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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게 하는 말을 모으고 나누는 일, 인터뷰

<아무튼, 인터뷰>에서 받은 영감으로 인터뷰하기

by 조이아

올해 독서토론 동아리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테마로 삼아 책을 만들자고 아이들을 독려하는 중이다. 인터뷰를 해보라는 과제를 내주었는데 영 시원치 않았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여섯 줄짜리 글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PPT를 준비해 <아무튼, 인터뷰> 속 인터뷰에 대한 은유 작가님의 정의를 보여주었다.

“만약 아이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해야 했다면 뭐라고 말했을지 상상해 본다. ‘인터뷰는 어떤 사람과 마주 보고 앉아서 그가 가진 보물 같은 이야기를 감탄하며 듣고 잘 들고 와서 다른 이에게 고이 전달하는 일이야.‘ 실제로 나는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올 때면 과격한 움직임을 자제하고 살살 걸었는데, 몸에 차곡차곡 담아 온 이야기가 헝클어질까 봐 그랬다.”

AROUND라는 잡지를 들고 가 읽어주며 인터뷰는 이런 짜임새를 갖추었다 알렸다. 2024학년도 길잡이 도서였던 이슬아 <새 마음으로>를 보여주며 이 인터뷰를 참고하라 했다. 끝으로는 독립출판물로 여행 에세이이면서 사진과 인터뷰, 게다가 해당 언어의 육필 답변이 쓰인 책-제목이 나라와 지역명으로 되어있는 SILVER JO의 책이다-을 보여주었다. 우리도 이렇게 인터뷰 말미에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손글씨로 받아보자고 말이다.


이런 기획으로 나부터 힘이 났다. 아무도 안 시켰지만 나도 이번 기회에 한 선생님을 인터뷰해야지 마음먹고는 더더욱 그랬다.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뷰 제안서와 질문을 생각해 보았다. 손편지로 선배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선생님께 받은 인상에서 시작해 책을 만들 때 넣을 인터뷰를 요청드린다고 정중하게 썼다. 질문도 넣었다. 하루 중 좋아하는 시간대는 언제인지, 하는 마음 여는 질문에서부터 현재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 퇴직을 즈음한 마음도 여쭈었다. 교직 생활을 한 편의 영화라고 한다면, 내 영화의 제목은 무엇일까, 어떤 배경음악을 넣으면 좋을까 하는 질문도 드렸다. 선생님께 내가 받은 호의를 끝 부분에 넣어 마음을 담았다. 두 장의 편지를 예쁜 봉투에 담는 마음이 들떴다.

은유 작가님의 책 <아무튼, 인터뷰>에는 ‘인터뷰는 짧은 연애‘라는 구절이 나온다.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부터 온통 그분 생각이 떠나질 않아 어떤 질문을 드리면 좋을까,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다. 편지를 전해드리자 이게 뭐냐며 놀라셨는데, ‘인터뷰 제안서입니다 ‘라고 하자 떨린다, 무섭다고도 하셨다. 편지를 읽으시고 곧 메신저로 답장을 받았는데 감사하게도 수락의 메시지였다. 실제로 만나 뵙고 대화하고 싶었는데 써주시는 게 편하시다 하여 그렇게 했다. 바쁘실 텐데도 하루 만에 답장은 왔고, 봉투에 손글씨로 써주셔서 황송했다. 나는 또 받자마자 그 귀한 마음이 어디 갈세라 당장에 인터뷰 글을 썼다. 들어가는 말과 맺는말도 넣고 대화의 형식으로. <아무튼, 인터뷰>에 쓰여있듯 “한 사람의 매력과 특징이 보이는가 “ 고민해서 썼다.

다음날 들뜬 마음으로 내가 쓴 글을 출력해 들고 부장님을 만났다. 떨리는 마음으로 어떤지, 곡해된 마음은 없는지 여쭈었다. 답변 중에 더 궁금하던 걸 여쭙고 우리 사이에는 서로를 향한 호감이 둥실둥실 떠있음을 충분히 알아차렸지만 내 큰 실수도 함께 마주했다. 4교시 이 시간에 부장님 수업이 없다는 걸 알고 급히 제목을 붙여 출력한다는 게 성함을 잘못 쓴 것이다.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에서 이슬아 작가는 호명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내가 이런 실수를 할 줄이야. 우리 학교에는 두 분 성이 같고, 이름은 앞뒤로 바꾸어 같은 글자를 쓰는 분이 계셔서 자주들 혼동하곤 한다. 그래도 너무 치명적인 실수여서 거듭 사과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교직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 나는 정말 제가 궁금하고 부장님과 대화하고 싶어서 제안드린 거라고 강조해 말씀드렸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만나면 반가이 인사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쉽지가 않다. 독서모임을 통해 간간이 그런 만남이 이루어지긴 해도 여럿이 둘러앉아 대화하는 것과 단 둘이 깊은 이야길 나누는 일은 차원이 다름을 이번에 알았다. 접근이 조심스러워야 하고, 단편적이거나 겉핥기로만 이루어져서도 안 되는 것 같다. 나로서도 인터뷰를 처음 해본 셈인데 멋진 인터뷰이를 만나 근사한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은유 작가님 책의 일부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한국문학번역가 호영 님 말씀과 작가님의 문장이다.

‘“우리가 소통할 때 오류를 감수하고 말하는 것처럼 시 번역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그날 인터뷰가 내게도 그랬다.‘

@ 은유, <아무튼, 인터뷰>, 제철소

@ SILVER JO , <JAPAN - KAMAKURA, TOKYO, FUJIKAWAGUCHIKO, MONGOLIA - ULAANBAATAR, DUNDGOVI, SOUTH GOBI, ARKHANGAI, OMNOGOVI, FRANCE-PARIS, ITALY-SICILIA, RAMPEDUSA, MILANO, MONTERODI, D’ARBIA, ROME>, 2023

@ AROUND <기록과 공유>, 2024년 12월

@ 이슬아,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야기장수


* 제목은 은유 작가님 책에서 나왔다. <아무튼, 인터뷰> 61쪽 “인터뷰란 본디 ‘사람을 살게 하는 말을 모으고 나누는’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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