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채워가는 현실
청춘이라는 것이 과연 젊음을 살아가는 시간의 선물인가?라고 묻는 다면 그 순간을 지나며 망설임 없이 긍정의 답을 말할 수 있었을까?라고 되묻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갓 스무 살의 성년이 바라보는 세상은 화려하거나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낯설고 힘들었을 것이다. 조금 더 천천히 느끼고 알아가는 청춘이었으면 하는 대범하지 못하고 겁 많은 청춘의 날이 지나가는 여름날. 스무 살의 여름도 외로움을 배우는 시간이고 사람을 알아가는 뜨거운 날이 되길 바라고 있다.
봄날의 아름다운 꽃들의 시간이 지나갔다. 지나간 것들을 그리워하며 지금을 보내는 것이 맞는지, 지금의 순간을 잘 보내며 미래의 시간을 꿈꾸고 상상하는 것이 맞는지 그렇게 자문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며칠 전 친구와 동기가 입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묘한 기분이 뭐지? 근수는 하루 종일 심난하기만 하다. 재덕이 역시 그럴 것이다.
불길한 예감은 늘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도 맞아떨어진다. 재덕이 담배를 피우러 잠깐 내려갔다. 근수는 아르바이트 시간 동안 요즘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물론 시간도 없지만 여 사장님이 담배 피우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니 참아 보는 중이다. 잠시 후 재덕이 씩씩거리며 화난 표정으로 제법 사나이 티가 나는 발소리를 내며 올라왔다. 근수가 묻는다. "담배 맛있나?". 재덕이 얼굴 한쪽을 가리며 "응, 한대 피고 와!"라며 열심히 일하는 근수를 유혹한다. 근수가 "야! 너~~ 얼굴이 왜 그래?"라며 재덕이의 붉어진 이마를 보며 심각해한다. "어~~ 아무것도 아니 다라"며 근수를 안심시킨다. 눈치 빠른 근수가 곧 뛰어 나가려는 듯 "어느 놈이야?"라고 다그친다. 친구란 참 든든하고 지켜주고 싶은 관계인가 보다. 재덕이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한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욕을 하면서 째려보길래, 저 보고 욕했냐고 물으니 다가와서 한대 치더"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근수도 궁금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해서 "그래서?"라고 묻는다. "그래서 나도 너무 열이 받아서 몇 대 치고받다가 꼼짝 못 하게 벽에 대고 목을 조이니까 바로 꼬리를 내리길래, 몇 살인지? 왜 그랬는지?" 물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래서?" 근수가 더 화가 나 또 묻는다. "알고 보니 저번에도 지나가다가 침을 뱉으며 째려본 사람이더니 알고 보니 후배"라고 하며 한껏 어깨에 힘을 준다. 재덕이 덩치도 작고 왜소해서 어릴 때 운동을 좀 한 모양이다. "아~ 열받네" 라며 근수가 재덕이 편을 든다. "별일 아니다" 라며 안심시킨다. "야! 제법이다" 라며 근수가 재덕이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침부터 이래저래 불길한 예감이 들더니 일이 생기는구나!" 라며 재덕이에게 말한다. 재덕이도 친구들 군대 간다는 말 듣고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한다. 스무 살의 젊은 날도 소소한 일들이 쌓여가는 일상의 연속이다. 좋은 일들은 오래 멈춰있길 바라고 안 좋은 일들은 빨리 가기만을 바라는 것일지 모르겠다. 재덕이를 지켜줄 수 있는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근수는 혼자 상상에 빠져 본다.
재덕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법 많은 것을 남기려나 보다. 요즘 손님이 오면 연세가 지긋한 분들은 신경 쓰며 직접 가깝고 편안자리까리 안내해 주고 있다. 예전에 없었던 서비스였는지 여 사장님이 가끔 그 모습을 보고 칭찬을 한다. 근수와 재덕이 서로 같은 듯 다른 점이 잘 맞아떨어져 일하기 편해지고 즐거워졌다. 재덕이 덕분에 손님이 "아르바이트가 힘들 텐데" 라며 손님이 응원도 해 주시고 가끔 음료수도 사 주신다. 손님이 없는 것을 요청하기 전에 미리미리 설탕과 프림을 채우는 것은 근수의 생각이다. 제법 일꾼이 되어 가는 모습이다. 이런 작은 챙김과 앞서 감은 누군가 시켜서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이런 수고와 번거로움이 고집이 되었다. 이런 노력이야 말로 고집스러운 최선의 길이 되기도 한다.
청춘의 고집스러움 만큼이나 지금의 근수도 그렇다.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좋은 의미로 기억 속에 저장해 두기로 하자. 사람이 쓰고 있는 언어도 자주 쓰는 말만을 사용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라는 말을 한다. 근수와 재덕이 겪은 사소하면서도 크게 느꼈을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라고 하며 위로 아닌 위로와 위안을 삼는다. 그런 반면에 대수롭다는 말은 왜 자주 쓰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길만 한 것은 무엇일까? 눈앞의 것, 미래라는 준비... 살아가는 것 자체가 혼돈이긴 하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그중 대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대수롭게 여겨야 할 사람들과의 만남.
근수와 희정도 아침 일찍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힘든 싸움을 시작했었다. 카페를 08시에 오픈한다는 것은 부부의 개인적인 시간을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할 수 있다. 비로소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보이지 않는 약속이다. 무언의 약속은 대수롭다. 한 사람의 고객을 위해 작은 약속들을 지켜나가는 고집이 앞으로 더 많은 인연을 만드는 최선이 될 것이다.
생각이 많으면 느림보가 된다. 무엇인가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을 한다. 실천과 실행이라는 목표만을 보면 생각이 많은 것은 단점이 된다. 생각과 상상이 주는 자유는 누려 볼 만한 자유 속에서의 행동이다. 주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지금 가고 있는 것이다. 빠른 실천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섣불리 무엇인가를 실천하면 가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세상 속에서의 두려움이 우리의 실천을 조정하는 것은 아닌지 착각할 정도다. 가볍지 않게 깊이 생각하고 섣부르지 않게 실천해야 얻어지는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실천이란 내일이 없는 것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느림보 다운 생각에 부족함을 채우는 실천자와 함께하는 것이 미래를 이겨내는 것이었다.
근수와 희정이 카페를 오픈하고 이래 저래 오픈 준비 중인데 근수가 벽에 걸린 쿠폰들과 서비스 테이블에 모인 쿠폰들을 보며 너무 복잡하기도 하고 정신이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희정은 "쿠폰이 너무 많아져 복잡해 보인다"라고 말한다. "그렇지? 오픈한 지 몇 개월이 지나니까 벌써 이렇게 많아졌네라며" 근수가 희정을 바라본다. 어느 부부라도 그렇듯 부부는 서로의 역할이 다르다. 근수가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고 구석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계속 보고 있다. 희정이 궁금한지 자꾸 묻는다. "여유롭네? 사장님! 커피도 마시고 말이야"라며 농담하듯 핀잔을 준다. 근수가 희정을 부른다. "함께 조용한 시간에 커피 한잔 나누는 여유도 있어야지"라며 함께 아침 시간의 여유를 보내고 있다. 스마트폰을 연신 검색하던 근수가 "바로 이거야! "라며 전화를 걸고 있다. 고객들께서 간편하게 쿠폰을 관리해 줄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종이쿠폰, 생년월일 중에서 월별로 구분해서 모아 두었던 쿠폰을 이제 색다른 방법으로 잃어버리지 않고 헷갈리지도 않은 방법으로 쿠폰을 관리하기로 했다.
전화번호와 교통카드가 되는 카드를 올리면 고객님들 각자의 쿠폰을 관리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전화번호나 카드를 한 번은 입력해 둬야 된다.
희정이 가끔 근수의 빠른 실천을 걱정하기도 한다.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냐"며 말이다. 근수는 이런 면에서는 누구보다 앞서려는 노력을 했다. 고객님들의 호응과 관심이 의외로 좋았다. 특히 한 번만 입력해 두면 잃어버릴 일이 없고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서였다. 희정이 쌓이는 도장(쿠폰)의 개수를 적립할 때마다 일일이 고객에게 알려 주고 있다.
아 ~이런 흐뭇함을 근수는 알고 있었던 처럼 기쁘다. 근수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고객의 반응도 주변 상인들의 시선도 너무 좋았다. 첫 고객이 되어 주신 노 신사였던 대학교 교수님도 "사장님의 경영 노하우를 제가 배워야겠다"시며 과한 칭찬을 해 주셨다.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희정이 어느 날 아침 "교수님! 오늘 무료 한잔 있습니다"라고 자신의 쿠폰처럼 즐겁게 말을 한다. "아~ 또!... 벌써요?" 라며 "왠지 오늘은 공짜 커피라서 더 맛있겠다"라고 하시며 농담을 남기시고 가신날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아침을 선물할 수 있고 서로가 즐거울 수 있는 이 행복하고 유쾌한 카페는 근수와 희정 그리고 카페를 찾는 고객들께 항상 열려 있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어 가고 있을 것이다.
때론 느림보처럼 걷다가 때론 누구보다 빠르게 실천해 나가는 고집이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최선이길 바란다. 근수와 희정의 운영하는 방법과 생각들이 변하지 않길 바란다. 쉽게 변해서도 안될 것이다.
다음 편 4. 끝도 없는 인연이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