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불완전함에 경의를 표하는 판타지
이번에 소개할 미학은 고블린코어(goblincore)다. 고블린코어는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듯 유럽에서 도깨비나 요괴, 사악한 요정 등을 지칭하는 고블린으로부터 영감 받은 미학과 하위문화를 말한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해 2019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온라인을 통한 소통이 확산된 COVID-19 이후 영향력이 더욱 높아졌다. 고블린코어는 틱톡에서만 5억 9,1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핀터레스트와 레딧에서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버섯, 이끼, 개구리, 두꺼비, 달팽이, 엘프, 지렁이, 뼈 등을 활용한 고블린코어 관련 패션 아이템들도 인기다. 엘프 이어 커프스나 이끼를 디자인 모티브로 한 액세서리, 개구리나 버섯 이미지를 사용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조금 덜 아름답다고 여져겼던 자연의 창조물들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고블린코어의 연관 검색어로 항상 등장하는 코티지코어와의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 다 자연에서 영감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흥미로운 점은 표현하는 방식이 완전히 상반된다. 코티지코어의 주요 모티브가 야생화, 깅엄체크, 파이, 농작물, 오두막이라면 고블린코어의 주요 모티브는 양초, 달팽이, 흙, 버섯, 도깨비, 개구리, 이끼다. 코티지코어가 여성스러움, 평온함, 전통의 가치를 추구한다면 고블린코어는 다양성, 불완전함, 호기심의 가치를 추구한다. 코티지코어가 비현실적일 정도로 깔끔하고 아름다운 농가생활의 외형적인 부분에 치중했다면, 고블린코어는 울퉁불퉁한 숲을 지나 옷에 진흙을 묻히고 달팽이를 찾아다니는 것과 같이 실제로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집중한다. 따라서 고블린코어를 야생적이고 거친 코티지코어 또는 다크 코티지코어라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보이는 부분은 혼돈스럽고 더러워 보일 수 있지만 피로한 삶을 벗어나 자연에서 버섯이나 달팽이를 찾아다니는 시간을 통해 사람들은 위안과 안전함을 느낀다. 따라서 고블린코어는 자연에 대한 사랑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옷차림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 종종 발견되며, 중고품이나 검소한 미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완벽한 피부와 고급스러운 복장에 대한 압박감 없이 걸친 뉴트럴한 컬러의 루즈한 고블린코어 스타일은 불완전하지만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기쁨을 준다.
이번 글도 dspoir님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