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서평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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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 일독(이지성 저)

by 나무파파 Jan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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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vs 12권. 2024년 우리나라와 독일 성인의 1년 평균 독서량을 비교한 수치다. 독일에 비해 꽤나 낮은 우리나라의 평균 독서량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추세가 무척 안타깝다. 이러한 유감스러운 감정이 드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깊이 내재한 독서 권장 분위기에 있다. 그렇다면 왜 책을 읽어야 할까? 그에 앞서,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일까?

보통 책 한 권을 읽는 데 필요한 시간은 10시간 정도이다.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책 보다 더 재미있는 즐길 거리가 넘치는 요즘이다. 쇼츠도 보고 인스타도 들어가 봐야 하기에 한 권의 책을 읽기 위한 10시간의 투자는 짧지도 않게 느껴진다. 특히 우리나라의 과도한 교육열로 학창 시절에 의무적으로 봐야만 했던 교과서와 참고서에 대한 반발도 독서를 어려워하는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독서를 해야 한다. 왜?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짧은 일상 소설로 풀어 말한다. 독서에 관심 없던 주인공 '현성'은 업무와 일상생활의 알 수 없는 막막함에 빠져있다. 이때 친구의 권유로 독서 멘토를 만나 독서를 시작하며 점차 발전해 나간다. 저자는 일독이라는 제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매일 독서를 한다'와 '일(1)독, 이(2)독, 삼(3)독'으로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독서 습관의 중의적 의미라고. 저자가 권하는 독서 습관 잡는 방법은 이러하다. 처음에는 한 줄, 한 문단만 읽다가 점차 한 페이지, 한 챕터로 늘려간다. 이렇게 매일 하는 독서에 익숙해질 때쯤 1주일 1권, 100일 33권, 1년에 365권으로 늘려간다. 그리고 자신이 전문가가 되고 싶은 분야에 대해 1년에 100권 이상을 읽어야 한다. '현성'은 매일, 점진적인 단계를 거치며 다독의 세계로 진입한다. 그렇게 독서의 세계에 빠진 '현성'은 독서량에 비례해 늘어나는 업무 역량과 함께 삶에서도 자신감을 되찾는다.

현성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독서의 효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지식의 확장과 삶에 대한 자신감 상승이다.

현성은 자신의 업무에서 부족한 전문 지식을 책 속의 수많은 현자들로부터 향상시켰다. 그럼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책 보다 영상의 접근이 더 용이하고 재미있는데 영상으로 지식을 얻으면 안 되나요? 저자는 작중 인물의 대사로 이에 대해 간접적으로 대답을 한다. 영상과 같은 일방향적인 주입식 매체는 정보의 습득 과정에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책의 경우 활자를 읽었을 때 좌뇌가 이해하고, 우뇌가 상상하여 이미지화하며 우리는 좌우뇌의 전방위적인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 저자의 이러한 설명에 더해, 영상의 일방적인 주입보다 잠깐 멈추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이 지식의 확장과 체득에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러한 자기 발전적인 경험은 자신감을 높여준다. 인간의 본능에는 비교심리가 자리하고 있다. SNS를 위시한 수많은 매체는 지속적으로 타인과의 비교에 노출되게 하여 우리에게 상대적인 열위의 감정을 주입시키고, 이런 과정에서 패배감과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작중 초반에 현성이 느낀 막막함도 이러한 감정과 유사할 것이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발전을 경험한 현성은 무의미한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의 자신을 현재의 평가 대상으로 삼는 미래지향적 비교심리, 즉 향상심을 느낀다.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자신을 찾은 현성의 삶을 흐리게 하는 막막함이라는 안개를 걷어 낸다.

여기에 내 개인적인 경험을 또 다른 독서의 효용으로 더해보고자 한다. 불과 수년 전의 나는 어떤 문제에 대해 덮어놓고 남 탓을 하거나, 편향에 빠져 나의 의견만이 옳다고 느꼈다. 바쁜 직장생활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쌓였던 나는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는 무조건 주변 동료와 상황을 탓하기 바빴다. 그렇게 화가 쌓인 나는 부정적인 감정 속으로 침전했고, 주변 사람들과 잦은 부침을 겪었다.

그 시기에 우연히 나는 독서를 취미로 갖게 되었다. 문학을 통해 날카로웠던 내 마음을 몽글하게 다듬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서사를 통해 내 삶의 지난날들을 반추해 보았다. 그런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배웠고, 문제의 상황에서 나 자신의 태도를 우선적으로 돌아보는 자세도 갖추게 되었다. 각종 뇌과학, 심리학 책을 읽으며 화가 나고 우울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 결과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예전에 비해 조금은 성숙해졌다고 자평한다.

이렇게 독서는 지식을 주고 자기 발전의 기회를 선사하며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물론 책에 우리가 원하는 답을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독서가 선사하는 성찰의 시간은 답을 찾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장 두 장 , 한 권 두 권 넘어가는 책장 속에서 우리는 베르길리우스*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들이 '일독'의 이유이다.

* 고대 로마의 실존 시인. 단테의 신곡에서 단테를 구원으로 이끄는 안내자 역할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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