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공무원을 준비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체력평가를 준비하기 위해서 단기간 체력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다. 당시 '좌전굴'이라는 종목이 있었는데 유연성을 요구하는 종목이었다. 그때 첫 기록은 마이너스로 수준이 처참했었다. 유연성을 단기간에 늘리기 위해 이를 악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다리를 찢으면 유연성이란 것이 금방 늘어나는 줄 알았지만 막상 해보니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쉽게 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과도한 다리 찢기가 다리에 무리를 주어서 심각한 통증을 야기시켰고 그 결과 오히려 기록이 줄어드는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다리를 찢을 때 고통과 기록이 나오지 않을 때 심적 부담감이 고문과도 닮아 있었다. 그럴수록 더 이를 악물고 유연성을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같이 수업을 받는 친구가 "쉬엄쉬엄해요. 그렇게 무리하게 하다가 오히려 더 안 좋아요. 심하면 햄스트링이 파열이 되어서 아예 실기시험도 못 치를 수가 있어요."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
"오히려 좋아. 햄스트링이 파열된다면 그만큼 노력했다는 증거니깐 후회는 없다고"
그 친구는 이런 말을 했던 나를 보며 독종으로 비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더 이상 걷기도 힘든 지경이 이르렸을 때 불안함을 가득 안고 불편한 마음으로 3일 정도 쉰 적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작정 쉬고 있으니 다른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하고 있을 텐데 나는 이렇게 쉬어도 될까 라는 생각이 엄습했다.
그러나 3일은 마사지를 하면서 쉬었던 덕분인지 기록이 확연하게 좋아졌다. 이렇게 쉼이라는 게 살아가면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였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가 있듯이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해로울 때가 있다. 우리는 때론 몸이 보내는 신호든 마음이 보내는 신호든 귀를 기울 이 필요가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업무에 시달리거나 관계에 지칠 때가 많다. 그럴 때는 너무 애쓰지 않고 아주 잠시라도 마음 놓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자가치유의 시간을 부여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단기간에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20cm라는 대단한 기록을 얻었지만 그래도 원하는 목표점수에 다 다르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같이 준비하는 학생 중에는 나보다도 덜 유연함에도 불구하고 기록이 훨씬 좋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관찰하면서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해 유심히 고민한 적이 있었고 인터넷 등 여럿 연구 자료를 공부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30년간 쌓아온 습관 때문이었다. 30년간 몸이 굳은 채 이렇게 살아왔고 그러한 습관들이 모여 지금의 형태를 만든 것이다. 허리는 구부정했으며, 어깨는 말려있었고 이러한 습관들이 지금과의 결과를 만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러한 몸 상태가 된 이유는 과거의 직업이 원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나는 특수부대 출신이었고 항상 무거운 군장을 무게를 짊어져야 했기에 신체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현재와 같은 몸으로 변모했고 그렇기에 신체는 강직해졌지만 유연하지 못했다.
사람이란 게 이렇듯 어떤 환경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삶에 있어서 강직함은 중요한 뼈대가 되기도 하며, 뚜렷한 주관이 된다. 살다 보면 수많은 문제에 대해서 고심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 결정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하기에 강직함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너무 강직하다 보면 끝을 보기도 전에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강직하되 어떤 상황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함도 있어야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