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플러, 장갑은 성의 없는 선물이다?

선물고르기의 난이도에 대해서

by 김박조조


가족의 생일이 가까워 선물을 사러 이틀간 여기저기 쏘다녔다.


코로나로 외식은 물론 외출도 삼가해왔는데 백신 접종 끝내고 편안한 마음에 여기저기 구경하니 몸은 피곤해도 재밌었다.



구경은 재밌지만 선물을 고르고 구입하는 건 고되다.


아무리 내향적이고 아는 이가 적다고 해도 가족까지 포함해서 10명 정도 있다고 치자. 그들의 생일이 매년 돌아오고 10년 이상 시간이 흘렀다고 하면 100번 선물을 고르고 살 기회가 있었을 텐데 여전히 고민하고 시간을 쓴다.


게다가 외국에 있는 사람에게는 꽃이나 식물을 선물하는 일도 예쁜 케이크이나 디저트를 들고 가는 일도 할 수 없으니 선물하기의 난이도는 더 올라간다.


어찌 보면 가장 친환경적이고 불필요함도 적고 누구나 가장 필요한 선물은 현금일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어디선가에서 읽은 “어떤 나라에서 현금을 선물하는 건 모욕적이다.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 생각하고 선물을 고를 시간조차 아깝다는 뜻과 같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조금 난폭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진실에 가까운 부분에 닿아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난이도는 점점 높아져가고 결국 백화점 1층에 많이 놓여있는 머플러, 스카프, 손수건, 장갑에 눈이 간다.


생일선물로 머플러라니. 성의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받으면 실망할 것 같지 않아? 실용성, 가격 , 접근성이 모든 것에 있어서 무난하니 누구나 쉽게 고르게 되는 선물을 하다니.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하며 이 물건들을 피하고 또 선물 고르기의 난이도를 더 극악하게 올렸는데 이제는 그것들에 자연스럽게 눈이 가고 손이 간다.


머플러와 스카프를 쓰다듬어 보고 장갑을 껴보고 하는 사이에 이 것들을 사용할 사람의 얼굴과 기분을 떠올린다. 부드럽고 따듯해서 좋다고 느끼면 좋을 텐데, 좋아하는 색이면 좋을 텐데 같은 생각을 하며.


다른 이와 본인을 동일시하는 것은 사랑의 한 측면이라고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선물 고르기는 머릿속에서 나마 짧은 순간이나마 내가 내가 아니고 사랑하는 이들이 되는 순간인 것이다.


머플러를 한동안 그렇게 쓰다듬다 그런 생각이 들었고 점원분께 포장을 부탁했다. 정말 오랜만에 머플러를 골라 선물을 한다. 할머니가 웃는 모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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