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왜? 변화가 즐거움 대신 고통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변화가 고통을 가져다 줄지 기쁨을 가져다 줄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렇게 믿고 있는 이상 사람들은 변화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고 그 믿음에 맞춰 살아간다.
'변화에 대한 저항감'을 갖고 살고 있는데 그걸 모르고 있다면 간절히 원하는 게 있어도 이뤄지지 않는다. 변화에 대한 저항감은 대부분 무의식적이다. 이 걸 간과한 채 사람들은 쉽게 변화하지 못하는 '자신의 의지력'을 탓하거나 스스로를 '나약한 인간'이라고 자책한다. 만약 본인이 그런 사람들 중에 한 명이라면 이제 자책을 멈추고 내가 변화에 대해 왜 저항하고 있는지 이 글을 읽으며 찾아가 보길 바란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무의식 속 변화에 대한 저항감이 우리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막고 있을 수 있다.
당신 탓이 아니다. 무의식적인 저항감을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성폭행을 당한 이후에 급격하게 체중이 불어난 한 여자가 있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도 큰 변화가 없어 괴롭다. 의식적으로는 살을 빼고 싶어 하지만 무의식 속에는 살이 빠져 가녀린 몸으로 돌아가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을까 봐 무서워하는 마음이 있다. 예전으로 돌아가면 지금 같이 숨어서 조용히 안전하게 지낼 수 없을 거라고 믿는다.
다른 예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고 싶어 이런저런 노력해 보지만 계속 싱글로 지내는 남자가 있다. 의식적으로는 헌신할 수 누군가를 간절하게 원하지만 무의식 속에로 친밀한 관계를 맺음으로 인해 자유시간과 인생에 대한 통제권을 잃게 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마음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지금같이 자유롭게 지낼 수 없을 거라 믿는다.
이런 무의식적인 마음들이 바로 우리의 변화를 막고 있는 숨겨진 저항감들이다. 사람들이 변화에 저항하는 이유는 셀 수 없게 많지만 크게 다섯 가지로 이야기해 보자.
첫 번째, 변화는 우리에게 안정감을 뺏어간다.
안정감은 인간의 5대 욕구 중에도 밑바탕에 해당하는 기본 욕구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안정감을 지키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익숙한 루틴을 만들고 지키면서 안정감을 느낀다. 변화는 우리가 만든 루틴과는 반대에 위치해 있다. 일상과는 다른 일을 하게 만드는 변화는 루틴에 균열을 만드는데 이때 우리는 안정감을 잃게 된다. 만약 당신이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낮에는 회사생활, 저녁에는 자기만의 취미 활동을 가지며 안정감을 느끼는 회사원인데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싶다면? 프리랜서로 변화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이 루틴에서 오는 안정감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물론 새로운 루틴을 만들기 전까지 잠시겠지만 이 잠시조차도 안정감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저항감이다. 특히 본인이 느끼기에 현재 상황이 안정감 없이 불안하다면 원초적인 생존기제가 발동해서 변화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기 쉽다.
두 번째, 변화 앞에서 자신감이 떨어진다.
변화는 새로운 일에 발을 들여놓다는 말인데, 누구나 모르는 새로운 일 앞에서는 자기가 작아짐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변화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우리가 쌓아온 모든 기술이 갑자기 쓸모없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루아침에 자기 자신이 갑자기 무능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 느낌, 유쾌할 수 있을까? 통제력을 잃은 것 같은 이 느낌이 즐거울 리 없다. 특히 새로운 일을 잘 처리하는 유능한 사람들이 나보다 더 큰 힘을 가진 것 같아 자기 자신이 더 작게 느껴진다면? 이 더러운 기분을 느끼느니 변화하지 않고 그냥 제자리에 머물기로 한다.
세 번째, 변화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온다.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불안함,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은 우리의 마음을 제일 힘들게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기쁨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고통을 선택한다. 우리는 살면서 두 가지 선택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선택을 하면 결과적으로 뭐가 되든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가뜩이나 선택하는 것도 어려운데 뒷감당까지 다 해내야 하니 두려움이 몰러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변화를 통해 지금보다 악화될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자기 능력보다 이미 알고 있는 고통을 처리하는 자기 능력을 더 믿는다. 특히 변화로 인해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는 확신이 없을 때, 혹시라도 더 안 좋아지는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없을까 봐 변화에 저항하고 제자리에 머물기로 한다.
네 번째, 변화로 인해 갖고 있는 무언가를 잃을까 두렵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 잃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경우 도전하기를 꺼린다. 이 도전 자체가 위험한 모험이라고 인지되는 것이다. 변화로 인한 손실이 확인되는 순간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특히 변화를 함으로써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두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죽음만큼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혼자 고립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화로 인해 현재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거나 혼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 그 선택을 더욱 하기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혼자 고립되느니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길 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이직을 할 경우 반드시 먼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저항감이 올라올 수 있다.
다섯 번째, 변화로 인해 생길 이득을 예측할 수 없다.
변화로 오는 보상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면 고민하지 않고 이미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현재 상황에서 가만히 머무는 고통이 변화로 인해 올 불확실성에서 오는 고통보다 더 크다면 변화를 선택할 것이다. 그래서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 큰 변화를 만드는 게 더 쉬울 수 있다. 반대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감내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변화로 인해 얻게 될 보상보다 더 커 보일 경우 변화에 대한 저항감은 더 커진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끝까지 가보지 않는 이상 끝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지만 뿌연 안개가 자욱한 길을 터벅터벅 걸으면서 안개가 걷히면 뭐가 나올지 모르는 이 기분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당신이 변화를 원하면서도 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변화가 어려운 마지막 이유는 변화의 파급효과 때문이다. 변화의 여파는 도미도 같아서 한 가지 변화로 인해 줄줄이 삶의 다른 영역까지 함께 변화해야 할 수 있다. 이직을 했더니 도시가 바뀌고 도시가 바뀌니 만나는 사람이 바뀌고 만나는 사람이 바뀌었더니 삶이 바뀌는 것 같이.
삶의 여러 영역에 영향을 미칠 변화의 잠재력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예측할 수 없으니까 재밌는 인생이다. 결말을 이미 알고 보는 영화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걱정들로 가득 차 있다면 변화에 대한 저항감은 커진다. 반대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저항감이 줄어든다. 텅 빈 컵 안에 무엇을 담을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나 무서워서 도저히 바뀔 수가 없어!
나 바꿔가고 있는데 너무 무서워!
위 두 가지 태도는 천지 차이다. 전자는 저항하고 있고, 후자는 응원하고 있다. 당신이 만들어 낼 변화가 당신이 필요하고 원하는 것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당신이 갖게 될 것들이라면 반드시 갖게 되고 잃게 될 것들이라면 반드시 잃게 된다. 변화로 인해 무언가를 잃는 다 해도 그 이상이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게 된다는 걸 경험하게 될 때 우리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재밌는 건 이런 경험 또한 변화를 선택하는 용기로 인해 얻을 수 있다는 거다. 변화를 원하지만 막연히 두려운가? 그렇다면 변화에 대한 저항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찾아라. 그 저항감을 찾아 제거할 때 비로소 변화와 동반되는 수고스러움까지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
잠시동안의 변화가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진정한 변화는 '나'에 대한 관념이 변할 때 이뤄진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 지는 이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 지와 같다. 내가 나를 무시하고, 싫어하고, 의심한다면 세상도 나를 무시하고, 싫어하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나를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세상도 나를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해준다.
지금 나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