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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씨티 Aug 28. 2023

화, 주체할 수 없이 올라올 때

터트리지도 억누르지도 않고 다스리기

"나 오늘 회사에서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내 매니저가 알려주지도 않을 걸 가지고 생트집을 잡아가지고 지금까지 이딴 식으로 일하고 있었냐고 지랄을 하는 거야. 아, 근데 이 사람이 내 고가 평가하는 사람이라 밑 보이면 안 되거든. 그래서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참고 듣고 있었어. 아씨, 귀까지 빨개지고 눈물이 핑 돌더라니까."


"에효... 오늘 힘든 날이었네. 나 같으면 못 참았을 거 같아. 밥은 먹었어?'


"야, 짜증 나서 밥도 안 먹히더라. 더 짜증 나는 건 이 기분이 퇴근길까지 이어지더라고. 지하철 갈아타려고 가는데 누가 내 어깨를 팍 치고 지나가는 거야. 근데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온 거 있지? 평소 같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나도 너무 놀랬어... 나 요즘 화가 너무 많이 나는데 감당이 안된다. 회사 다니면서 성격 이상해지는 거 같아. 나 어떡해? 


화는 왜 나는 걸까?

화는 우리가 고통을 겪거나 손해를 볼 것 같은 위협을 느낄 때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감정적 반응이다. '화는 위협에 대한 결과물'로써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충동 반응이다. 우리가 외부적 위협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옵션이 바로 화를 내는 것이다. 위협을 느낄 때뿐만 아니라, 두려움을 느낄 때, 사랑받지 못할 때, 조건적으로 사랑받는다 느낄 때, 진짜 자기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을 때 우리는 화가 난다.


우리는 화를 낼 때 위협으로부터 멀어지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화는 나와 상대방 사이에 거리감을 만든다. 이 거리감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관계가 어색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서 화를 참는다. 그리고 참는 건 더 해롭다.



사실 우리는 위협적인 상황에서 '화(anger)'를 느끼기 전에 '무기력감(powerlessness, helplessness)'을 먼저 느낀다. 사람들은 위협이 가져올 손해나 고통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다. 무언가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기력감을 느끼는데 무기력감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쪽에 속하는 에너지 주파수이다.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최악의 에너지 레벨로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자기를 보호하게 되는데 이때  'cover emotion'으로 사용한다. 'cover emotion'이란 진짜 속마음을 느끼거나 그 감정에 갇혀버리지 않기 위해 겉으로 드러내는 감정이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무기력감(Real emotion)을 느낄 때 화(Cover emotion)를 낸다. 아래 의식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화는 무기력감보다는 더 높은 에너지 레벨이기 때문에 무기력한 감정보다 화가 더 낫다고 느낀다.


화는 잘못된 감정도, 나쁜 감정도 아니다. 

실제로 화를 내는 것은 우리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화는 우리가 무기력감 같은 바닥의 에너지 레벨로 떨어지지 않게 돕는다. 화를 냄으로써 위협으로부터 멀어짐을 느낄 수 있고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음도 알게 한다.  우리는 선택권이 있을 때 여유로워질 수 있다. 반대로 화를 참거나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더 낮은 에너지 레벨에 갇힌다. 지속적으로 화를 참는 사람들은 화보다 더 낮은 에너지 레벨인 죄책감, 무기력감, 수치심과 같이 더 낮은 에너지 레벨로 끌려내려간다.


의식 지도는 감정에 따른 에너지 주파수를 보여준다.


따라서, 화를 표현하는 건 마음 건강한 행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참고 이해하고 '싸움을 막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 특히 내가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라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단, 이때 왜 내가 상대방에게 화를 표현하고 싶은 지 분명한 이유가 찾아 아야 한다. 인정받고 싶은가? 사과받고 싶은가? 사랑받고 싶은가? 존중받고 싶은가? 위로받고 싶은가?


내가 화를 표현함으로써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화가 날 때마다 그때그때 화가 났음을 인지하고 화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감정에 휘둘려서 감정을 추스를 일이 없어진다. 제때 잘 소화시키면 한 번에 퍼부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가 자주 나는 사람들은 어떡해야 할까? 화날 때마다 화를 표현해야 풀릴까?

먼저 화가 자주 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살펴봐야 하는데 화를 자주 내는 사람들을 싸잡아 성격에 결함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성격에 결함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달리 말하자면, 화를 자주 내는 사람들은 삶의 곳곳에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당신이 평소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면 화가 났던 상황을 돌이켜보면서 '위협적인 요소들'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해야 한다. 당신을 위협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화를 느끼고 화를 표현하는 것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누구든지 화를 느낄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감정에 휘둘려 행동한다고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는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화를 풀려고 무의식적으로 공격을 하거나, 물건을 부시거나, 싸움을 하거나, 사람을 죽이는 것이 올바른 행동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반대로 화를 참고 억눌러서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화라는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누르거나, 회피해서도 안된다. 화를 억누를 경우 그 감정 에너지는 결국 쌓이고 폭발해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한국에선 '화병'이라고 알려진 이 병은 해외에선 스트레스에 의한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다양하게 이름 붙여져 있다.


화, 어떡하면 건강하게 다스릴 수 있을까?



첫 번째, 화가 나는 진짜 이유를 이해하자.

화는 우리가 위협을 받은 것처럼 느낀다는 의미로 우리는 '무엇에 그렇게 위협을 느끼는지', '왜 위협을 느끼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사실 화가 났음을 인정하는 건 매우 쉽지만, 화라는 감정 아래 감춰진 우리의 나약한 부분(콤플렉스)을 인정하고 보듬어 주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화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세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내게 그렇게 큰 상처가 된 것은 무엇인가? 
2. 이 상황에서 내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3. 지금 충족되지 않은 내 욕구는 무엇인가?


당신의 분노에 귀를 기울여라.

당신의 삶에 문제는 무엇인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라. 분노 밑에 숨겨진 진짜 원인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화를 가라앉힐 수 있다. 


두 번째, 화를 느끼는 동안 올라오는 모든 감정들과 무조건적으로 함께 있어주자.

감정을 울고 있는 갓난아기라고 생각하면 쉽다. 아기가 왜 우는지 어른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안아주고 달래주면 울음을 그치는 것처럼, 아무리 부정적인 감정이라 할지라도 함께 있어주면 그 감정은 곧 사그라든다. 세상에 잘못된 감정은 하나도 없다. 감정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감정이 억눌렸을 때뿐이다. 한 번 느낀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좋다고 판단하는 감정들도, 나쁘다고 판단하는 감정들도 결국 모두 잠시 머물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느끼는 자체를 두려워한다. 감정을 느껴준다고 해도 현실에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두려움이 해소되는 걸 도울뿐이다. 정말 안심해도 괜찮다.



세 번째, 화가 났을 때 깊은 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자.  

건강한 심장은 메트로놈같이 평생 똑같은 속도로 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처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한다. 우리의 심장 박동수는 호흡과 함께 변하는데. 숨을 들이마시면 교감신경계가 항진되면서 심박수는 증가하고 반대로 숨을 내쉬면 부교감 신경계가 항진되면서 심박수가 내려간다. 만성적으로 화를 참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하는 사람들은 교감신경계가 계속 항진되다가 최악의 상황에 숨을 잘 쉬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요즘 공황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건 응급상황이다. 만약 당신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평소 호흡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호흡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연결시켜서 자율신경계의 두 축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밸런스를 되찾게 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평소 긴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마다 수시로 의식적으로 들숨은 1,2,3,4 날숨은 1,2,3,4,5,6 같이 호흡을 세면서 날숨이 조금 더 긴 호흡을 세 세트정도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자. 감정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오래 호흡하면서 릴렉스하는 시간을 갖자.





네 번째, 화를 분출하고 싶다면 건강한 방법으로 하자. 

화를 건강하게 분출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글쓰기, 달리기, 펑펑 울기, 친구에게 말하기, 그림 그리기, 음악 감상, 악기 연주, 춤추기, 복싱, 소리 지르기 등. 화를 건강하게 분출한답시고 동기부여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것은 득 보다 실이 많다. 화의 에너지는 저항감이라는 낮은 레벨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의 판단력과 직관력을 흐리게 만든다. 그래서 극도로 분노의 상태에서 내린 결정들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삶의 중요한 결정들은 좋은 영감을 받은 상태에서 하는 것이 좋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종종 혼란스러워한다. 혼란스러울 땐 특히 화를 글로 기록함으로써 우리가 화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글쓰기는 혼란스러운 생각과 감정을 연결시켜 줄 수 있다. 단순히 화를 느껴주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케이스라면 글을 써보는 것이 좋다.


다섯 번째, 화가 났을 때 우리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것들, 특히 안정감을 주는 것들에 집중해자.

안정감을 주는 행동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반려동물과 시간 보내기, 요리, 가드닝, 독서, 맨발 걷기, 안아주기 등 특히 본인이 안정감을 느끼는 행동을 찾아서 하는 것이 좋다. 직접 실천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당장 어렵다면 보기만 해도 좋은 반려동물 채널을 본다던가, 요리나 목공같이 보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채널을 골라보자. 

또한 계획처럼 안 되고 있는 일보다는 잘 풀리고 있는 인생의 여러 가지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무언가가 충족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하는 시그널이다. 그런 시그널을 받았다면 당신이 원하고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 욕구를 채워주면 된다.


모든 걸을 다 해봤지만 화의 강도가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세상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할 필요 없다. 어느 누구도 혼자 살 수 없다. 우리는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주고받는다. 도움을 받는 대신 사랑 좀 받으러 간다고 생각해 보는 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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