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의 건배

이사일기

by 김박조조

친구와 약속이 있어 도심으로 향했다. 이사 후 누군가와 함께 또 밖에서 식사하는 건 처음이다.


도쿄는 2021년 9월 30일까지 긴급사태 선언으로 인해 많은 음식점이 휴업하거나 단축영업 또는 알코올 음료 제공을 해오지 않고 있다가 10월 1일에 해제됨으로 조금씩 본래대로 돌아오려 하는 모양이었다.


백신 접종률이 많이 올라갔지만 확진자가 0명이 된 것도 아니고 10월 8일 현재 치료약은 아직 상용화되어있지 않으니 "선언"이 해제되었다고 갑자기 안전하게 식사하게 되었을 리는 난무하다. 말에는 큰 힘이 있다고 하지만 관료들이 선언을 하네마네 관계없이 바이러스는 존재하고 말에는 힘이 없다.


... 그렇게 말은 했지만 언제까지 영영 혼자 집에서 식사할 수만은 없고 오랜만에 나왔다.


친구가 미리 예약해둔 가게에 갔고 얼마나 철저하던지 의자 사이의 거리가 널찍하게 벌어져있었고 마주 앉지도 못했으며 빈틈없는 (보통은 아래에 물건을 전달할 수 있게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 많은데) 아크릴판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형무소의 면회 장면 같은 풍경이었다. 우리는 아크릴판 너머로 건배를 하고 먹거나 마시지 않을 때는 마스크를 썼다.


전날에 일어났던 지진과 이사한 집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가게의 조금 이른 폐점시간에 맞춰 나왔다. 친구의 가족이 2차 접종을 앞두고 있기도 했고 피곤하던 터라 2차에 가는 일 없이 바로 전철을 타고 집으로 왔다.


역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시계를 보니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친구와 처음 만난 10년 전에는 10시면 늦게 일을 끝내고 한창 술이나 식사를 같이하고 있을 때다. 집에 갈 시간은 아니다. 시간이 흘렀으니 또 우리의 세계에 역병이 찾아왔으니 달라져야 하는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새 집으로 앞으로 얼마나 시간을 보낼지 모를 보금자리로 발길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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