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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영 Jul 27. 2021

"언니,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되는 것 같아요."

싱글라이프 시즌2를 맞이하며

가끔 마주하는 기혼자들의 착각이 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삶을 자기는 살아봤다는 믿음이다. 그래보일 수 있다. 누구나 혼인한 채로 태어나지는 않으니까.     


이런 생각이 1절에서 그치지 않고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인생 후배’로 여기는 모습을 볼 때 당혹스럽다. 인간의 삶을 배우자가 있는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로 양분하는 사고도 기이하지만, 굳이 그 관점을 가져와 따져봐도 이상하다. 나는 줄곧 태어나서부터 결혼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다고 스무 살의 싱글인 '나'와, 서른 살의 싱글인 '나'가 같은 수준의 성숙함을 가진 인간은 아니다.      


이른바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 맞는 싱글 생활은 ‘시즌2’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숱한 편견에 맞서면서도 스스로의 삶을 독립해야 하는 도전이 주어진다. 30대 싱글은 경제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맞벌이 부부만큼의 생활수준을 맞추기에 혼자서는 버겁다. 게다가 여성 싱글이라면 자꾸만 ‘이게 다 내가 남편이 없어서 그러는 것인가’ 싶은 무례한 경험들이 삶에 질척거린다. 배우자와 삶을 꾸릴 때의 고충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의 어려움도 적지 않다. 서로 그 삶을 경험해보지 않았는데 왜 일부 기혼자들은 자기가 지금 내 연령대에서 미혼의 삶을 경험하고 통과한 양 말할까.


결혼식을 치른 지 얼마 안 된 후배를 만났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언니,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되는 것 같아요.


맥락은 이해 간다. 결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을 둘이 헤쳐 왔을까. 이를 풀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느낀 내적 성장이 있었으리라. 그러나 ‘결혼하면 어른이 된다’는 말은 개인의 경험 영역에서는 맞을 수 있지만, 일반화하면 너무 쉽게 반박되는 언사이다. 최근 여론의 질타를 받은 유명인 아무나 떠올려보라. 결혼이 인간성을 완성하는 퍼즐 조각은 아니라는 반례를 단번에 찾을 수 있다. 또 결혼하지 않은 상대를 앞에 두고 저런 말을 뱉는 언행 자체가 그 사람의 미성숙함을 증명하는 아이러니는 어쩌랴.


굳이 한 번 더 따져보자. 부모와 함께 살다가 결혼하면서 가정을 꾸린 기혼자와, 일찌감치 부모 품에서 떨어져나와 의식주를 홀로 꾸리는 삶. 둘 중 어느 쪽이 더 독립적 개인이라고 할 수 있겠나.


누구일지도 모르는 배우자 자질을 상상해보는 건 매우 무의미하지만 이것도 굳이 해보자면,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남편으로 맞고 싶다. 배우자가 심리적·경제적으로 부모님과 독립해본 경험이 있었으면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자식이 부모에게서 경제적 독립을, 부모가 자식에게서 심리적 독립을 하기 어려운 듯하다. 웬만하면 그 연습이 된 부모-자식을 가족으로 맞고 싶다는 뜻이다.


집안일이 저절로 되지 않으며 해도 별다른 티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는 점에서도 미래 배우자가 혼자 사는 생활을 한번쯤 해봤으면 소망한다. 이는 어쩌면 동거인으로서 기본 자질일 수도 있다. 남편이라면 같이 살아야하기에 이왕이면 그런 동거인을 곁에 두고 싶다는 소리다. 그래서 내겐 '결혼하면 어른 된다'보다 '혼자 살아봐야 어른 된다'는 말이 차라리 더 그럴 듯하게 들린다(물론 그 전에 타인을 자신의 잣대로 '어른이다/아니다' 판단하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다).  


*사진 출처는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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