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과민증을 위한 집은 없다

이사 일기

by 김박조조

청각과민증이라는 말을 유튜브에서 우연히 봤다. 아마 생활소음을 줄이려고 화이트 노이즈나 명상음악을 찾아서 관련 영상으로 추천된 것 같다.


특별히 검사를 하고 진단을 받은 건 아니지만 소리에는 민감한 편인 것 같다. 검색해보니 청각과민증 미소포니아의 특징이 식사할 때 나는 쩝쩝 쯥쯥 같은 소리를 참기 어려워한다는 걸로 보아 해당하는 것 같고 층간소음, 생활음 같은 검색어가 남아있는 것을 보면 스스로 자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이사 전의 집도 조용한 편이었다. 그전에 살았던 집은 위아래로 밤늦게까지 파티를 하는 젊은이들이 살거나 아이들이 하루 종일 뛰어놀았던 것에 비하면 무조건 밤 10시를 넘어가면 다들 자는지 조용해졌으니까. 다만 주변에 큰 지자체 건물이 몇 개 있어서 그런지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것 같은 에코음? 반사음? 같은 것이 오후 8시-9시즘에 미세하게 나는 것 외에는 비교적 조용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이렇게 쓰면서 더더욱 과민했구나라고 깨닫고 있다) 또 저녁 7시-8시쯤이면 윗집인지 대각선 윗집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욕조에 물방울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항상 들려 목욕하면서 방귀 뀌기가 그 댁의 취미인가 같은 생각을 매번 하는 정도였다. (역시 청각과민증 같다)


새로 이사 온 집을 미리 보러 왔을 때 조금 오래 있으면서 소음에 대해서 나름 체크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사 첫날 큰 티브이 소리에 깨면서 정말 맙소사 하면서 깼다. 다른 단지들에 비해서 어린이들이 적고 노인들이 많아 조용하리라 생각했는데 노인들은 티브이를 크게 틀어놓는 걸 잊고 있었다. 그것도 바로 옆 집인 모양이었고 특별히 규칙성도 없이 내킬 때 티브이를 끄고 자주 티브이를 킨 채로 잠에 드는 모양이었다.


내가 집세 내는 집에서 왜 소음으로 고통을 받아야 되는지 원망스러웠지만 이사온지 2주째 되는 오늘에 이르러서는 아래와 같은 조항을 마음속에서 만들어 버려기까지 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말자 너무 신경 쓰면 더 크게 들린다


(소음을 내는 사람이) 악의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너무 스트레스받으면 좋아하는 음악이나 화이트 노이즈를 틀자



게다가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조차 전 세계적으로 히트 친 작가조차 시카고의 하루 종일 공사하느라 드릴 소리가 들리고 화재경보기가 고장 나서 비 간헐적으로 울리며 거리의 자동차 소음이 들리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하니 나 같은 보통사람은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범사에 감사합니다라고 낮게 읊조려야 할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든다.


대문호 아니면 재벌이 아닌 이상 조용한 곳에서 살기 어려울 테고 소음으로 괴로울 때마다 낡은 아파트 앉아서 괴로워하며 글을 쓰고 있을 작가를 떠올리며 참으려 한다. 물론 그에게는 나와 달리 인내 뒤에 지중해에서의 멋진 휴가 같은 것이 주어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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