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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neim Jul 23. 2020

희망퇴직이 나에게 남긴 것

성장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같이 일하던 직원들이 떠난 지 어느덧 2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우리 팀도 희망퇴직으로 인해 팀원 2명이 자리를 비웠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사람들 중에는

회사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도

회사가 싫어서 더럽고 치사해서 나가는 사람도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다고 생각한 사람도

스스로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떠밀려 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일부는 희망퇴직금을 받아서 조금 쉬다가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했다.


사실 나도 희망퇴직을 써볼까 하는 고민을 조금은 했었다.

희망퇴직금도 받아서 조금 쉬다가 마음먹으면 어디든 취업할 수 있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희망퇴직 날 같이 일하던 많은 사람들이 작별인사와 함께

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하는 고생하라는 말과 함께 나는 내일부터 출근 안 하니 실컷 잘 수 있겠다는 부러움 섞인 대답을 하면서 떠나보냈다.

결론적으로 나는 희망퇴직을 하지 않았고 회사에 남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됐다.


google free image - desk


회사를 떠난 그들의 빈자리에 아직 남아있는 채 2달이 지났다.

떠난 사람들의 빈자리에는 쓰던 펜, 포스트잇, 도장과 같은 주인 없는 사무용품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책상만 보면 그 자리에 누군가 출근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은 사람들은 떠난 사람들의 업무가 넘어와서 힘들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남기로 한 그들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덤덤히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남아 있는 우리 모두는 불안했다.

희망퇴직을 하면서 조직개편을 한차례 했지만 우리 모두는 불안했다.

다음에는 희망퇴직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직무이동이 될 수 도 있으며

지방으로 발령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

나도 이런 불안함을 같이 느꼈지만 사실 내가 가장 불안했던 건 따로 있었다.


그건 내 커리어에 대한 불안함이었다.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도전적인 업무과제, 치열한 고민, 새로운 것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고 정신없이 바쁘게 시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반복적인 업무, 기존에 했던 일을 유지하는 정도의 업무만 주어졌다. 우리 팀의 인원이 줄어들고 그들의 업무가 넘어왔음에도 나에게는 새롭지 않았다.


내가 HR 일을 하면서 하고 싶었고 도전해 보고 싶었던 일을 못한다는 박탈감과

나만 멈춰있는 듯한 느낌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희망퇴직은 나에게 커리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주기도 한 듯하다.

내가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나 스스로 성장감을 느낀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회사가 어려울 때면 직원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지, 회사 입장에서는 무엇을 해주는 게 좋은 것인지 고민을 해보게 된다.


우리를 지금 불안하게 하는 것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도 있겠으나

내가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이 더 큰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보게 된다.



불안함에 대해 예전에 썼던 글이 생각나 같이 공유 합니다. 

직장생활하는데 불안함을 느끼신다면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멈춰있는 것에 대해 불안감이 있다. 

https://brunch.co.kr/@wonderh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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