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면 뭐가 좋아요?
여름방학 최대 이벤트는 올해에도 여행이 아니라 책과 관련이 있다. 올해 합류하게 된 책쓰기 연수. 중고등학교 선생님들 대상으로 하는 책쓰기 교육연수에서 강의 하나를 맡았다. 기회를 주신 동료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회의한 끝에 '독립서점에 내 책 들이기'를 제목으로 한 강의를 준비했다.
계획하고 PPT를 만들고 원고를 썼다. 수업이랑 다르게 시간 가늠이 어려워 PPT를 띄워놓고 녹음을 해 시간을 살폈다. 슬라이드를 추가하고 원고 내용을 손보고, 보여드리고 싶은 책도 챙겼다. 지루할까 싶어 활동 하나를 넣어보고, 인용 문장은 선생님들께 읽어달라고 부탁할 예정.
(신나는 마음과는 별개로 내 머리는 멋대로 아파왔다. 어제 아침부터 생긴 두통은 밤이 되자 최고조에 달했고, 아픈 머리는 침대를 원했다. 엊그제 잠깐 달리고 와서 빈 속에 맥주를 마셔서 그랬나 싶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 나 스트레스받고 있구나. 잘하고 싶은 마음 탓인가? 몸이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자꾸만 잊는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감지했어야 되는데 어제 또 PPT 앞에서 말하기 시연을 했던 거다. 슬라이드를 수정하고, 링크를 넣고...... 아직도 미약한 편두통이 있지만 수요일에 할 강의 때, '저는 일주일에 한 편은 쓰려고 노력해요, 주말마다 씁니다'라 떳떳하게 말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쓴다. ^^;)
강의 제목을 '치유와 연대의 책 쓰기'라 붙였다. 서점에 내 책 들이기는 너무 의미가 약해 보여서, 책쓰기가 가져다주는 좋은 점을 1. 내면의 힘 기르기-치유, 2. 공감과 의미의 확장-연대 이렇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실제 책을 내보니 어떠했다는 사례 중심으로 풀어나가면 흥미롭지 않을까. ‘책을 만들 때 겪는 문제 혹은 디딤돌’이라는 제목 아래 책 쓰기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던 경험을 나눌 계획이다. 책의 구성, 제목 정하기, 추천사 부탁 및 일러스트 협업 등. 입고하기는 따로 다루어 가격 정할 때 고려할 것들과 입고 요청 방법, 서점마다 다른 정산에 대해서도 알려드리려 한다. (입고요청 하는 법을 안내해 드린다고는 했어도, 내가 참으로 소극적으로 입고 요청을 하는구나 다시 알았다. 여기저기 메일을 많이 보냈어야 되었는데 고작 몇 군데밖에 하지 않았고, 대전의 독립서점 문을 두드리는 일도 게을리했다. 방학 때에는 '머물다가게'에도 가보고 '바베트의 만찬'에도 가서 부끄럽지만 책 얘기를 꺼내보아야겠다.)
독립출판 플랫폼, 독립출판 온라인 서점인 인디펍에 대해서도 설명할 거다. 사실 인디펍에 입고하는 일에 대해서는 첫 번째 책을 만들었을 때에도 추천을 받았지만 번거로운 것 같아 모른 척했다. 이번 책도 인디펍에 입고해 보라는 버찌책방 대표님 이야기를 듣기는 들었으나 막상 내 몸이 안 움직이던 것을, 강의 내용에 넣기 위해서 실현했다. jpg 파일을 만들고, 책 소개, 작가 소개 등을 입력하고 입고 수락을 받았다. 비닐커버를 다이소에서 사다가 한 권 한 권 포장해 20권씩 큰 상자에 보냈다. 인스타그램에 뜬 카드뉴스를 보고 놀라기도 했다. 분명 내가 만든 건데도 인디펍에서 올려주니 색달랐다. 책쓰기 강의를 염두에 두지 않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텐데, 강의가 나를 좀 더 씩씩하게 만들어주었다. (인디펍은 1. 창작자를 위해 독립출판물의 입고, 물류, 재고, 정산, 판매, 홍보 등을 관리해주는 플랫폼이자 2. 독립출판물 온라인 서점이기도 합니다.)
'독립서점에 내 책 들이기' 강의에서 기대하는 바는 어쩌면 수입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드릴 말씀이 없어서 참 민망하다. 내 슬라이드를 한 장 첨부한다. 타로 카드를 두 장 넣었다.
누구나 책을 쓴다고 하면, 왼쪽의 것을 원할 것이다. 펜타클은 타로에서 재물을 의미한다. 하지만 내가 얻고 있는 것은 오른쪽 카드다. 독자와의 교감, 그들에게 받는 이해와 공감, 그러니까 사람들 혹은 서점과의 인연. 책을 사이에 두고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다. 책을 만들어 본 덕분에 책쓰기 연수팀에서 함께 일할 수 있고, 선생님들 앞에 나서서 좋아하는 일을 말할 수 있으니까. 타로에서 컵은 관계. 이번 강의를 통해서도 좋은 인연을 만들어나가면 좋겠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그들의 책을 만나게 되고, 책쓰기 동료로 함께 걷고 싶다.
"당신이라는 우주에 내 이야기가 살짝 얹혀 우리가 새로운 별자리로 연결되길 소망한다"는 <해피엔딩을 쓰는 마음> 들어가는 말의 마지막 문장이다.
아, 인디펍 덕분에 이런 기쁨도 누렸다. 정말 선정된 것인지 입고된 책을 순서대로 선정해 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문자와 메일로 오늘의 독립출판물 선정에 대한 알림을 받았다. 모쪼록 내 책이 펜타클이랑도 연이 닿았으면 좋겠다. 책쓰기 강의는 정말 나를 씩씩하게 하는구나. 또다시 이렇게 내 책을 홍보하게 되었지 뭔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