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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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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nien Jun 26. 2018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진정한 연인이란

이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갑자가 찾아온 유학 생활에 대한 회의감. 이유 없이 나와 가장 가까운 연인에게 쌀쌀맞게 굴었다. 요 며칠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쳐서 더 예민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늘 그렇듯, 애인은 본인에게서 잘못을 찾았다. 내가 할 수 있었던 말은 고작 당신이 잘못한 거 없다고. 짜증내서 미안하다는 말이 전부였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애인은 그럴 때 어떻게 하냐고 물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처럼 잘 살고 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기에, 바보같은 자존심 때문에 차마 이유도 얘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기분 좋은 얘기를 하자며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혼자 열심히 이야기하는 그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캐묻지 않고 다그치지 않는 상대의 배려 때문일까. 아니면 마음이 편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하려는 그의 노력 때문일까... 한참을 울던 나는 눈물을 그치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애인은 계속 본인의 잘못으로 오해할 테니까.. 아무렇지 않았는데 유학생활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잠도 잘 못 자고 근래에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하면서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그리고 당신 때문이 아닌데 당신한테만 투정 부리고 짜증냈다고. 가만히 듣고 있던 그는 괜찮다고 그랬다. 힘든 일이 있으면 본인한테 짜증내도 괜찮다고. 다 받아준다고 바보같이 웃었다. 그 말에 다시 한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 감정이 이성 앞에서 이렇게 무장해제된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내 감정을 다 드러낸 적이 있었던가? 받아줘서 고맙고 같이 울어줘서 고마웠다. 나의 현재 감정을 그 자체로 존중해줘서 고마웠다. 그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나니,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감정들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듯이 사라졌다.

 

정말 따뜻한 사람이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긍정적이며, 나의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준다. 제멋대로인 나의 감정마저도 존중해주는 사람이다. 이성을 만날 때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를 나는 그를 통해 배우고 있다. 어쩌면 이런 게 참된 연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서로 응원하고 의지하는 것. 힘든 일이 있으면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것. 언제나 이성 앞에서 완벽하고 싶었던 나는 처음으로 그 앞에서 울었고 힘들다고 말했다. 여전히 과거의 습관을 못 버리고 감정을 숨기기도 한다. 상대에게 잘난 모습만 보여주려고 가면을 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이 따뜻한 사람 앞에서 무장해제되는 나 자신이 나쁘지 않다.   


회사 끝나고 본가로 가는 길.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서 간다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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