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직구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반입된 캠핑용품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56%나 크게 늘었다고 한다. 글로벌 쇼핑 플랫폼 Qoo10의 올해 7~9월 캠핑 카테고리 거래량은 작년 동기 대비 479%나 증가했고, 특히 9월 거래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95% 증가해 약 7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출처 = 서울경제TV).
그만큼 캠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생소했던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도 셀 수 없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언택트가 강조되는 코로나19 시대에 즐길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레저는 '캠핑'인 것 같다. 하지만 그조차도 예전처럼 자유롭게 즐길 수 없다는 건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제대로 된 캠핑을 시작한 것은 6~7년 전이다. 내 어릴 적 캠핑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보자면 여름에 엄마 아빠 친구분들과 계곡으로 놀러 가서 텐트를 치고 2-3일을 놀았던 것 정도다. 당시엔 재밌게 잘 놀았고 딱히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캠핑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없는데도 성인이 된 내게 캠핑이라는 영역은 썩 내키지 않았다. '불편하지 않을까?', '화장실도 더럽지 않을까?' 하는 이유였다. 호텔이나 리조트, 펜션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캠핑은 노숙의 개념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원래 캠핑을 즐기던 남편의 끈질긴 설득 끝에 큰 아이가 3살이 되던 해에 캠핑을 시작했다. 아마도 식목일 연휴였던 것 같다. 분명 불편하고 지저분할 것 같아 달갑지 않던 캠핑이었는데 첫 캠핑 날 나는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여유 때문도, 불멍 때문도 아니었다. 아이가 내가 아닌 다른 아이와 노느라 내게 오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성인이 된 후 나의 캠핑은 너른 잔디밭에서 시작됐다. 가운데 잔디밭을 중심으로 가장자리에 텐트를 치는 구조의 캠핑장이었는데 덕분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에 좋았다. 층간소음 때문에 "뛰지 마!", "살살 걸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아이들에게 그곳만큼 좋은 곳은 없겠다 싶을 정도로 잔디밭이 잘 돼 있었다.
아이는 처음엔 새로운 곳이 낯선지 내 손을 잡고 잔디밭을 거닐었지만 이내 다른 텐트의 처음 만난 형의 손을 잡고 뛰놀기 시작했다. 아이가 그 형과 노는 사이에 혼자 여유롭게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그곳이 바로 '지상낙원'이었다.
당시 나는 아이를 키우며 여러 가지로 지쳐있었던 것 같다. 하루 종일 아이와 무언가를 하며 놀아줘야 한다는 것도 내심 부담이었다. 그랬는데 다른 누군가가 내 아이와 잘 놀아준다니, 더욱이 아이가 내게 매달리지 않는다니.. 진심 몹시도 좋았다.
그 이후로도 캠핑을 갈 때마다 아이는 또래 아이들과 곧잘 어울렸다. 서로의 텐트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깜깜해진 후에는 각자 랜턴을 들고 다니며 한참을 놀곤 했다. 어릴 때부터 캠핑을 다니면 사교성과 사회성이 좋아진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지금은 안 그런 경우가 많고, 또 안 그러는 게 맞지만 캠핑을 가면 자연스레 주변의 텐트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웃으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생전 처음 보지만 친해지는 사람들도 생기고. 그래서 캠핑은 사람들 만나서 노는 걸 좋아하는 내 성향과도 잘 맞았다.
이런 이유로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캠핑의 재미에 푹 빠졌다.
코로나19 이후로 내가 캠핑을 가는 목적이 완전히 달라졌다.
더이상 사람들과 어울리고, 아이가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다는 이유로 캠핑을 가진 않는다. 오히려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것들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옆 사이트와의 간격을 미리 확인하고, 가능하면 구석 자리로 예약한다. 또 놀이터나 트램펄린이 있는 곳은 피한다. 아직까지 여러 아이들, 그것도 처음 보는 아이들이 북적이는 놀이터나 트램펄린에서 그들과 뒤섞여 내 아이들을 놀린다는 게 몹시 불안하다. 놀이터나 트램펄린이 버젓이 있는데 못 놀게 하는 것도 곤욕이니 가능하면 없는 곳을 찾는 것이다. 아이가 또래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캠핑인데 지금은 그 좋은 걸 완전히 배제하게 되는 현실이다.
[ 캠핑 에티켓 ]
코로나19 시대, 안전하게 캠핑을 즐기기 위해 산책을 하거나 개수대, 화장실 등 공용 공간을 이용할 땐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요즘은 캠핑의 목적이 오로지 '숨 쉬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만 머무르다 자연 속으로 나가 숨통이 트이는 유일한 시간이 캠핑이다. 확진자 수가 많아지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면서 나와 아이들은 제대로 '집콕 생활'을 했다. 우리 집에서 집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외부에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남편뿐이었다. 집콕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되긴 했지만 그 답답함과 막막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내게 집은 창살 없는 감옥과도 같았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밖에 나가고 싶지만 사람들과의 접촉이 무서워 피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하향조정에 따라 조심스레 캠핑을 재개하면서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다. 지금도 코로나19가 종식된 것이 아니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언택트' 개념을 잘 지켜야 하지만 그렇게라도 캠핑을 하니 내 안의 깊은 곳에서부터 온전한 숨을 내쉬고 들이마실 수 있게 됐다.
꽉 막힌 집이 아니라 탁 트인 자연 속에서 숨 쉬는 게 좋다. 비록 예전처럼 다른 캠퍼들과 웃으며 인사를 할 수도, 아이들이 나를 벗어나 또래들과 어울려 놀 수도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좋다.
언제 다시 예전처럼 자유롭게 캠핑을 즐기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그런 날이 올거라는 희망만 가질 뿐. 코로나19 전과 후, 캠핑의 목적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그것이라도 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하며 이번엔 또 어디로 떠나볼까 인터넷을 뒤진다.
[추천 캠핑장]
#해여림캠핑장
첫 캠핑장. 남편의 말로는 내 첫 캠핑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해주려고 엄선한 곳이라고 한다. 가히 그럴만한 곳이기도 했다.수목원이었던 곳이 캠핑장으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조경이 잘 돼 있다. 캠핑 구역도 여러 개고 분위기도 제각각인데 아이들 놀기엔 메인 잔디광장이나 관리실 앞 쪽의 잔디밭이 좋다. 우리는 연간회원권을 끊어 다녔었는데 한 두 가족용의 한산하고 프라이빗한 연간회원 전용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위치 : 경기도 여주
#에브라임캠핑장
한동안 굉장히 애정하던 캠핑장이다. 놀이터와 트램폴린이 있어서 아이들 놀기 좋고, 화장실이나 개수대도 깨끗하게 잘 관리된다. 관리실에 카페(?)가 있는데 이곳에서 비누나 방향제 같은 것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유료). 내 아이들이 또래들과 노느라 돌아올 생각을 안 하던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