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투병기 읽는 걸 좋아해?

이사 일기

by 김박조조

한국에서도 출간된 <실종일기>라는 만화가 있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가출하고 알콜중독병동에 들어가는 이야기다. 미용실 옆 카페에 갈 때마다 책장에 꽂힌 이 책을 읽는데 얼마 전에 갔을 때도 어김없이 읽었고 (요츠바랑! 최신 권이 있길래 먼저 읽었다) 마치 처음 읽는 듯한 문구가 들어왔다.


“남의 투병기를 읽는 걸 좋아해서 그리고 (나는 심성이 곱지 않아서) 작가가 결국에 죽는 걸 좋아하지.”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면 펄쩍 뛰며 “사람도 아니야!”라고 욕할지도 모르지만 이 작가의 편력을 담은 책을 몇 권 더 읽은지라 그 사람답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어떻게 이런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지 경악하며 그 날은 나머지를 읽었다.


오늘 반신욕하는데 간단히 읽을 책 없을까 고민하다가 대충 굴러다니는 책 중에 한 권을 골랐다. 얼마 전에 아주 예쁜 여자 연예인과 결혼한 남자 연예인의 에세이 책이었다. 그 남자 연예인은 미남형은 아니지만 노래도하고 연기도하고 글도 쓰고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것과 예전에 중병을 앓았지만 무사히 나았다는 것, 딱 이 정도의 사전 정보 밖에 없다. 아, 영화에서 코믹한 연기를 잘해서 보면서 많이 웃긴 웃었지만... 어쨌든 잘 모르긴 모른다.


책의 타이틀도 표지도 서점에서 잠깐 서서 읽은 내용도 일상다반사에 관한 것으로 읽기 쉬워서 산 것 같은데 이게 왠 일인가…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점이나 음악 활동 중에 있던 특이한 에피소드 같은 것보다 10대들의 깔깔 거리면서 이야기할 것 같은 더럽거나 칠칠치 못한 생활습관, 성욕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내가 무슨 잘 못을 했다고 이런 TMI까지 알아야되나..." 화가 조금 나긴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멀끔하고 다재다능한 그래서 예쁜 여자연예인을 부인으로 얻을만한 사람이라고 내 마음대로 재단해놓은 게 잘 못 된게 아닌가 싶었고 더 생각해보니 투병일기, 거기서 병과 고난을 이겨낸 모습을 보고 마음대로 위안받고 싶어서 책을 사고 읽은 게 아닌지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나아가 그런 투병기를 읽으면 나는 안 지금 안 아파서 다행이야, 이렇게 아프고 힘들다니 나의 지금에 감사해야지 같은 얄팍함에 끌려 책을 고르고 있지 않았나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경악했던 <실종일기>의 아즈마 히데오의 말을 부인할 수 있는 독자가 있기나 있을까.


1년 조금 전에 트위터와 블로그에 글을 적어내려가던 불치병에 걸린 학생의 책이 출간되었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감동적인 추천문구와 화려한 팝업과 병의 고통과 분노가 잘 나타난 후반부의 트윗이 대조적이었다. 우리 인간들은 서로의 병과 고통에 대해서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고 어떻게 표현해야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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