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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동료를 만나는 근사함

저자 기르는 법

by 조이아

개학한 지 2주. J의 탈을 쓰고 있으나 P 점수가 높은 자로서, 닥치는 대로 해치우며 지낸다. 독서모임(정기적인 모임 4개에 오독오독 북클럽 또 신청했고, 북토크 있을 때도 신청하니까도 매주 읽을 책이 생긴다.)과 쓰기 마감(하나는 17일, 하나는 매달 마지막날(오늘이다!), 나 혼자와의 약속은 주말마다)도 그렇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책 쓰기 컨설턴트 역할에 있어서도 그런 것 같다. 선생님들의 원고를 검토해야 하는데 개학 첫 주는 바빠서, 지난주는 또 지난주대로 너무 피곤해서 못 읽었다. 금요일 퇴근길에는 원고를 챙겨 왔어야 하는데, 교내독서모임 마무리하고 나오느라 깜빡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선생님들을 향한 마음을 써본다.


컨설턴트라니 너무 겁이 나고 부담이 되는 역할이 아닌가. 무엇을 하는 자이기에 책 만들기 컨설팅을 하나 평가받는 기분이라 그랬을까? 하지만 첫 만남부터 그것은 나의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처음 뵙는 분들께 긴장하며 인사를 드렸는데, 우리 팀 네 분의 선생님들은 다들 인상이 좋으시고 책 쓰기에 대한 기대를 한껏 안고 계셨다. 그 마음 덕분일까 회차가 거듭될수록 선생님들과의 만남이 즐거웠다. 글의 방향이나 첫 문장, 마지막 문장 이야기, 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대화 자체가 신이 났다. 글 쓰는 사람이라는 공통점 덕분인지 내적인 친밀감도 느낀다. 덕분에 학교 일에 지쳐 컨설팅 갔다가, 새로운 기운을 한껏 받아오기도 했다.


개학하자마자 '교원 한 권의 책쓰기로 작가 되기' 중간보고회가 있어서 참석했다. 여덟 팀의 집필 과정 발표, 보는 나도 설레고 기대가 되는 시간이었다. 발표마다 개성이 묻어났고,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책이란 뭘까, 내 글은 괜찮나, 가치 있는 글일까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 팀의 발표엔 나도 떨렸는데 감사의 말씀까지 전해주셔서 더 그랬다.

중간보고회 때 총평을 해주신 컨설턴트(네 명이 두 팀씩 컨설팅을 맡았다) 선생님 말씀의 핵심은 부럽다는 거였는데 나도 그렇다. 팀으로서 함께 협업하는 분들이 부럽다. 제목을 다시 바꾸면 어떨까 상의하고, 글에 대해 조언과 격려를 나누는 모습이 그저 부러웠다. 마음 터놓고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이 마음은, 서로를 향한 신뢰는, 얼마나 든든할까. 혼자 작업하는 분도 새로이 의미를 구성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 뿌듯함으로 다가올지 그 첫 마음이 부럽다. 나는 그분들의 언저리에 있는 기분이지만 그 흥분되는 마음이 금세 전해져서 나도 또 책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책을 만들면서 생기는 걱정은 금세 기대가 되기도 하고, 문제가 디딤돌로 작용하기도 하니까.


즉흥형에 가까운 인간으로서 9월 중순에 있을 컨설팅 준비를 9월 1일부터 하겠다. 얼른 또 원고를 읽고 내가 해드릴 수 있는 말씀을 전하리라. 이것은 조언이나 충고라기보다는, 동료로서의 우정 어린 말들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먼저 해본 사람으로서. 이분들과 대화하면서 컨설턴트 역할이 그저 자문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글 쓰는 동료를 만들고 있다는 걸 새로 알았다. 그런 점에서 컨설턴트 하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컨설턴트 선생님들과의 만남 또한 의미 있다. 분명히 내가 배울 게 엄청 많을 텐데, 우리끼리도 더 만나면 좋겠다. 1년 과정의 중간까지 왔다. 편집과 표지 만들기 등 어려운 일이 많지만 함께하면 해결도 되고, 의미도 만들어질 것이다.


북토크 가서 작가님들을 뵐 때마다 그분들의 얼굴이 얼마나 빛나는지 발견하게 된다. 무언가를 이루어낸 분들이라 그런가? 그 빛나는 얼굴을 닮고 싶다. 꼭 무언가 이루어내는 성취까진 아니더라도,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쏟아붓고 형태가 있는 걸로 만들어내는 기쁨 정도만이라도 좋다. 11월에 있을 출판기념회에서 만날 빛나는 얼굴들이 기대된다. 내게도 그 빛남이 번질 거라 믿는다.



*제목 사진은 @수목요일, '책의 여러 효능' 엽서, 속초 포에타에서 나를 떠올린 동료 창작자 @s.su__ 님의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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