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혼자 있을 때 자꾸 뭐를 먹게 돼요. 밥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뭔가를 입에 계속 집어넣어야 할 것만 같아서 이것저것 입에 넣다 정신 차려보면 배가 터질 것 같이 빵빵해요. 그럼 기분이 진짜 뭐 같아요."'
"그렇게 먹기 전에 어떤 기분 상태에 있었는지 말해볼래요?"
"음... 저 불안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불안함을 해결할 수 있는 게 먹을 것뿐인 것 같아요."
"아이고... 불안함을 느낄 때마다 먹는 걸로 위로받으셨나 봐요. 먹으면 불안한 기분이 나아지시나요?
"아니요... 먹고 바로 후회하죠. 이런 제가 싫어요."
"그렇군요. 불안해서 먹었는데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으니 기분이 더 안 좋겠어요. 평소 기분은 어떠세요?"
"예전과 달리 뚱뚱해져 버린 제 모습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는 게 너무 싫어요. 거울 보는 것도 스트레스고요... 병원이라도 가야 돼서 밖에 나가면 큰 옷들을 입는 것도 스트레스예요.
"이렇게 지내온 게 몇 년째라고요... 에효,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겠어요"
"다이어트 스트레스는 20대 이후 쭉 달고 살고 있어요. 폭식을 멈추지 못하고 하도 반복하다 보니까 착잡한 것도 착잡한 건데 자책을 많이 하게 돼요. 나는 대체 왜 이럴까... 우울하고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싶어요"
"지금 느끼는 그 허기는 먹어선 절대 채워지지 않는 허기예요"
끊고 싶지만 끊을 수 없는 야식과 폭식 때문에 고민인가? 먹고 후회하고 또 먹고 후회하고 또 먹고... 이 악순환이 지긋지긋하다면 이 글은 하나만큼은 끝까지 읽고 스스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진짜 허기'와 '감정적(정서적) 허기'를 구분하지 못한 채 먹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먹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일시적인 위안을 얻는다. 'comfort food'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과식이나 폭식 습관은 무의식적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으면서도 자기가 왜 먹는지 모른 채 그냥 먹는다. 그래서 습관이 무섭다. 정신 차려보면 그냥 먹어 치워 놨으니까...
폭식을 하는 이유도 사람들마다 각양각색이다. 누군가는 심심해서 먹고, 누군가는 화가 나서 먹고, 누군가는 우울해서 먹고 이유 없이 먹는 게 습관이 된 사람들도 있다. 다음에 무의식적으로 너무 익숙하게 무언가를 먹으려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정말 배가 고픈 걸까? 만약 배고프지 않은데 먹으려 했다면 그때의 기분을 딱 캣치해보자.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을 피하려 하는가?
심심할 때마다 먹어왔다면 심심함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울할 때마다 먹어왔다면 우울함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불안할 때마다 먹어왔다면 불안함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화가 날 때마다 먹어왔다면 화내는 자신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먹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음식을 먹는 쾌감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줄 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먹는 걸로 시선을 돌림으로써 피해버린 감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음식을 먹어 치워 버리면 진짜 문제들을 묻혀버린다.
이 세상 대부분의 문제들은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제거해 줘야만 해결된다. 회피하고 도망 다녀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주체할 수 없는 과식과 폭식습관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피해 잠깐의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도피처에 불과하다. 문제가 되는 건 자기가 도망 다니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이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는지 아니면 기가 막히게 눈치채고 회피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을 두려워한다. 무섭거나 힘들게 보이는 감정을 느껴줘도 실제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정들을 마주함으로써 묵혀뒀던 감정 쓰레기들은 해소가 된다. 먹는 걸 통해서 피하고 싶었던 감정을 알아차렸다면 다음 단계는 그 감정적인 결핍감을 채워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심심할 때마다 공허함을 달려라 먹었다면 공허함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재밌게 해주는 활동을 찾아 시작하고,
우울할 때마다 마음을 달래주려 먹었다면 우울함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기쁘게 해주는 활동을 찾아 시작하고,
불안할 때마다 어쩔 줄 몰라서 먹었다면 불안함을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안정감을 주는 활동을 찾아 시작하고,
화가 날 때마다 잊으려 먹었다면 분노를 마주하고 분노 밑에 숨겨진 욕구를 찾아 채워 줄 수 있다.
내 감정적인 결핍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사람마다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다른 것처럼 채워지지 않은 욕구도 모두 다르다. 그리고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안다. 누군가에게 너무나 소중한 가치가 내겐 아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생존을 위해서 먹는 시대는 예전에 지났다. 먹방이 사람들을 즐겁해 해주는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감정적 결핍감을 회피하기 너무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만약 당신이 감정적인 허기를 먹는 걸로 풀고 있다면 그래서 ‘먹는 걸로 위로받는다 ‘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다면 다른 말로 ’ 먹는 걸로 회피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거. 먹어서 모든 감정적 문제가 해결되고 있고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 다만 그게 아니라면 진지하게 ‘내가 대체 왜 먹고 있는지’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정말 배가 고파서 먹는가?
감정적인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는가?
어떤 기분을 느낄 때 먹는가?
어떻게 감정적 결핍감을 채워줄 수 있을까?
나에게 감정적인 허기가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시작된다. 감정적인 결핍감을 채워주면서 몸은 가벼워지고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짐을 느끼게 될 당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