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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Z 교장 Dec 31. 2022

엄마!

뚝배기처럼 진한 장모님 사랑

김서방 점심 아직 안 먹었지?
'엄마'가 좋아하는 동태탕 끓여줄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코로나에 걸려서인지 요즘 입맛이 없어 대충 국물에 밥을 말아 먹었는데, 엄마가 동태탕을 끓여준다는 말에 벌써부터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나고 자란 곳이 바닷가라 거의 모든 해산물을 좋아하지만 특히 엄마가 끓여준 동태탕을 제일 좋아한다.



동태탕을 제일 좋아하는 이유는 엄마의 동태탕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맛의 절묘한 조화이다.

엄마의 동태탕은 구수한 집 된장을 베이스로 새우젓으로 간을 하여 국물을 내기 때문에 그 맛이 황송하다.

맵지 않으면서 알싸하고 짜지 않으면서 혀의 미각을 자극하여 과하지 않은 맛이 나는데 국물이 진하다.


다음은 동태탕에서 가장 중요한 생선 동태이다.

불편한 다리로 언제나 인근 전통시장의 단골가게에서 뱃속이 꽉 찬 아주 작지도 아주 크지도 않은 손질되지 않은 동태를 직접 사오신다. 언제가 물은 적이 있다.

"왜 동태를 가게에서 손질해서 가져오지 않고 힘들게 집에서 직접 손질하세요?"

"힘들어도 내가 직접 손질해야 해. 가게에서 손질하면 대충 토막을 내는데 그러면 안 되거든. 동태는 부위별로 맛이 달라서 내 칼로 잘라야 맛이 있어"


마지막으로 반드시 동태탕을 뚝배기에 끓인다.

사실 엄마는 그릇 중에서 뚝배기를 무척 아낀다. 언젠가 아내가 뚝배기를 세제로 닦는 걸 보고 크게 호통치신 적을 보았다. 뚝배기는 숨을 쉬는 그릇이라 세제로 닦으면 나중에 음식을 할 때 세제가 국물에 배어 나온다는 것이다.

뚝배기는 겉모습은 투박하지만 탕이나 찌개를 여기에 끓여 먹으면 그 맛은 깊고 오래간다. 끓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도 양념이 재료에 고루 베어 들고 따뜻한 온기가 오래가기 때문이다. 



이런 엄마는 뚝배기를 닮았다.

투박한 뚝배기처럼 무뚝뚝하게 엄마도 말씀이 참 없다. 꼭 필요한 말만 그것도 매우 짧게 한다.

하지만 늦게 끓지만 그 맛은 깊고 오래가는 것처럼 엄마의 사랑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끝이 없다.

엄마는 둘째 사위인 나를 '김서방'이라 부르고 자신을 내게 칭할 때는 '엄마'라고 하신다. "엄마가 동태탕 끓여줄게"처럼...

장모님을 엄마라고 부르는 게 너무 나간 것 같지만 우린 그렇게 거리낌 없는 사이다.

한참 인기리에 방송됐던 '백년손님'이라는 예능을 어쩜 우린 한참 전부터 찍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엄마라고 부르는 아픈 사연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2020년 1월 말에 장모님의 하나뿐인 아들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죽음이라는 소재를 많이 다루었지만, 우리 형님 같은 죽음은 드라마에서조차도 본 적이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충격이 컸으며 특히 아들을 잃은 장모님은 과호흡으로 수차례 정신을 잃었다. 50대 초반의 건강한 아들이 두통이 심해 병원에 입원한 지 일주일 만에 갑작스럽게 가셨다. 그 아들은 어머니에게 하늘이었고 기둥이었고 삶의 전부였다. 내게도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한 존재였다.


그날 이후 난 어머니를 '엄마'라고 불렀다. 대신할 수 없지만 아들 노릇하고 싶어서...

하늘로 가신 50대 형님이 살아계실 때 장모님을 '엄마'라고 부른 것처럼...





코로나로 자가격리 4일째다.

엄마의 뚝배기에 담긴 동태탕을 먹어서인지 몸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


엄마, 동태탕 덕분에 몸이 많이 좋아졌어요.
격리 풀리면 엄마가 좋아하는 청국장 먹으로 양평에 갈까요?


그래 좋아 김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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