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느긋하게 준비를 마치고 창밖을 보고 있는 고냥이들에게 하루치 인사를 미리 해두고 나선다. 일요일 이른 아침은 도로에 차가 없어서 막힘없이 달리는 기분이 꽤 괜찮다. 집과 회사의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플레이리스트도 제법 길게 준비해두어야한다. 음악이 중간에 끊기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도로 상태와 그 날의 플레이리스트가 조화롭다면 제법 드라이브하는 기분이 난다. 미세먼지 없는 푸른하늘까지 더해진다면 주말 출근길이어도 그 시간만큼은 멀리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낼 수 있어서 더할나위없다.
회사에 도착하니 일요일이라 아직 이른시간이라 출근한 직원은 없다. 요즘은 프로젝트가 바쁜 시기라서 주말에도 혼자 출근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오늘은 핸드드립은 조금 귀찮으니 캡슐 커피를 마시기로 한다. 커피머신의 버튼을 눌러두고 인센스를 하나 꺼내 불을 붙인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면서 음악을 셋팅한다. 어차피 사무실로 올라가면 음악은 홀로 흐르겠지만 일단 틀어두기로 한다. 음악과 커피와 향내로 가득한 휴게실 문을 열어두고 앞마당에 나가 오늘의 정원 상태를 확인한다.
내가 일구어 놓은 해바라기 군락을 한 번 살핀다. 오늘도 쑥쑥 자라고 있군이라 생각하고 날마다 무섭게 자라서 가을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중이다. 그리곤 올리브 나무에 맺힌 올리브 열매의 오늘 크기와 상태를 확인한다. 오늘도 동글동글 귀여운 올리브 열매를 한참동안 보고 있다가 사과나무에 가서 천연 진딧물 퇴치제를 한 번 휘휘 뿌린다. 사과가 잘 커야 할텐데.. 이번엔 레몬나무로 간다.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아직 손톱보다도 작은 레몬을 확인한다. 자라고 있긴 한거니..레몬아. 내가 골라 데려온 삼각잎 아카시아의 상태도 확인한다. 요즘은 작은 씨방이 생겨서 또 새롭다. 날마다 식물의 생육상태를 확인하는 게 요즘 출근 뒤 이루어지는 나의 루틴이다. 하루 일과 중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기도하다.
이 시간이 있어서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그나마 견딜 수 있다.
내 일상의 시작이자 쉼표인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