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반려견 행복이의 예방 접종이 끝났다. 약 2개월 동안 2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느라 고생한 행복이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마지막으로는 법적 의무라고 하는 광견병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 이 주사가 가장 부작용이 심하고 아픈 주사라고 한다.
안타깝게 행복이도 부작용을 피해 갈 수 없었는데, 먹었던 사료를 모두 토하고 그것을 먹는 과정을 이틀에 한 번씩 겪었으며(건강한 아이는 토를 먹고, 아픈 아이는 토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5일 동안 몸을 사정없이 긁어댔다. 가장 큰 부작용으로는 눈이나 입이 벌에 쏘인 것처럼 퉁퉁 붓는 것이라고 하는데, 다행히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아 일주일 동안은 유심히 지켜보기로 했다.
접종 당일 포함 5일째 되던 날, 몸을 긁는 현상이 완전히 없어졌다. 강아지가 몸을 긁는 건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광견병 예방 주사 이후 긁는 모습이 평소와는 달랐기 때문에, 접종 부작용인 걸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보통은 뒷다리로 윗몸이나 얼굴 쪽을 긁는데, 이때는 뒷다리로 배 쪽을 긁어 앞쪽에서 바라볼 때 온몸을 부르르 떠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인간과 함께 더불어 건강하게 살려고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인데, 주사를 맞은 후 아파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마음은 늘 불편하다. 말이라도 할 줄 알면 좀 나을 텐데,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는 말도 못 하는 존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코끝이 찡해온다.
사람이라면 고통의 강도에 따라 병원 방문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겠지만, 말 못 하는 동물은 그저 사람이 유심히 관찰할 수밖에 없다.
사람과 동물이 원만하게 더불어 살려면, 이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다가도, 아이가 고통받는 모습을 볼 때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감정에 휩싸인다. 게다가 매월 심장사상충약을 먹이고, 외부기생충약도 발라줘야 하는데, 이 또한 섭취 후 평소와 다르게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나는 이런 예방 접종 문화가 잡히기도 전에 강아지를 오랫동안 키워왔던 터라, 시대적인 차이를 느끼는 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유난히 외국에 비해 예방접종 횟수가 과하다는 건, 반려 동물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듯이, 한국에 있으니 한국법을 따라야 하겠지. 특히나 광견병 접종은 보호자의 재량이 아닌, 법적으로 반드시 맞아야 하는 접종이라 선택권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환경이 파괴되면서,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들의 출몰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철새들이 나라를 이동하면서 몸에 붙어있던 진드기가 하늘에서 떨어져, 잔디 같은 풀숲에 정착한다는 것. 그리고 그 중국 진드기의 정체는 꽤나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어 특히나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기존까지도 살인 진드기를 비롯해 위험한 요소들이 많았기에,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조심하면 될 듯하다.)
그 소식을 듣고 외부기생충약을 발라, 미리 예방해 뒀기에 내심 안심이 되었다. 그렇다. 이 상황은 딱 '빛과 그림자'이다. 방금과 같은 상황이 빛이고, 행복이가 겪었던 부작용이 그림자이다.
행복이는 유난히 잔디를 좋아해서, 잔디를 침대 삼아 몸을 비비는 것을 즐겨한다. 그런 행복이에게 외부기생충약으로 예방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예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접종의 거부감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그래. 어떤 일은 고집대로 밀고 나가야 하겠지만, 어떤 일은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도 있지.
이 모든 혼란의 시간들은 어쩌면, 15년 넘게 건강한 가족으로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리라. 어쨌든 오늘도 변함없이 깨발랄한 아들내미 강아지는, 우리에게 행복을 주고 있다. 이 세상 모든 귀여운 존재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