 98% 독박육아로 돌보다 보니 너무도 지치고, 남편은 남편대로 사회생활을 하느라 지치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우리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내 위주의 날이 선 말들로 서로에게 상처를 내곤 한다.
세상에서 애는 너만 키워?!
언제던가. 남편과 말다툼이 오가던 날 그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내게 '독박육아'가 맞다고 하면서도. 그 말에 나는 말문을 닫아 버렸다. 마음속에서는 "그럼 일은 너만 하냐!"라고 외치지만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크고 긴 싸움으로 이어질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비판만이 난무하는 피 터지는 전장이 되고 말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육아로 인한 부부 싸움의 궁극적인 이유는 '무지'인 것 같다. <아빠가 육아를 시작한 후 바뀐 것들>에서 '도반장' 도준형 작가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본인이 육아를 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처럼 '집에서 애 보면서 편히 쉬는 아내가 부럽다', '커피숍에 모여서 희희낙락거리며 차 마시는 엄마들 보면 남편이 누군지 불쌍하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아내의 사회생활을 위해 하던 일 중 상당수를 접고 육아 전선에 뛰어든 후에야 육아가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았다고 도준형 작가는 이야기한다. 더욱이 회사에 다니면 월급이라도 받지만 월급은커녕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도 않는 데다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잠잘 시간도 없는 것이 육아라고 강조한다.
전업대디가 된 후에 육아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는 도준형 작가
아이가 없던 때의 나를 떠올려봤다. 나 역시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무식했다. 육아에 대한 어떤 것도 알지 못하면서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도 넷 낳겠다고 했었다.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말이었는지도 모른 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 나는 수시로 지옥을 맛본다. 육아는 과거에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별 것 아닌 일이 아니었다.
야 이 녀석(가끔은 ㅅㄲ)들아!!!
싸울 거면 들어가!!!
내가 이 꼴 보려고 너네 낳고 미역국을 먹었는 줄 알아!?!?!?
하루에도 여러 번 아이들을 향해 소리 지른다!
그리고는 빌어먹을, 젠장, 짜증나, 1818181818...온갖 부정적인 말들을 읊조린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한동안 씩씩 거리고서야 진정되곤 한다.
화가 나서 미치겠고,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미치겠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미치겠고, 매일 나 혼자 이러고 있어서 미치겠고. 별의별 이유로 나는 매일 미칠 것 같았다. 화가 쌓이고 쌓여 가슴이 아프고 숨이 턱턱 막히고 금방이라도 내 몸이 부풀다 터져 먼지처럼 사라질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런 걸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애는 너만 키우냐', '너도 나가서 돈 벌어봐'라는 말이나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빠가 육아를 시작한 후 바뀐 것들>에서는 신기하게도 내가 느낀 그런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저자가 남자인데도 나와 느끼는 게 같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공감받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화병까지 났었다는 대목에서는 극한 공감을 느꼈다.
'어쩜 나랑 이렇게 똑같아!'
이렇게 힘든데도 왜 어떤 이들은 엄마들을 '노는 사람' 취급하는 걸까? 그들은 스스로 해보지 않아서 모르기 때문에 너무도 쉽게 그런 말들을 한다.
도준형 작가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행복의 가치를 알게 됐다"라
고 말한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이 그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나는 남편에게 일찍 퇴근해 들어와 아이를 돌보라고 강요하고 싶진 않다. 회식에도 가지 말고 일찍 들어오라고 잔소리하고 싶지도 않다. 그건 우리나라에선 현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도준형 작가처럼 겸임교수도 하고 마케팅 회사도 운영하고 강의도 다녀서 하고 있는 일의 일부를 접고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아빠들은 많지 않을 테니까.
다만 '육아'를 하찮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을 '집에서 노는 여자'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고 있는 엄마들을 '남편 등골 빼먹는 여자'라며 눈 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사회생활하는 남편들의 어려움이 크듯 아이를 돌보는 아내들의 어려움 역시 크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는 엄마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빠와 함께 키워야 한다는 것, 사회생활하는 것이 아빠가 하는 육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에 썼던 것처럼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가사가 아내의 일이 될 순 있다. 하지만 육아는 아니다. 육아는 부모 모두가 참여하고 노력해야 할 분야라는 것을 더 많은 아빠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아빠가 육아를 시작한 후 바뀐 것들>에 쓰여 있는 문구처럼, 스스로 돈 버는 기계가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도준형 작가가 알려주는 '육아에 소홀한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
이 책을 알게 됐을 대 '전업대디'는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돌볼까, 아내에 대한 마음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내가 몰랐던 아빠들의 고충도 알게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책 내용 하나하나가 내 공감을 이끌었고, 남편의 마음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도준형 작가가 알려주는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남편 응원법'
많은 엄마들이 육아의 무게에 지쳐 남편에게 먼저 이해받기를 바란다. 육아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불평만 늘어놓는다. 그런데 남편들 역시 밖에 나가서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생활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간이며 쓸개며 다 빼놓고 일한다는 것은 때로는 아내들이 생각하는 이상이다. <아빠가 육아를 시작한 후 바뀐 것들>을 보면서 남편이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남편을 이해하고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됐다. 남편은 내 육아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 책은 육아로 지쳐있는 엄마들은 물론이고 왜 아내가 힘들다고 하는지 모르겠는 남편들이 읽어보면 좋을만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육아 에세이는 육아를 전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위에서 쓴 것처럼 '육아를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기 때문이니까. 다른 사람들의 육아 에세이를 통해 내 배우자가 느끼는 힘듦과 고통과 우울함과 그 외의 것들을 알게 될 것이다.
혹시
'집에서 애 키우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유난이야!'
'애는 원래 엄마가 키우는 거지~'
라는 말을 들은 엄마가 있다면 배우자에게 이 책을 살며시 권해주길 바란다.
특별히 이 책은 육아를 도맡아 하는 아빠의 이야기인 덕분에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아내들이 읽어봐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