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베를린 영화제가 시작인 때,
나는 잠시 베를린을 떠났다.
매년 영화제 행사에 참여하곤 했다. 통상 2월엔 특별한 일도 생기지 않는 지나가는 달이기에(이렇게 말하면 2월에 대한 예의가 아닐 듯하지만) 영화제는 신선한 바람같은 것이었다. 매년 영화제에 초대된 한국영화를 한 편 이상은 보았었다(난 이걸 애국심의 발로라 생각한다).
이번에는 복병 일정이 튀어나와,
어어어어, 하다 깜박했다.
영화제 끝물인 어제 새벽에야 다시 베를린.
영화제 때문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온 영화감독이자 교수인 J와 점심을 약속했다.
7년 만이다. 더불어 영화와 예술에 조예가 깊은 M선생을 불러냈다. 여자 셋이 영화와 연극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우리가 간 식당은 오리지널 한국 반찬으로 유명한 곳이다. 식당의 주인을 잘 알고 있고, 나름 한국음식 좋아하는 독일지인들과도 이곳에서 만나곤 해 편안했다.
5분 전, 식당에 도착했다. 12시가 오픈시간이라 손님이 없었다. 식당 직원들이 둥그런 탁자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때마침 한국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와 미주알고주알!!!
이어 J교수가 문을 비집고 들어왔다. 뒤를 이어 M 선생이...
그녀는 7년 전보다 훨씬 영해졌다. 단발머리에 앞머리 애교를 낸, 요즘 유행인 군들라 가우제(Gundula Gause/ZDF 방송 아나운서)스타일이다.
역시 교수라는 지위가 주는 기품이 느껴지네.ㅎㅎ
23일 일요일은 독일 총선이 열린지라 투표에 참여하는 J감독은 연신 독일 정치와 학교에 대한 불만을 뿜어냈다. 특히 관료주의와 형식주의가 독일사회에 팽배해 분노가 목에 걸린 듯 쾍쾍거리며 물을 마셔댔다.
나는 독일 시민권자는 아니지만, 독일 방송이나 뉴스를 통해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있다.
숄츠 정권의 무능력함과 경제 스캔들로 독일사회가 얼마나 마비되고 있는지, 신호등 연정이 독일사회에 끼친 안 좋은 영향력에 대해 다들 침을 튀어가며 이야기하니 묵은 체중이 내려간다.
음식은 해물파전, 오징어볶음, 탕수육을 시켰다.
오~ 대박 맛있다. 질리도록 해물 먹고 왔는데 다시 오징어를 만나니 위장이 헤벌레~~~~~
결국 그녀는 2시간 후 기차시간이 늦다며 부랴부랴 떠났다. 나중에 독일 대중교통 파업 여파로 지하철도 잘 오지 않았다고 겨우 열차를 탔다는 소식을 메시지로 전해 왔다.
독일이 예전의 독일이 아니다.
극우파가 득세하고, 경제는 바닥이다. 관용이나 질서도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M선생과 다른 카페에 들러 한 번 더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러시아 케잌을 곁들였다. 밥은 내가 샀으니 디저트는 자신이 사겠다고 해서 맛나게 먹고 수다를 떨다보니 오후 5시가 넘어섰다.
집에 돌아오니 큰딸이 홍상수 영화를 보고 왔다며 씩씩거린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줄줄이 자신의 생각을 나열한다. 혹시 그의 사생활 선입견이라면 내려놓고 생각하라고 했더니 그게 아니란다. 영화가 별로란다. 그럼 옆에 독일사람들 반응은 어떠냐 물었더니, 웃음포인트도 아닌데 웃더란다. 그럼 독일사람들에게 맞는 영화인가보다. 하하 웃고 말았다.
나는 아직 보지 않았으니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비판도 금물이다. 그저 한국영화가 초대되었다는 것으로 관심을 가지면 그만이다.
딸의 영화 감상평을 듣는 동안 피로감이 확 밀려왔지만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들어주었다.
오늘, 독일 총선이다. 독일 국적자인 딸2호가 투표장에서 인증샷을 보내왔다. 기독사회당 소속인 프리드리히 메어츠가 되면 안 되기에 녹색당이나 Linke 당을 찍으라 했더니 자기가 알아서 하겠단다.
휴가 여독으로 몸이 지치지만
오늘도 주저리 주저리 사과껍질같은 별 시덥잖은 이야기를 써보았다.
......
P.s
휴가 이야기는 연재북으로 써볼까 해요. 쪼끔만 기다려주세용~~~~~~~~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