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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Nov 29. 2018

가장 우아한 여행의 순간, 인룸 브랙퍼스트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 일곱 번째 이야기

아침의 룸서비스는 오로지 호텔에서만 누릴 수 있는 축복같은 시간이다. 이른 아침부터 나만을 위한 섬세한 아침식사가 완벽하게 준비되어 방에 들어오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좋은 호텔과 함께하는 여행은, 가장 쾌적하고 편안한 하루의 시작이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호텔 레스토랑에서의 조식도 좋지만, 가끔은 이불 밖을 절대로 벗어나고 싶지 않은 아침이 있다. 그럴 땐 침대 머리맡에 놓인 수화기를 집어들고, 가볍게 메뉴판을 뒤적여 아침식사를 주문해 보자. 잠시 후, 당신의 객실은 작은 팝업 레스토랑으로 변한다.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작지만 큰 사치, 바로 인룸 브랙퍼스트다. 




하얏트 플레이스, 하와이


현지인의 집을 예약하여 머무는 에어비앤비가 강세를 보인 최근 몇 년간은, 호텔이 가진 고유의 가치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고 오히려 규격화되고 진부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전 세계 30곳 이상의 현지인 집을 렌트하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여행이 꼭 일상의 연장선상이어야 하는가?’라는 새삼스러운 의문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오늘은 뭘 해먹을까?’ 하는 메뉴 고민부터, 조리 후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의 뒤처리까지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고 나니 호텔이 가진 ‘비일상성’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절감했다. 여행에서 가장 큰 비일상성을 선사하는 호텔 서비스로, 나는 주저없이 ‘인룸 브랙퍼스트’를 첫 손에 꼽는다. 





쉐라톤 마카오 호텔에는 조금 특별한 인룸 브랙퍼스트가 있는데, 바로 아침용 딤섬 메뉴가 차려지는 '차이니즈 브랙퍼스트'다. 그래서 침대에서 한 발짝도 꼼짝하기가 싫었던 쉐라톤 마카오에서의 어느 날 아침, 이 메뉴를 주문해 봤다. 주문 전화를 한 지 한 30분이나 지났을까. 영화 속에서나 봤던 커다란 카트가 객실에 입장했다. 직원이 테이블보를 촤라락 깔고, 식사와 차를 신속하게 준비하는 광경을 넋을 잃고 지켜본다. 


잠시 후 내 앞에는 포트에 담긴 따뜻한 차와 데운 두유, 딤섬 한 바구니, 흰 죽과 토핑, 튀긴 도넛 등이 소담하게 담겨져 있다.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정통 중국식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는 순간은, 그 자체로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여행 경험이다. 이러다 룸서비스가 버릇이 될 것만 같아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말이다. 




사마베 리조트 앤 빌라스, 인도네시아 발리


귀차니즘에 젖은 여행자를 위한 룸서비스가 진가를 발휘하는 여행지는 역시 휴양지다. 발리의 사마베 리조트 앤 빌라스(Samabe Resorts & Villas)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은 바로 올 인클루시브 객실의 특별한 룸서비스였다. 사마베 리조트는 기본적으로 조식을 뷔페와 룸서비스 중에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아침부터 버기를 타고 레스토랑까지 갈 필요가 없다. 


전화 한 통으로 주문만 했을 뿐인데, 30분 후 객실에는 풍성한 한 상이 차려졌다. 오션뷰를 바라보며 맛보는 빵과 잼, 신선한 남국의 과일, 아직도 따끈한 오믈렛을 입에 떠넣으며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는 매일 아침은, 발리여행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남았다. 인룸 브랙퍼스트 뿐 아니라, 오후 2시~5시 사이에는 '애프터눈 티 세트'가 객실로 배달된다. 사마베 리조트가 위치한 누사두아에는 워낙 많은 호텔과 리조트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특별한 룸서비스 몇 가지를 차별화된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아한 인룸 브랙퍼스트만이 전부는 아니다. 하와이의 하얏트 플레이스 호텔에서는 셀프로 인룸 브랙퍼스트를 차려 먹을 수 있다. 하와이의 많은 호텔이 조식을 포함하지 않고 객실만 판매하는 반면, 하얏트 플레이스는 간단한 조식 뷔페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야외의 널찍한 레스토랑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날이 예사다. 그래서 객실에 재미있는 어메니티가 마련되어 있는데, 바로 '조식 전용 트레이(쟁반)'다. 이 쟁반을 들고 식당에 내려가서, 먹고 싶은 메뉴를 양껏 담아와서 객실에서 느긋하게 먹으면 된다. 물론 다 먹은 쟁반은 객실에 놔두면 메이크업 시 깨끗히 정리해 준다. 비록 룸서비스처럼 편리하지는 않아도 직접 요리를 하거나 식당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으니, 이 또한 호텔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아침식사 아닐까 싶다. 


물론 호텔여행을 자주 하는 내게도 아직까지 룸서비스가 그렇게 익숙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식사를 주문할 때면, 가끔은 어색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서비스가 나만을 위해 갖춰진 온전한 시간은, 살면서 그리 자주 오지 않는다. 그러니 인룸 브랙퍼스트는 삶을 잠깐이나마 우아하게 만들어 주는, 호텔여행에서만 즐길 수 있는 멋진 서비스 아닐까 한다. 아직까지 호텔 객실에서 아침식사를 해보지 않았다면, 다음 여행에서는 인룸 브랙퍼스트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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