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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으로 살아보기

도전하는 우리를 응원하며

by 조이아

요즈음의 경험은 죄다 같은 방향을 향해 있다. 이 나침반의 북극은 '창조성 발휘'인 것만 같다.


'롱테이크' 김지윤 박사님의 도전

팟캐스트이자 유튜브 채널 '롱테이크'를 종종 본다. 50대 여성 김지윤, 전은환 님의 지적인 대화! 제목처럼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라서 더 좋은데 '50대 그녀들의 아름답고 무모한 도전' 편(4월 30일)을 어제야 보았다. 마침 복면가왕에 출연했던 김지윤 님의 경험담이 흥미로웠는데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뒷부분에는 앞으로 하고 싶은 도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글쎄 보컬을 계속 배워보겠다는 포부를 밝히시는 거다. 이런 열정을 표현하는 게 멋져서 응원하는 마음이 마구 생겼다. 나는 어떤 것에 도전해 볼까, 나를 응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


김영하 작가님 강연과 피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 소설 쓰기

지난주 교육 콘퍼런스에서 김영하 작가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어수선한 강연장에서도 작가님은 '인공지능 시대의 창의성'에 대해 유창하게 강연을 이어나갔다. 즐거워야 창의적이라는 말씀도 인상적이었고, 창의성이 인생을 즐겁게 한다는 역도 기억하고 싶었다. 작가들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에 대해 상상하면서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단다. 이런 얘길 듣고 있자니 지난달에 읽은 피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이 생각났다.

작은 책의 여운이 크다. 제목 그대로 자신이 결정하는 주체로서 살라는 책 가운데, 읽었으나 내 안에서 살려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그것은 '소설 써보기'였다. 의아했다, 소설 쓰기가 주체적인 삶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심드렁했던 마음이 김영하 작가님 말씀을 들으면서 '아하!' 하는 탄성이 내 안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쓰기가 자기 인식을 하게 하는 것도 맞지만,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내 경험과 인식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런데 허구의 소설을 창작할 때는 억압된 무의식을 불러올 수 있어 더 자유롭게 자신을 펼칠 수 있다고 한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내 양 옆에는 주수희의 주와 수가 앉아 있었다. 우리는 모두 <자기 결정>을 읽었고, 매달 한 편의 글을 쓰자고 약속한 사이.

"우리 올해 안에 소설 한 편 써보자."

김영하 작가님이 알려준 대로 '관계가 먼 단어 연결하기'라든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의 리스트'를 만들면서 우리 안의 창의성을 깨워보자고 그 큰 홀에서 약속했다. 첫 문장을 똑같이 시작해도 좋겠다, 속삭이고 빙그레 웃으면서 강연을 끝까지 들었다.

@ 김영하, '인공지능 시대의 창의성'

즐겁게, <하와이 딜리버리>

지난주에 다녀온 김하나, 황선우 작가님 <하와이 딜리버리> 북토크는 신나고 감각적인 음악감상회였다. 지난 글에도 썼듯이 이 책은 4년 간 트위터에 소개한 노래들을 모은 책이다. 하와이의 바람을 떠올리는, 칵테일 바의 선곡 리스트. 두 분이 시간을 들여 꾸준히 해온 일의 결실이 이 책이라고 하셨다. 억지로 기획한 게 아니라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 기쁘게 이어온 활동은 무엇이든 다른 이에게도 그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나 또한 도전을 놀듯이 즐겁게 하고 싶어졌다.

@ 김하나 황선우, <하와이 딜리버리> 음악감상회

도전이 그저 꿈에 그치지 않으려면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내가 꾸준히 하는 일은 글 쓰는 건데, 장르를 바꾸어 소설 쓰기, 동화 쓰기를 해보고 싶다. 첫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그림책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미술관, 박물관마다 내 눈길이 그림책에 머물렀고 예술적인 책이란 생각에. 그림은 언제나 동경하는 대상이지만 실천하고 있지 않으니, 글로 동화를 쓰거나 짧은 소설을 써보고 싶다. 그것도 즐겁게!


우리의 <구름이 겹치면>

오늘 버찌책방에서는 신연선 작가님의 소설 <구름이 겹치면> 북토크가 있었다. 작가님의 나긋나긋한 말투와 다정함이 한 시간 반 동안 책방을 가득 채웠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 홍보 기획자, 온라인서점의 MD이자 인터뷰어, 팟캐스트 '책읽아웃' 작가님으로만 알던 캘리 님이 어느 사이에 소설을 쓰신 건지 무척 궁금했다. 습작으로 써오던 소설을 제대로 써보고 싶어서 핀드출판사에서 열린 조해진 소설가의 소설 창작 수업에 참여했다고, 그때 용기 내길 잘했다는 말씀과 더불어 과정이 끝나고도 함께 수업 듣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이 소설이 나왔단다. 단편소설로 쓰였던 게 동료들의 조언으로 장편이 되고 이렇게 근사한 소설이 되었다니 작가님의 문제의식과 아이디어, 필력, 다정한 문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왠지 '동료들과 함께해서 창작할 수 있었다'는 그 부분이 나를 부풀게 했다. '함께하면 나도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북토크의 마지막에 작가님이 강조해 주신 말씀이라면 '곁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었다. 사람은 관계 안에서 비로소 살 수 있는 것 같다며 함께 있어야 내가 나다울 수 있다고.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계기 또한 그러했으니 작가님은 정말 말하는 대로 살고 계시는구나. 듣고 싶은 대로 내 마음은 또 글쓰기 모임을 떠올리게 되었다. 곁을 내어주는 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주수희가 이미 알려주고 있는데, 우리 이렇게 글 쓰고 이야기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관계가 있어서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른다. 주수희와 함께 소설을 써야겠다 거듭 다짐한 북토크였다.

@ 신연선, <구름이 겹치면>, 핀드

당신과 함께, 글쓰기 공동체

주수희뿐만 아니라 요새 만나는 이들에게 자꾸만 쓰기를 전파하게 된다. 독서모임 '여택'에서도 올해 초부터 책을 쓰자고 선동하고 있고, 절친 H에게도 쓰기를 권해왔는데 이번 달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기뻤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독토리'하고도 글을 쓰고 책을 엮는다. 이미 소설을 쓰는 아이들도 있으니, 아이들에게 배울 수도 있겠다.


정유정 작가님의 <영원한 천국>을 읽다가 이런 부분을 발견했다. 루게릭 병으로 몸을 잃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게임개발자 제이는 프로그래밍하는 법을 알려준다. 정신을 업로드해 무한을 살게 하는 소설 속 세계에서 허무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열쇠는 바로 창작임을 제이는 알고 있었다. 영겁의 시공간을 살고 있지 않아도 우리는 때때로 허무에 빠진다. 내 삶의 의미를 만드는 것은 나.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또한 빤한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고,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사람으로 굳어지는 것도 싫다. 나날이 새롭게 사는 방법으로써 이야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럼 내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 긴 글은 창작하며 살자고 나에게 하는 당부이자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다는 고백이다. 지금 여기까지 읽은 당신, 우리 함께 창조성을 발휘하며 놀아보자.

하와이 딜리버리 음감회 마지막 곡 롤러코스터의 'D-day' 가사를 첨부한다.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상상도 하지 못한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이런 날을 기다렸어"

'이런 나를 기다렸어'로도 들린다. 창조적으로 사는 나를 기대해 본다.



*제목 사진은, @정유정, <영원한 천국>, 은행나무 / @신연선, <구름이 겹치면>, 핀드/ @케리 스미스, <예술가처럼 창조적으로 살아보기>,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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