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마저 획일화된 사회
사람들은 성공을 열망한다. 한 번뿐인 인생, 성공해야만 성공한 인생이라 불리기에 열심히 산다.
안정적인 월급을 주는 회사를 찾아 들어가고 퇴근 후에는 부동산, 투자, 각종 스터디 모임 등 또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찾아다닌다. 주말에도 자기 계발에 힘쓰니라 쉴 틈이 없다. 한국 같이 전국민적으로 '성공'에 연연하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휴전 후 한 세기도 안돼서 한국 국민의 교육 수준은 그 어느 나라보다 높아졌고 선진국을 뛰어넘는 도시 인프라를 갖췄다. 모든 것이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변한다. 서울의 대도시 생활에 지친 내 친구는 말했다.
다 같이 전력 질주하는 레이스 안에 나도 같이 뛰고 있어.
잠깐이라도 멈추면 순식간에 뒤처지는 거야...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된다니까!
나도 그랬었다. 눈만 뜨면 공부하고 알바하고 운동하고... 가만히 있으면 무능한 인간같아서 뭐라도 하고 사는 게 인간의 기본 도리인줄 알았다. 대학교 때 친구들이 허슬하는 나를 보고 '여름방학 때 쟤 하는 거에 반만큼만 하고 살아도 성공한 방학'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다 영어도 좀 더 잘해보겠다고 휴학을 하고 아일랜드에 갔었다. 유럽에서 지내면서 처음으로 경험했던 사람들의 느긋함은 너무도 낯설었다.
'이렇게 쉬어도 되나? 이렇게 여유 부려도 되나?'
대학입시에 이어 '성공적'인 어학연수를 위해 전력질주를 했었던 나는 유럽의 여유로운 문화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유럽에서 지내는 첫 몇 개월은 내게 뭐라는 사람 없이 혼자 초조했는데 그 문화가 익숙해지고 나선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유럽의 느긋한 라이프스타일이 익숙해질 때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예전의 빠른 템포로 복귀했다. 대학졸업, 병원 취업, 퇴사, 제약회사 취업, 퇴사 후 다시 해외 취업 성공... 앞만 보이는 경주마같이 달리고 또 달렸다.
한국보다는 여유로울 것만 같았던 싱가폴 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 젠장 그냥 사는 도시만 바뀌었네.
싱가폴에서 직장인으로 몸값 올리는 재미로 사는 거 몇 년 하다 보니 해외 생활에 대한 로망은 없어지고 일상이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계속 이렇게 몸값 올리고 이직하고 또 몸값 올리려 관심도 없는 공부를 해야 하고, 일 년에 두 번 럭셔리한 휴가를 위로 삼으면서 쭉 행복할지 모르겠어서 막막했다. 깊은 고심 끝에 몇 년간 애지중지 쌓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가 진짜 원하는 걸 찾아내겠단 결단을 내렸다. 지금 나는 다시 서울에 살고 있지만 이제 모든 것이 달라져있다.
당신에게 성공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일반적으로 누구나 성공이라 여기는 '돈 많이 벌어 편하게 사는 인생'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당신이 어떤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길 원하는지'에 대해 묻고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 있어서 성공의 의미'에 대한 명쾌한 이미지가 서 있어야 그 누가 뭐라 해도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 말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성공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이 애매모호 거의 비슷하다. 그냥 막연히 돈을 많이 벌어서 원하는 걸 사고 갖게 되면 행복할 거 같다고 한다. 원하는 만큼 돈을 벌 때까지는 쉬는 것도 뒤로 미루고 산다. 성공하면 그때 은퇴하고 쉴 거란다. 아... 그럼 성공하기 전까진 마음 편히 못 쉬는 건가!? 성공을 못하면 쉴 수 없는 인생을 원하는 건가?
사람마다 우선순위에 두는 가치관이 다르기에 '나 이만하면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도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예쁘다/멋있다‘는 판에 박힌 기준에 맞춰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을 하고 자신의 외모를 바꿔나간다. 같은 맥락으로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들이 갖춘 이미지에 자기 자신을 맞춰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나의 성공과 너의 성공이 똑같은 모습일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완전히 다른 사람들인데!
세상 사람 모두가 성공했다고 평가해도 본인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끼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이 성공적이라 주입받은 가치관을 따라 무작정 뛰기 전에 개인적인 차원의 성공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겐 가족과의 퀄리티 타임을 많이 갖는 게 성공이며,
누군가에겐 영감을 주는 예술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는 게 성공이며,
누군가에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돕고 존경받는 존재가 되는 것이 성공이며,
누군가에겐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팔면서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성공이며,
누군가에겐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추억을 쌓는 것이 성공이다.
성공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다.
평가를 해서도 받을 수도 없는 영역이다.
매일 당신이 원하는 걸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개인적으론 이미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그걸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누군가는 잡지에 나오는 럭셔리한 저택에 살면서 최신 외제차를 끌고 다니고 환심을 사는 직업을 가졌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선 지옥같이 불행한 나날들을 보내며 산다. 풍족한 돈은 삶에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마음의 안정이나 행복까지 세트로 보장해주진 못한다.
'이거 뭐 그냥 정신 승리하자는 건가?'란 의문도 들 수 있겠다.
'정신승리와 하향평준화를 통해 만족하며 살자'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한국에선 여전히 생소한 라이프 코치, 웰니스 코치란 직업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지난 5년 동안 힐링씨티라는 회사를 만들어 코칭일을 해오고 있다. 수백여명을 코칭하면서 '소중한 누군가의 인생을 가장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방향으로 가이드하는 법'을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공부해오고 있다. 그 시작은 내 인생 먼저 바꾸는 거였다.
앞만 보고 뛰는 결정을 하기 전엔 어디를 향해 뛰어야 할지 반드시 고심해봐야 한다. 명확한 성공 목표와 방향을 세팅하지 않고 냅따 뛰기 시작했다간 결승선에 도착하기 전 나가떨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식으론 이를 악물고 뛰어 결승선 코앞까지 가봤자 막상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서 허탈함에 삶이 혼란스러워질수도 있다.
나도 막상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성취해 보니 성공이 아닌 같아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뛰면 뛸수록 공허함만 커지는 쳇바퀴 뛰기를 멈췄다. 내가 오랜 시간 온 힘을 다해 달려서 따낸 메달을 다시 내던져 버리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건 결정적인 시기에 운 좋게도 내 '영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인생의 큰 방향성 또는 소명(calling)이란 것을 아는 사람일 거라 믿는다. 잘 몰라도 괜찮다. 지금부터 찾으면 되니까. 시작하기 늦은 때는 없다. 자신이 한계라고 단정 지어버린 바운더리를 깨고 나와 내 모든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다면, 이제 시작해보자. 아주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성공으로 가는 방향성이 잘 세팅되어 있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인생의 큰 방향성을 찾아 구조를 바꿔가는 여정에서 내면 치유 작업(healing process)은 건물을 짓기 전에 대지를 닦는 기초공사와도 같다. 대지를 닦지 않고 싱크홀 위에 건물을 지으면 잠시동안 아슬아슬 서 있겠지만 위기가 오면 바로 무너진다. 당신의 내면의 대지는 잘 닦여 있는가? 위기를 극복해낼 정도로 단단한가? 모두 그렇게나 좋아하는 그 놈의 성공! 성공할 준비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