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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아 Dec 10. 2023

쉬는 시간의 바이브

수업이 끝나면, 아무튼 친구

수업이 끝나면

언제 내 눈이 감겼냐는 듯

반짝, 하고 피어난다

가장 멋진 앞머리를 하고

세상 환한 표정으로

친구 앞에 선다


수업이 끝나면

내 잠바 니 잠바 바꿔 입고

허리를 세우고 우뚝 선다

다리를 흔들고

목울대를 움직이며

우렁차게 얘기한다


친구 눈에 비친 나로

차오르는 에너지

이제야 내가 될 수 있다



수업시간과는 완전 다른 바이브를 보여주는 학생들이 있다. 수업시간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앎과 깨달음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가는 기회였으면 좋겠는데, 통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다. 견디고 버티는 몇 명이 보인다. 그들에게는 쉬는 시간이 오히려 자신을 만들어가는 시간일 거다. 수업 중엔 개미만 한 목소리로 고개를 숙인 채로 미미하던 그들은, 쉬는 시간이면 넓은 공간을 누빈다. 다른 반 결이 맞는 친구들과 널찍한 데에서 목소리를 키운다. 넓어진 자리와 키워진 소리가 원래 그들의 에너지, 그 기운이 좁은 책상 자리에서 45분 동안에는 갇혀있다는 게 좀 아깝다. 뭐라도 할 애들인데!

(수업 시간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는데. 수업에 관련 없는 발언으로 교사의 기운을 빼놓기도 한다는 거. 빵 터지는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선을 넘은 건가 아닌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발언이라면 훈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수업 시간에도 큰 목소리로 재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학생들도 많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한 번씩 지쳐 쓰러져요.)


쉬는 시간마다 약속이나 한 듯이 한 곳으로 모이는 아이들, 그들의 꾸준한 출결에도 개근상이라는 게 있는 걸까. 지나가던 소심한 학생들은 괜히 주눅이 들기도 한다. 화장실에 가던 나도 그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귀여운 점이라면 그곳에서 둥그렇게 서로를 마주한다는 것. 그들의 얼굴은 웃고 있다는 것. 자연스럽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서는 아이들은 그 안에서 어떤 것을 나누는 걸까.

그저 상상해 본다. 수업 활동 중에는 드러나지 않던 개성을 그곳에서는 마음껏 뽐낸다고.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우다다다 달리기도 하고.(실내에서 달리면 안 된다고 물론 지도한다.) 남몰래 눈빛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그들은 살아있다고 느낄 것이다. 자기 자리에 앉아 관심 없는 과목 수업을 들을 때보다 훨씬 더, 지금 여기 친구 앞에서 진짜 자기 모습으로 서 있다고 여길 테다. (친구 앞에 서기 전에 거울을 봐야 하므로 수업 시간 이 친구들의 책상 위엔 사각 거울이 반듯하게 서있다.)

아이들에게 10분의 쉬는 시간이란 얼마나 짧을까. 수업 시작종이 울려도 끈끈한 눈빛으로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헤어지질 못하는 커플이 생각난다. 수업하러 교실로 가면서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종 쳤어. 교실로 간다.”


짧은 쉬는 시간, 친구 앞에서 자신을 보일 시간이 있어서 아이는 내일도 학교에 갈 마음이 나겠지. 친구와 우정을 쌓으면서, 친구의 눈에 비친 자기 모습을 확인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될 중학생들! 친구의 든든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얘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도 나를 보고 다시 웃어주는 존재. 중학생이 학교에 대해 갖는 애정이 있다면, 친구들이 있는 장소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

오늘은 나도 친구 앞에서 엉망인 채로 목젖을 보이며 웃고 싶다. 내 친구는 어디에 있나요. 교무실에 있는 동료들이랑 좀 더 얼굴을 마주해야겠네. 아수라장 가운데에서 제정신을 붙들고 사느라 오늘도 수고가 많다고. 서로의 다크서클을 확인해가며.

친구를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여정 @양다솔, <아무튼, 친구>, 위고 @이슬로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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