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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평 24화

053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오건영 저)

by 나무파파

저축이 미덕이라는 어릴 적 가르침을 철저히 준수했던 나는 팬데믹 시기가 오기 전까지 주식, 코인과 같은 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팬데믹 시기 전 세계 정부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자산 가격이 급등하여 FOMO 증후군을 경험한 후,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전혀 준비 없이 남들이 산다는 것만 따라 샀기에 결과는 좋지 못했다. 가슴이 쓰라렸지만, 비싼 수업료를 냈다 치고 무지했던 경험을 거름 삼아 투자와 경제 관련 서적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거시 경제에도 관심이 갔고, 많은 사람들에게 거시경제의 멘토로 추앙받는 오건영 팀장님의 에세이와 책을 읽으며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오건영 팀장님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 지식이 전무해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초심자도 이해할 정도로 환율과 금리의 움직임, 여러 경제 위기에 대한 원인과 분석을 간단명료하게 작성되었다. 그 덕에 경제 공부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최근 오건영 팀장님의 신작 <환율 대전환>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바로 예약 구매를 하였다. 지난주 수령 즐거운 마음으로 독서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내가 과거 읽은 오건영 팀장님의 책 다섯 권에 대해 지금 현재의 경제 상황을 대입하여 다시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마음에 서평을 써본다. 그 첫 번째 책이 <환율과 금리로 보는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이다.

CPI, PPI, PMI, GDP…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용어이다. 각각 소비자 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국내총생산지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경제의 향방을 알기 위해 각종 경제 상황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사실 미래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조금이라도 미래를 엿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언급한 지표 외에도 수많은 경제 지표를 탄생시켰다. 경제를 알고자 한다면 이 모든 복잡하고 다양한 지수를 알아야 할까? 경제학도가 아닌 이상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살아가며 꼭 알아야 할 중요한 경제 지표는 어떤 게 있을까? 저자는 ‘금리’와 ‘환율’을 꼽는다.

물론 혹자는 물가상승률, 무역지수 등 다른 지표의 중요성을 역설할지 모른다. 하지만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대에는 유가와 물가상승률, 2000년 중반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고용률, 2010년대 유럽재정 위기에는 재정지표,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는 코로나 발병자 숫자, 2021년 인플레이션의 시기에는 물가상승률과 기준금리라는 지표가 중요했던 것처럼 각 시대의 주요 경제이슈에 따라 중요 지표는 계속해서 변해왔다.

그럼에도 저자가 환율과 금리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두 지표에 많은 함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환율은 한 국가의 경제상황을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상대적인 통화가치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달러는 원, 유로, 엔, 위안 등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인다.

환율이 한 국가의 경제력을 상대적으로 표현하는 지표라면, 금리는 한 국가의 통화정책의 향방을 나타낸다. 정부가 환율을 조정하는 것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무역적자에 민감한 미국 정부는 매년 환율보고서를 통해 타국의 환율 조작 여부를 감시한다.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에 개입을 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어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 반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결정을 통해 시중의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대표적인 통화정책으로 꼽힌다. 경기가 지나치게 과열되면 기준금리를 올려 경제를 진정시키고, 경기 침체기에는 금리를 낮춰 시중에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연준을 위시한 전 세계 중앙은행이 펜데믹 시기 기준금리를 낮추어 경기를 부양했고, 2021년 갑작스러운 인플레이션에 기준금리를 올려 돈의 가치를 높인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환율과 금리가 별개의 지표처럼 말을 했지만 사실 둘의 관계는 깊다. 환율이 경제력뿐만 아니라 금리에도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금의 강한 달러가 그 예이다. 미국은 40년 만의 엄청난 인플레이션의 시기를 경험하자, 강한 경제 체력을 믿고 급격히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다른 신흥국은 금리를 지나치게 올릴 경우 경기 침체가 우려되어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2023년 7월에는 한-미의 금리차가 2% p까지 벌어지며 역대 최고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많은 이자를 주는 달러로 수요가 몰렸고, 원달러 환율은 우리가 지난 십 수년간 익히 봐왔던 1100원 수준을 아득히 넘어버렸다. 교과서적인 지식으로는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좋다고 배웠지만, 엔, 유로 등 대부분의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통화 약세의 이점은 희석되었다. 그리고 짧은 기간 내에 일어난 환율의 극심한 변동은 경기에 많은 혼란을 주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극심한 딜레마에 빠졌었는데, 미국과 금리차이와 환율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올려야겠지만, 부진한 성장률과 침체된 내수경기를 고려하면 기준금리의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미국의 금리와 원달러 환율은 우리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최근 환율과 금리가 실제 거시 경제에 영향을 미쳤던 또 다른 사례는 2024년 8월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 청산 이슈이다. 캐리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것을 뜻하는 금융용어이다. 쉽게 말해 일본의 엔화를 싼값에 빌려 높은 이자를 쳐주는 미국의 달러에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란 내가 산 가격 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아 수익을 내야 한다. 만약 금리차가 줄어든다면 더 이상 더 높은 가격으로 진입하는 신규 자금은 없을 것이므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바로 2024년 여름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일본은 1980년대 버블 붕괴와 함께 맞이한 경제적 암흑기 이후 줄곧 매우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 왔다. 반면 미국은 2021년 인플레이션 시대의 개막과 함께 매우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과거보다 금리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었다. 이에 엄청난 자금이 일본의 엔화로 조달되어 미국과 달러에 투자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고금리의 장기화로 인한 침체를 우려하여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나 물가 상승을 경험하며 금리 인상을 시도했다. 이에 캐리트레이드 자금을 청산하기 위해 많은 자금이 급속도로 미국을 빠져나가자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일어났고,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미국의 자산시장은 한 주간 급락을 거듭하였다.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발 빠른 대처로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지만, 한동안 많은 이들은 미국과 일본의 환율과 금리에 더더욱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사건 외에 저자는 세계의 경제사에서 환율과 금리의 영향이 지대했던 사건 4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사건은 1980년대의 일본이다. 당시 일본은 세계 경제력 2위의 경제 대국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쌍둥이 적자 상황에서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 공조를 꾀한다.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의 엔화를 두 배 가깝게 절상하였고, 루브르에서는 일본의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합의를 이뤄낸다. 그렇게 일본 경제의 버블은 커져갔고, 당시 미국의 블랙먼데이에 지레 겁먹어 급히 인상한 금리에 버블이 붕괴되며 일본은 40년 가까운 시기의 경제적 암흑기를 맞이한다.

두 번째 사건은 우리나라이다. 1980~90년대 일본 경기 침체의 반사적 수혜로 급성장을 하던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과도한 부채를 통해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했다. 하지만 경기 상황이 바뀌며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을 하회하였다.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는 우리나라는 관리변동환율제(고정환율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편하다)를 채택하였는데,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수출 수익의 감소로 원화의 약세 압력을 받자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외화를 쏟아부으며 외환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 환율이 엄청난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사건이다.

세 번째 사건은 유럽으로 무대가 옮겨진다. 미국 이전에 세계 패권을 장악했던 유럽은 양차세계 대전으로 힘의 중심축이 미국으로 옮겨진 후,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하여 유럽연합을 출범하고 단일 통화체계를 구축한다. 하지만 통화는 이를 발행하는 국가의 경쟁력을 대변한다. 이에 유럽 내 각국의 힘의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단일 통화를 출범시킨 부작용이 유럽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한다. EU의 맏형인 독일이 자국 경제력에 비해 절하된 유로화를 통해 막대한 성장의 과실을 수확하는 동안, EU 내 평균 이하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은 자국의 상황보다 절상된 통화를 사용하며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국가 간 차이가 심화된 것이다. 이러한 재정난이 심화되어 문제가 된 것이 2010년대 초 유럽발 재정위기이며, PIIGS라 불린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이 해당된다. 돼지를 연상케 하는 약어에서 알 수 있듯 당시 여론은 재정난을 겪은 국가들을 돈을 흥청망청 써버린 국가로 치부하며 조롱했지만, 환율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면 이들 국가도 나름의 변명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사건은 바로 중국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우리나라 돈으로 천만 원만 있으면 중국 가서 떵떵거리고 산다는 말도 있었다. 그 정도로 과거에 중국의 경제 수준은 낮았지만, 엄청난 인구를 앞세워 2000년대 초 세계화의 수혜를 통해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라 불리며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경제 대국으로 변모하였다. 그러나 성장의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중국은 위안화의 절상으로 내수를 진작하고 금융시장을 개방하며 다시 한번 도약의 준비를 한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와 미국의 금리 인하로 중국 경기는 다시 휘청이며, 중국은 10년 간 유지해 온 위안화 절상 정책을 포기하고, 부채를 중심으로 경기를 부양한다. 그렇게 중국 경제는 막대한 부채라는 어마어마한 위험을 내재한 채 발전한다.

이렇게 저자는 굵직한 네 개의 사건을 통해 환율과 금리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경제 흐름을 반영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기에 경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두 지표에 대한 관심은 필수적이다. 자본소득이 노동소득을 뛰어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신성한 노동으로 획득한 자본 토대로 더 많은 소득을 창출할 기회를, 무지의 소치로 운에게 일임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학을 배워본 사람들은 안다. 수많은 용어와 숫자, 그리고 그래프의 향연이 주는 난해함을.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경제라는 분야의 난해함 때문에 손이 가질 않는다면, 우선 환율과 금리만이라도 관심을 갖고 세계의 경제 흐름을 파악해 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어떨까? 특히 요즘은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양질의 경제 콘텐츠가 제공되어 지식의 장벽이 많이 낮아지는 추세이다. 그래서 단순히 뉴스에서 경기가 좋다, 나쁘다 정도의 단편적 지식에 머무르기보다 환율과 금리 등 최소한의 경제 지표를 바라보며 급격한 변화나 추세가 감지되면 달러 표시 자산의 비율을 조정하는 등 변화할 경제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를 갖춰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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