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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by 메타인터뷰 Mar 17. 2025

“몸을 지탱할 수 없는 하체는 필요 없습니다.”

스케이트 선생님이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 공감되어 강습 받던 사람들은 함께 웃었다.


빙상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한지 5개월째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올초부터 수영을 그만두고 스케이트에 집중하고 있다. 수영은 평균 심박수가 120~130인데, 스케이트는 130~140이다. 수영처럼 집중적으로 하면 평균 150은 훌쩍 넘을 것 같다. 스케이트를 시작한 이유는 하체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긴 키에 타고난 모기 다리. 하체 근육과는 평생 인연이 없었다. 수영을 통해 하체가 튼튼해졌다고 생각했다. 스케이트를 배우니 수영할때 하체 운동은 애들 장난이었다.(쓰는 근육의 부위가 달라서일지도) 수영을 쉰지 6년만에 다시 시작했지만, 일년 동안 꾸준히 했다. 그래도 수력이 10년이 넘었는데 하체가 이 정도로 부실할 줄 몰랐다. 수영으로 단련된 몸은 스케이트 앞에서 옹알이를 하는 아기, 걷기는커녕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간난 아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스케이트 강사 선생님이 몸을 지탱하지 못하는 하체는 필요 없다고. 나만 그런 건 아니다.


강습받는 사람들은 시키는대로 자세를 잡다가 픽픽 쓰러진다. 비명소리가 나온다. 얼굴이 시뻘개지고 땀에 흠뻑 젖는다. 5분만 하면 숨을 씩씩 몰아쉰다. 몸을 지탱하는 하체를 만들기 위해 모두 노력한다. 3개월째 스케이트 지상 훈련을 틈틈히 하고 있지만 한 참 멀었다. 스케이트를 2~3년 정도 배우면 조금 탄다는 말을 듣는다 한다. 수영은 7년쯤 해야 물을 탈 수 있다고 하던데, 나는 10년이 넘어도 되지 않았다. 스케이트 3년쯤 지나면 쭈그리고 앉아 한 발씩 교대로 가볍게 걷듯이 다리가 몸을 지탱할 수 있을까?


몸을 지탱하는 다리가 되길 바란다.

삶을 지탱하는 정신이 되길 바란다.


한국을 지탱하는 헌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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