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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Mar 19. 2021

위급 시 아내 먼저 구해주세요.



출근길 본 어느 차량 후미 범퍼에 붙어있던 문구다. 그것도 꽤 큼지막하게.

고속주행 중이어서 제법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운전 중이었는데도 너무나 잘 보이게.

처음 봐서 그런지 낯설기도 하고 훈훈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 문구다.

옆 차선인데 드라이버 얼굴이 너무 궁금해서 부앙~하고 속력을 올렸는데 요즘 차들은 선팅이 진하다 보니 아쉽게도 얼굴은 보이지 않더라.




출근길 도로 위의 나홀로 외로운 드라이버는 생각이 많아지는 법.

저 차량의 드라이버는 어떤 사람일까?



1. 드라이버는 남편이다.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랑꾼이라 아내 먼저 구해달라고 했다.

2. 드라이버도 남들처럼 스티커를 붙이고 싶었는데, 아이는 없어서 아내라도 구해달라고 했다.

3. 드라이버는 남편이고, 사실 삶에 대한 애착이 그다지 없다.

4. 위급한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웃자고 재미 삼아 붙여봤다.

5. 타의에 의한 경우 : 사실은 붙인 사람은 아내였다. 그리고 드라이버는 남편이다?!

부디.. 1번이기를!




차량스티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매일 왕복 75Km 정도를 운전하며 출퇴근하다 보니 다양한 유형의 드라이버들을 만난다.

그 중 가장 이해가 안 가는 유형이 차량 뒷유리에 버젓이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 던 지, Baby on Board라던지 혹은 위급 시 아이 먼저 구해주세요 등등의 문구를 붙인 채로 난폭운전을 하는 차량이다. 아이가 타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흘리며 막상 칼치기 운전을 한다던지, 깜빡이 없이 끼어들기를 마구마구 한다던지 하는 알 수 없는 운전을 하는 드라이버들이다. 아마 출퇴근 시간이라 출근 중인 누군가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주로 외곽의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아이가 진짜로 타고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것 같다. 아이가 타고 있는데 설마 그렇게 운전을 하겠어?라는 생각이지만, 만약 그렇지않다면 나는 그 사람의 면허를 뺏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드니까.


왜냐하면 아이를 태운 차량으로서 최소한의 안전운전 에티켓을 숙지하지는 못한다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은가. 부모가 되는 것과 매너 있는 성인이 되는 건 상관관계가 없는 것인가? 아이가 생기면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원래의 운전 습관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위급 시 아이를 구할 걱정보다는, 우선 위급한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타인의 실수로 발생하는 사고는 제외하고 말이다.

나는 진심으로 궁금하다. 아이가 타고 있으니 무조건 양보해달라는 운전방식인 건지 그게 아니라면 후미에 붙은 문구의 존재 자체를 잊은 것인지? 아니, 알고 보니 그냥 데코레이션 걸 나만 몰랐나??!





글을 적다가  스티커의 유래가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보았고, 아래기사를 보았다.

출처 >> http://www.autoview.co.kr/content/article.asp?num_code=52603

그렇다고 한다.




나는 초보운전이거나 아이가 타고 있거나(학원차량), 시간에 구애받거나(버스)하는 차량에게는 대부분 양보를 한다. 그런데 운전을 오래하다보니 초보운전을 포함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같은 배려를 원하는 표지로는 사실 진짜 '초보'와 진짜 '아이가 탄 차량'을 구분하기 굉장히 어렵다. 실제로도 초보가 아닌 다른 가족이 운전하는 차량일 수도, 아이가 타지 않은 채로 운전할 가능성이 있기도하니 더욱 그렇다.


부탁드리건데, 자발적 배려를 유도하는 문구를 붙이려거든 좋은 운전 습관을 먼저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가 타고 있지 않다면 아이가 타고 있다는 혼동을 줄 수 있는 표지는 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탈착식으로 만들어 보자. 띠부띠부씰이나. 옆 나라의 초보운전이나 노인운전 표지판처럼 마그넷이거나. 아! 내가 만들어 팔아야 되나!



그나저나 나도 참 글귀 하나에 생각이 길다.






PS.

남편에게.

나는 먼저 구해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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