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6 댓글 4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제6화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유엔인권자문위원인 '장 지글러'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by 연강작가 Feb 27. 2025

지난 호 책 소개도 스위스 작가였다.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고 부자들만 사는 것 같아 상대적 박탈감이 닭살처럼 돋는다. 정치적 중립국이 가지는 태만함을 몇몇 아는 스위스인들에게서 느낀 적 있다. 가지지 못한 자의 결핍이라고 하면 자존심이 좀 상한다. 그러면서도 스위스라는 나라는 묘한 끌어당김이 있다.

어쩌면 언어적 친밀감일 것 같다. 독일어권이라는 친숙함이다.


오해는 하지 말자.

나는 독일어를 구사하지만,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독일을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축에 속한다.

이러다 더 나가면 아무래도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모습으로 비쳐질 듯 하니 여기까지!ㅋㅋ


이 책은 여행 중 비행기 안에서 읽은 책이다.


책꽂이에 거의 방치 수준으로 있었던 것을 꺼내들었다. 처음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작가가 기존에 출간한 베스트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고 뻔한 결말에 좀 식상해 있던 터다. 이 책도 마케팅의 여세를 몰아 시리즈물처럼 가져가려나보다, 생각했다. 특히나 부자의 나라 출신 스위스 장 지글러 박사가 세계의 가난을 논한다는 자체가 배알이 뒤틀린 느낌이었다. 그런데 바꾸어 생각하면 그러기에 반대급부적으로 파헤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반신반의하며 펼쳐진 책의 느낌은?


 오! 근데 좀 재미있다. 구성도 참신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다>은 독자에게 아주 친절하다. 어디서 인용한 글 몇 개 올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설명으로 마지막까지 갈까 노파심은 금물이다. 선입견은 독자가 늘 조심해야 할 덕목이다. 책을 펼치자 그의 한국어판 서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세계12위 경제 대국인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활력있고 가장 용기 있으며 가장 효율적인 시민사회 가운데 하나로 우뚝 섰다.
 이 시민사회가 독재정치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바로 1980년 광주에서 말이다. 수천 명의 노동조합원들, 학생들, 근로자들이 남녀노소 구별할 것 없이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바쳐 역사를 만들지 않았는가? 이러한 한국의 시민사회는 우리에게 커다란 희망을 보여준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지난해 고국땅에서 벌어진 12월의 악몽이 떠올랐다. 계엄에 대한 공포로 죽은 자도 무덤에서 나올 뻔한 사건. 겨우 만들어낸 민주주의가 다시금 퇴보의 글을 걸을까 심장이 쫄깃해졌던 기억이다. 하지만 탄탄히 세워진 시민의 민주주의는 어두운 그림자를 밟고 일어섰다. 멀리 있지만 다시금 현장에 계셨던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이 있던 2020년에 쓰여졌다. 온 세상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휘몰아치던 때다. 정체 모를 코로나 바이러스는 불안을 일으키고 경제를 황폐하게 하고 죽음의 씨를 뿌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식인풍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작가는 팬데믹과의 승리를 선언하기 전에 세계화된 금융자본의 파두체계가 군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손녀와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알기 쉽게 책을 이끌어간다. 마치 경제교과서를 알기 쉽게 아이에게 설명하는 식이다.


목차만 보아도 작가가 조목조목 독자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노력이 보인다.


1. 자본주의가 불러온 재앙

2. 수백년 묵은 투쟁의 역사

3. 사유재산권이라는 중대한 실수

4. 아이들이 광산으로 떠나는 이유

5. 풍요의 경제 뒤 어두운 이면

6. 우리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7. 빛더미 위의 검은 아프리카

8. 무제한적인 이익을 향한 광기

9. 유토피아는 실현 가능한가




자본주의를 논하기 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독일의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다.

이 책은 1867년 출간 당시엔 42권 팔렸다. 그와 가족은 가난에 시달리면서 망명생활을 했다. 하지만 21세기 초반까지 이 책은 지구상 도처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봉기와 혁명의 자양분이 되었다.


마르크스는 잉여가치의 축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잉여가치란 자본가가 생산 또는 판매를 위해 투자한 것과 벌어들인 것의 차이를 말한다. 이 잉여가치가 자본가의 주머니에 들어가면서 부가 부를 늘리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초기 유럽 자본 축적의 대가를 치른 것은 아프리카인들이었다.

1773년에서 1774년 한 해 동안 자메이카 775개 농원에서 일한 노예는 20만 명이 넘었다. 이 돈으로 영국에 거대 공장이 설립되고 시골 농부들이 도시로 대거 몰리게 되었다. 도시 빈곤이 생긴 것은 그때부터다.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작품 <올리버 트위스트>에서는 런던의 산업화 속에서 빈민굴에 사는 당시의 상황을 말하고 있다. 올리버가 '가난은 곧 지옥'이라고 말한 장면이 있다.




작가는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하는 동안 과테말라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과테말라는 주민의 대다수가 고대 마야 문명을 이룬 민족의 후손이다. 태평양 연안으로 비옥한 검은 대지 위로 토마토, 바나나, 멜론, 파인애플, 아보카도, 키위 농장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 농장은 전부 유나이티드 프루토, 델몬트 푸드, 유니레버 제너럴 푸드 등의 거대 다국적 기업이 소유한다. 하지만 원주민은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근근히 살아간다.


작가는 이곳의 모습을 개선하고자 시정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무산되었다. 아프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NGO와 협력해 노력한다해도 해당 국가 정부의 부패와 결탁해 다시 원위치로 가는 것이다.


취리히 출신의 목사 발터 홀렌베거는 이런 상황을 요약했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편집증적이고 무제한적인 탐욕은 이른바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많은 나라의 엘리트 계충에 만연한 부패와 결합해 거대한 살해 음모가 되어가고 있다.
전세계 곳곳에서 날이면 날마다
 '베들레헴의 죄 없는 아기들에 가해진 대학살'이 반복되고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세계 은행에 따르면 2017년 가장 힘센 민간 거대 다국적 기업 500개가 제조업, 상업, 서비스업, 금융 등의 모든 분야를 통틀어 세계 총 생산의 52.8%를 장악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한 해 지구상에서 생산된 모든 부가 이들의 몫이 되었다는 얘기다.


 작가는 말한다.

"20세기에 공산주의를 통해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약간의 성과는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곧 역부족임이 드러났고 그렇기 때문에 격렬하게 공격받았다."


작가는, 자본주의는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장점이 있지만 태생적 문제점으로 개혁이 불가능하고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고 강경하게 말한다. 하지만 또렷한 대안이 없는 건 사실이다. 새로운 것이 감지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마르크스의 예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퇴보를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자본주의는 단기간 내에 풍요를 창조했고 객관적인 결핍이 사라졌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상위 1%에게 극단적인 부의 독점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세계는 중산층이 많아지고 있다지만 지금 이순간도 여전히 식수를 정기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20억 명에 달한다.


작가는 다음 세대를 위해 불편한 진실을 여과없이 토해낸다. 그의 인류애적 마음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를 낯뜨겁게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고 앞으로 다음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어야 할까?

잠잠히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P.s

스위스 하면 부자나라, 라고 독일인들은 생각합니다. 독일에서 잘 산다 하는 이들 중 스위스에 별장이 있는 경우가 많죠. 히틀러도 산 속에 자신의 별장을 두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스위스 하면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장 지글러 박사는 자신처럼 스위스에 사는 이들은 그저 운이 좋은 거라고 하네요.

너무 좋은 책인데... 뚜렷한 대안이 없어서 아쉬운 책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제3세계를 더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어 고마운 책입니다.

이전 05화 제5화 떠나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