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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리 Sep 11. 2024

쉬이 사랑하고 쉬이 헤어지는 무던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습도가 낮아 꽤나 안정적인 여름의 날씨였다.

친구와 석촌호수를 걷기 딱 좋았으며, 땀이 조금씩 나는 것이 묶은 때가 벗겨지는 기분이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주제는 "이별"이었다.


친구를 최근에 만났을 때가 5월 무렵, 그때도 친구는 남자친구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직도 헤어지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시기 무렵, 우연인지 필연인지 남자친구에게 안 좋은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그래서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을 떠나는 게 미안한 일이라서, 그게 마음에 걸려서 헤어지자라는 말을 속으로만 돼 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일이 끝날 무렵까지 조금만 더 곁을 지켜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기에 헤어지자고 말은 꺼내야 하는데 막상 말을 꺼내려고 할 때면 주저하게 된다고 한다.


나는 친구에게 헤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친구는 이제 나이가 어느새 서른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더 늦기 전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결혼에 대해서 여전히 생각이 없어서 그것 때문에 헤어져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이성적으로는 한시라도 빨리 헤어지고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게 답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의 남자친구와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라는 걱정과 남자친구와 오랜 시간을 애정을 만들고 공유했던 수많은 시간이 있는데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한순간에 동전 뒤집기처럼 변할 수 있냐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이 아직까지 붙잡고 있는 일들이 많다.

이성과 감성은 언제나 시간 차이가 있어서 결정하는 것은 늘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끝내 어떠한 선택이더라도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어쩌면 마음속에 이미 정답을 정해 놓았지만 머뭇거리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주저하게 만드는 시간은 헤어질 때에 마지막 모습이 아름답게 기억되고 싶은 이기적인 욕심 때문일 수도,

아니면 아직도 당신이 필요로 하는 마음이 정리가 될 때까지 당신을 이용하는 이기적임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괜찮은 이별이 어디 있겠냐만은 이별 앞에서 늘 초연했으면 좋겠다.

가볍게 만나고, 쉽게 사랑하고, 무던히 이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으며, 뒤늦은 후회도 없고 이별 후에 적당히 아파하고 언제 아팠냐듯이 금세 잊고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안녕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부디 쉬이 사랑하고 쉬이 헤어지는 그런 무던한 사람이고 싶다.


(@912_guki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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