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일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었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를 계기로 다시 하루키의 글이 읽어보고 싶어 져서였고 또 예전에 대충 훑어봤던 것 같은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였고 또 무엇보다 요즘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읽어보니 깜짝 놀라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한 번도 떨어지는 일 없이 바로 문학상을 수상해 소설가로 등단하고 계속 히트작을 내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그리스나 이탈리아에서 우아하게 살아가는 “셀레브리티”인 작가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와 달리기를 계속하는 이유를 미래에 대한 불안, 현재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점심에 만나 이야기한 친구와 저녁에 전화한 친구, 그리고 나까지 모두 일인가구에 비전문직 비혼 여성인데 평소에는 그냥 잡담하고 끝나는 일이 많지만 어쩌다 가끔 갑자기 자신의 속을 내비칠 때가 있고 오늘은 그런 어떤 날이었고 각자 꼭꼭 담아두었던 미래에 대한 불안을 털어놓았었다. 밤에 혼자가 되어 책장을 넘기는데 70대의 성공한 남성 작가가 과거를 돌이켜보며 똑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뜻하지 않게 오해를 사거나 미움을 받거나 앞날이 깜깜해도 그저 온 힘을 다 해 그저 버텨낼 수밖에 없거나 최선을 다하기 위해 체력과 정신 둘 다 유지하기 위해 달리기를 한다거나 수 백광 연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존재의 작가와 우리 사이에서 이런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니 반갑고 조금 위안이 되기도 했다.
"작가의 사진에 늙은 사진이 올라가는 게 싫어요"라고 하던 작가도 이제는 70대의 노인이 되었고 그의 글에서는 한계가 더 점점 선명하게 드러나고 그와 그의 글을 떠나는 사람도 늘어난 것 같다. 나 또한 그랬는데 인생을 버텨내기 위한 완주하기 위한 방법이 달리기라고 알려주었다.
다시 하루키스트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