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다 둘인 세상

by 도토리




참으로 오랜만에 공원을 걸었다.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 나선 길이었다.

급작스레 나섰지만 홀로 길지 않은 밤산책을 하는 내 주변은 온통 커플이었다.


시작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 느낌의 연인으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 아직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태워주는 엄마와 아이, 아마도 지하철역까지 함께 걸어가는 중인걸로 보이는 직장인 남성 둘

자매 혹은 친구사이인 것 같은 느낌의 파워워킹 중인 젊은 여성 둘, 그리고 산책중인 강아지와 그 반려인까지.


혼자 걷고 있는 나만 빼고 모두 둘씩이었다.

공기는 선선하고 산책로 주변에는 늦봄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풀냄새가 나는 작은 개천을 흐르는 물소리도 청량하다.

살짝 낀 구름사이로 옅은 달빛이 비추는 밤은 걷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나는 오늘따라 이상하게 외롭고 쓸쓸하다.

아마 이건 다 어설피 마시고 나온 맥주 때문일 것이다. 오랜 친구가 전화를 걸었다.

다짜고짜 말한다.


‘야. 혼자라는 게 이런 기분인거니? 맙소사- 세상에 나만 빼고 다 둘이야~’

그 말을 들은 친구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ㅋㅋ 같이 걸어줄게. 목소리만이지만.’

아. 다정한 내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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