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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순간에 마주하게 되는 것

by 유하 Feb 17. 2025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써보는 시간을 가진다. 써야할까 고민을 잠깐 했지만, 어떤 순간들은 나를 위해 꼭 글로 남겨야 한다는 걸. 그래야 조금씩 덜어내고 비워낼 수 있다는 걸. 그래서 글을 며칠에 걸쳐 적어본다.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다이어리에 아주 짧게 그날의 감정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 짧게나마 기록할 뿐 긴 글을 적은 적이 없었다. 새해에는 조금 더 길게 내 일상을 기록해야지- 했지만 이제야 브런치에 쓰게 되는 걸 굳이, 변명해 보자면.. 1월을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기 때문이다.


명절을 지나면서 큼지막한 일들이 하나씩 터지면서, 내 인생에서 한 부분을 크게 차지했던 할아버지와 이별을 하게 됐다. 그 이별이 언젠가는 일어날 것임을 알고 있었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끝이라는 사실이 그 모든 준비에 아쉬움을 가져왔다.


조금 더 많이 전화드릴 걸.

조금 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걸.






그날은 전날부터 좀 이상했다.


전 날, 별 일이 아니었는데도 어떤 말 한마디에 예민함이 툭 튀어나와 가족과 크게 다퉜다. 화가 난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서 눈이 많이 왔는데도 집 앞을 걸으면서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감정을 가라앉히고 들어와 조금 늦게서야 잠이 들었다.


그럼에도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가족들이 다 나갈 때까지 방 문을 나서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아침부터 다급한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깼다. 뚱한 상태로 방문을 열고 나가니 동생이 엄마 방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의아함을 담아 엄마 방에 갔더니 빠르게 옷을 갈아입으며 꺼내는 말에 뚱했던 감정도, 잠기운도 싹 사라졌다.


위독하시다고, 지금 올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고..


그 뒤로는 사실.. 무슨 정신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씻지도 않은 채 모자만 푹 눌러쓰고, 할머니를 모시고 밖으로 향했다. 손이 떨려서 운전하기 힘들다는 엄마 대신 동생이 운전을 했다.


걸어가도 10분 거리밖에 안 되는 곳임에도, 새벽부터 계속 오던 눈과 공사 중인 거리로 인해 신호가 계속 끊겨서 그 배는 걸렸다. 차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우겨우 도착해서 달려간 곳에서, 가쁜 숨을 내쉬면서 조금씩 우리와 이별을 준비하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마주한 순간부터 눈물이 터졌다. 할아버지 가까이 할머니를 곁에 앉혀드리고, 귓가에 손녀도, 할아버지도, 엄마도, 동생도 왔다고 말을 꺼냈다. 마음속에 있는 긴 말들은 조각조각 작은 단어들로 쏟아졌다.


그리고 눈물 섞인 목소리로 할아버지의 귓가에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차가운 할아버지 손만 마지막까지 꼭 잡아드렸다.



언젠가는 일어날 것임을 알고 있었고, 그게 빠르면 빠를 거라는 것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갑자기 찾아온 이별이 멍하게만 느껴져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만 더 계셨으면, 삼일만, 아니 일주일만. 이별의 순간에도 그 순간을 뒤로 미루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이미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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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겪게 된 큰 상실감은, 그 전날에 생긴 앙금들이라도 정말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게 만든다. 그 앙금이 무슨 소용일까, 그 앙금들도 이벤트 없는 평범한 하루들이 곁에 있어야 가능한 것들인걸.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너무 조용해서 재미없게 느껴지거나, 때로는 소음처럼 느껴지는 다툼으로 시끄러워도 그날들에는 나뿐만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일상이 지켜져야 하는 것임을.


그래서 지금의 순간들에 감사해야 한다는 걸. 그 마음을 다시 전해주고 싶었기에, 쌓이지만 녹아내리는 눈과 함께 알려주셨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포천 카페에서 시간 보냈던 순간어느 날, 포천 카페에서 시간 보냈던 순간



할아버지, 진짜 많이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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